네팔로 정탐 여행을 떠난 선교사들과 현지인들.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단기여행 중 현지 상황, 문화 연구 등을 위한 정탐 여행이 늘고 있다.

한국교회가 본격적인 타문화권 선교를 시작한 지 30여년이 흘렀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끊임없이 선교사를 파송하고 선교지에 교회를 개척하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넘치는 열정으로 복음 전파에 앞장서 왔다. 그 결과 짧은 기간 세계 최상위 선교사 파송국이 되었다. 그만큼 '속도'에 집중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지나온 선교 역사를 되돌아보며, 속도를 낮추고 시대에 맞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요청되고 있다. 속도를 낮추는 것의 의미는 속도를 배제한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선교가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해, 그 동안 간과하고 있던 선교 방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말한다. 또 속도야 조절할 수 있지만, 혹여 잘못된 선교 방향으로 치달을 경우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방향성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선교훈련분과위원회는 13일 백주년기념교회에서 '2014 미션 리서치 포럼'을 개최한다. 주최측은 "한국선교가 그간 속도에 집중했다면, 이제 속도를 줄이고 좌우를 보며 선교를 디브리핑 할 시간이 되었다"며 "국내 선교단체, 연구소 실무자들이 선교 방향을 고민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김동화 GMS 대표의 개회설교, 조용성 GMS 연구훈련원장의 환영사에 이어 이용웅 GP 연구개발원장, 김영대 세선글로벌리더십센터 소장, 박래수 컴미션 대표, 문상철 한국선교연구원(KRIM) 원장, 마민호 한동대학교 교수, 김종구 빌리온선교회 본부장, 이윤식 GMS 선교사가 각각 국제화, 글로벌 리더십, 차세대 리더십, 한국선교 미니 트렌드 및 교육선교, 선교적 지역연구 등을 주제로 발제한다.

논찬은 강병권 AIM 대표, 유기남 알타이선교회 대표, 류다윗 TIM 선교사, 김아영 이슬람연구소 소장, 박만준 박사, 김광성 주안대학교 교수, 정보애 UPMA 대표가 각각 맡았다. 이후 한정국 KWMA 사무총장의 인도로 종합하는 시간을 갖는다.

선교 국제화의 첫 걸음은 파트너십

이날 'GP선교회의 국제화'에 대해 발제 이용웅 선교사는 한국선교의 국제화와 파트너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선교의 국제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세계선교는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며, 세계교회가 파송한 선교세력과 협력할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라며 "서구선교회는 이미 1960년대부터 국제화를 시작해 2/3세계 선교사를 받아들이는 노력을 지속했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GP선교회도 뿌리가 되는 국제선교협력기구(KIM) 당시부터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아시아를 포함한 2/3세계와 함께 선교하는 정신이 전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생적 선교단체인 GP선교회는 한국 외에도 미국에 본부, 이사회를 두고 선교자원을 동원하고, 말레이시아에 국제본부와 국제훈련원을 두어 현장중심 선교를 강조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현지인 동원 및 파송 구조를 형성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자국인이 스스로 선교회(WP)를 조직했고, 미국에서는 한국계 미국인과 미주의 2/3세계 선교자원 동원을 위해 선교단체(iGP)가 구성됐다.

이 선교사는 또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처럼 국경을 초월하는 것'을 뜻하는 세계화와 '다른 나라의 국경과 고유성을 인정하면서 이뤄지는 국가 간 교류'를 뜻하는 국제화를 혼돈해서는 안 된다며 "선교는 선교사나 현지인의 국경, 고유한 문화를 인정하는 범주에서 복음을 전하기 때문에 국제화란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국제화의 첫 걸음은 '파트너십'이라며 "선교단체나 선교사가 아무리 역량이 있다고 할지라도 현지 단체들과 적절한 파트너십이 없다면 사역의 영속성이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 선교사들이 현지 단체들과 파트너십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데 대해 그는 "선교의 전략이 없고 성급하며 현지인 리더십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들은 현지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게 하는 데 부정적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현지 단체와 충분한 협의 없이 독자적 사역을 하거나, 이미 서양 선교사나 단체들과 관계를 맺는 현지인과 다시 관계를 맺기 위한 언어 수준 문제 등도 지적했다.

그는 효과적인 파트너십을 맺는 방안으로 △선교사가 속한 단체의 정체성과 유사한 정신을 가진 현지 파트너를 만나고 △선교사를 파송하기 전부터 현지단체와 사역에 대한 협약을 맺고 △파트너십에 대한 분명한 동반자 의식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이 선교사는 "선교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라며 "선교사나 선교단체가 선교지에 '선교사의 왕국'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왕국'을 세우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선교사들이 현지인이 주도하는 기도회, 세미나 등에도 적극 참여하여 현지인 지도자들과 교제하며 선교의 영향력을 증대시킬 것을 당부했다. 또 언어, 교제방식 등에 자신감을 갖고 국제선교모임에도 자주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이용웅 선교사는 효과적인 국제화를 위한 과제로 △활발한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 단체들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수직적 사고가 아닌 수평적 사고를 하며 △한국교회와 선교계의 시행착오를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2/3세계와 나누며 △영어와 현지어에 능통하며 △선교 지도자들의 국제화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성장하는 남반구 교회와 2/3세계 교회와 협력하여 신속한 복음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균형 잡힌 글로벌 리더십 요청

김영대 선교사는 이날 '글로벌 리더십 퍼스펙티브'라는 발제에서 글로벌 크리스천 리더십에 대해 '지구촌의 함께 사는 세계인(a world Christian)으로서 속해 있는 가정이나 사회 구성원으로 동참하면서 선하게 진리를 따라 이끄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선교사가 선교현장에 나가기 전이나, 이미 현장에서 수고하는 사역자들이 전인적 글로벌리더십을 갖기 위해 선교정책과 전략, 인적, 물적 자원 동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대 선교사는 또 "한국선교단체의 본부선교사, 선교현장의 선교사들에게 글로벌 리더십이 요구된다"며 "본부에서는 행정이 방대해지고 국제화에 따른 정책, 전략, 훈련이 이뤄지고 있으며, 급변하는 선교현장에서는 글로벌화에 따른 대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선교사는 "충분한 경험이 있고, 현지 리더십과 서로 존경하는 위치에 있는 시니어선교사들은 한국선교계의 글로벌화에 가장 기여할 수 있는 인적자원일 것"이라며 "글로벌 리더십을 위한 미래지도자 양성소로 시니어들의 장을 마련하거나, 초교파로 다양한 선교사의 필요를 종합적으로 집대성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선교사는 또 균형 잡힌 기독교 리더십에 대해 △전인격적인 자기성장 리더십 △가정을 잘 다스리는 행복한 리더십 △타인 섬김의 리더십 △선교현장의 리더십 △전문사역 리더십 △글로벌 시민 리더십이라고 설명하고 "균형 잡힌 선교적 글로벌 리더십을 개발할 때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적 성장 부진하지만 질적 선진화 이뤄야

한편 이날 '한국선교, 미니트렌드와 이슈들'에 대해 소개한 문상철 원장은 2006년에서 2013년까지 7년간 일어난 선교 추세와 이슈들을 소개했다. 문 원장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13년까지의 연평균 증가율은 5.19%이며, 구간별 연평균 증가율은 2006년에서 2008년까지 13.11%, 2008년에서 2011년까지 2.41%, 2011년에서 2012년까지 2.19%, 2012년부터 2013년까지 1.44%로 점점 선교사 숫자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 시기에 선교사 숫자 연증가율의 둔화는 양적인 성장의 부진상황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기간 한국선교의 주요 이슈는 전략화, 리더십, 책무, 재정, 선교사 자녀(MK), 교육선교였다"며 한국선교의 질적성숙을 위한 이슈별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문상철 원장은 "결론적으로 이 시기는 한국선교가 영적 성장에 있어서 조정국면에 접어든 시기로 기록될 것"이라며 "질적으로는 본격적으로 선진화를 이루기 시작한 전환기로도 기록되길 바라면서, 앞으로 한국선교가 더욱 알차게 기초를 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략적 선교 성과 높이려면 선교지역연구 선행돼야

이날 '한국 선교지역연구 활성화 방안에 관한 고찰'을 발제한 마민호 교수는 가장 중요하지만 그 동안 연구 대상에서 소외되었던 한국 선교지역연구의 현황 및 활성화를 위한 조건, 구체적 방안등을 제시했다.

마 교수는 "한국선교가 전략적 선교의 노력에 비해 성과는 상대적으로 불균형 상태에 있다"며 "실제 선교현장은 본부의 체계적인 전략, 정보 지원보다 선교사 개인의 통찰력, 역량, 경험과 판단으로 이뤄지고 있고, 체계적인 선교사 관리 시스템과 선교전략 수립을 위한 정보센터가 없어 선교전략 도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지역연구가 선교지역연구의 선행 연구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역연구가 하나의 학문으로서 독자성을 확보하고, 충분한 연구 인력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선교지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이 선교지역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종합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교지역연구가 발전하기 위한 종합적 선교네트워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마 교수는 선교지역연구 발전을 위해 △지역연구 학계와 선교계의 연합 △선교정보와 선교지역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제고 △선교지역연구 인적자원 양성을 위한 훈련 시스템 구축 △선교정보를 통한 통합적 선교네트워크 구축 △종합적 선교정보센터의 구축을 위한 기관 간의 협력 △지역교회를 위한 맞춤형 선교 컨설팅을 제언했다.

마민호 교수는 "한국의 선교지역연구 활성화는 한국의 선교능력 향상과 전략적인 선교를 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무엇보다 이와 관련된 종합적인 연구와 정보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한국 선교계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된 무전략 선교로 인한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 선교사 편중 배치, 선교 자원의 중복투자, 선교현장 선교사들 간 연합 부재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선교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한국 선교단체와 교회, 각종 기독단체들의 연합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거시적 통합, 현장과 후방 연결을 통해 한국 선교계의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선교훈련 과정에서부터 선교지역연구 훈련해야

이날 포럼에는 실제적인 선교지역연구 사례도 발표됐다. '북인도 지역의 GMS 선교사들의 교회개척 사역에 대한 지역연구 논문'(선행연구 고찰과 북인도 정탐 리서치를 통하여)을 발제한 이윤식 선교사는 "GMS는 선교전략적 측면에서 선교지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해 선교사 후보생들의 훈련 과정에서부터 선교지 지역연구를 공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소개된 총회세계선교회훈련원(GMTI) 제 81기 훈련생들의 북인도 지역 연구 논문의 요약본에는 인도의 일반 개관(종족과 언어, 문화적 배경, 경제 현황, 정치적 상황, 역사, 카스트 제도, 교육, 종교적 상황), 인도 복음화 현황 및 선교의 역사(기독교 현황, 인도교회의 발전 과정, 가톨릭의 선교, 개신교의 선교, 주택교회를 통한 선교전략), 북인도에서의 주택교회를 통한 선교(사역 현황과 실태, 선교의 방해요소, 선교전략 및 제언) 등이 담겨있다.

이윤식 선교사는 "이 지역논문은 북인도의 일반 정보와 선교적 상황을 파악하는데 유익한 자료를 포함한 논문으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선교사 후보생이 자신의 선교지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현지 정탐 및 리서치 활동, 선교전략을 계발하기 위해서도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 남은 미전도종족을 위한 선교전략을 위해 지연연구의 중요성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며 "선교훈련 과정에서부터 지역연구를 준비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선교전략화를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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