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충원 박사(샬롬누리영광교회 담임목사 및 평택샬롬나비 학술위원장 겸 성명서위원장)
서충원 박사(샬롬누리영광교회 담임목사 및 평택샬롬나비 학술위원장 겸 성명서위원장)

"목사는 정치적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성도들을 하나님 나라로 이끌 목사가 박근혜 퇴진이라든가 촛불집회라든가 하는 정치현안을 강단에서 말하게 되면,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소망을 두고 살아가야 하는 성도들이 세상의 지나가는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교회 안에는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이들이 있기 때문에, 목사의 정치적 발언이 성도들 사이에 부차적인 문제에 대한 분쟁을 낳게 한다." 

얼마나 성경적인 논리인가! 이런 논리는 성도들로 하여금 복잡한 세상에서 아주 단순 명쾌한 논리로 주만 바라보고 살게 만든다. 불의한 정권이 어떻게 나라를 망가뜨리든 이로 인해 국민들에게 어떤 고통의 신음이 있든 성도는 모든 관심을 영원한 나라에 집중하고 그분이 주는 영원한 내적 평화를 누리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마르크스가 기독교에 대해서 말한 '민중의 아편'이 아닌가? 이것은 바로 기독교를 '개독교' 되게 하는 논리이다. 주를 사랑할수록 현실의 불의에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이 아편이나 마약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문제는 한국교회 안에 성도들로 하여금 현실의 악과 고통을 외면하고 계속 저 하늘의 꿈에 취하게 하는 목사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서 무감각하게 만드는 기독교는 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이단이나 사이비와 다름이 없다.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가? 하나님의 정의의 통치이다. 이 땅에 이뤄지는 정의의 질서가 하나님 나라와 무관하다는 한국교회 안에 널리 만연한 생각이 한국교회로 하여금 교회의 정치적 사명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하나님의 나라가 저 하늘에 있다고 믿고 지금 여기서 불의와 싸우고 사회에 정의로운 질서를 이루려는 것이 단지 세상 일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은 세상을 불신자들과 마귀에 넘겨주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믿는 자들이 모여 주를 예배하는 교회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에 반하는 우상숭배 권력과 싸우는 사회에도 임한다.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은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순종의 영역이고, 주를 따르는 제자도의 영역이고,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영역이다. 정치적 우상숭배와 불법에 대항하는 것은 천국을 소망하는 그리스도인에게 무관하고 영성생활에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려는 교회의 마땅한 의무이다. 천국 소망을 이유로 사회 정의를 부차적이고 신앙에 장애가 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은 하나님의 나라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부정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몸통이 되어 국가 전체 시스템을 왜곡시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한민국의 치부가 드러나고 이에 분노한 시민들 200만 명이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촛불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하나님의 정의를 선포하고, 박대통령과 최순실의 희대의 헌법유린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득권층의 탐욕을 질타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새 질서를 대안으로 제시해야 할 영향력 있는 한국교회 목사들은 위기에 처한 박대통령의 편에 서서 그를 비호하고 박근혜 탄핵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성도들에게 대통령은 하나님이 세우신 권위이므로 비록 잘못했다 해도 저항하지 말고 복종해야 한다고 가르치며 촛불집회를 종북주의자들의 음모로 의심한다. 한국교회는 현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서 시대의 주도적인 건강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지금 현 시국에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복음의 정치적 의미를 이해하고, 종교의 울타리에 갇힌 영성을 정치적 사회적 광장의 영성으로 해방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정의를 폐기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은 하나님의 나라 가치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 하나님 나라 운동이다. 목사는 정치 영역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선택인지에 대해서 성도들에게 가르치고 성도들이 자신의 사회적 계층이나 속한 당파적 이념을 넘어서 하나님의 나라의 가치에 부합한 삶을 선택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목사가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 말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 목사는 말씀과 기도에 전무함과 함께, 현실 정치에 대해 신학적 의미를 통찰하도록 연구해야 한다. 

* 외부 기고 및 칼럼, 성명, 논평 등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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