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 상임대표·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창립원장)

금년 10월 9일은 1446년 음력 9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지 569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인 1926년 조선어연구회와 신민사가 훈민정음이 반포된 480년을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한 이후 주시경이 훈민정음의 이름을 "한글"이라고 붙인 1928년 이후 계속 한글날을 기념해왔다. 1443년 세종대왕은 집현전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중국 한자와 차별성을 가진 문자 연구에 착수해 훈민정음 28자를 창제해 3년 간의 실제 사용과 수정을 거쳐 1446년 반포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그 이름과 훈민정음의 어제 서문이 명확히 말하듯이 한글은 모든 백성들이 어려움 없이 글자를 사용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게 하려는 애민사상에 따라 만들어졌다. 한글은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문자이면서도 그 안에 훌륭한 과학적 체계와 사상적 깊이를 포함했다. 훈민정음은 중국의 뜻글자와 달리 소리글자로서 28자의 조합을 통해 수 백 만 개의 글자를 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읽는 그대로 말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과학적 체계를 갖추었다. 또 그 자음과 모음의 형태는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자 체계를 분석해 사람의 발성기관과 천지인을 바탕으로 하는 음양오행의 관계를 표현했다.

한글은 조선시대 내내 한문보다 열등하게 취급됐고 1894년 갑오개혁 때 비로소 국가의 공식 언어로 인정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종대왕 때 "용비어천가"와 "삼강행실도" 등이 한글로 쓰여진 이래 조선시대 수많은 가사 문학과 한글 소설 등을 통해 민족의 사상을 담아냈다. 대중적으로는 한글은 배우고 쉽고 사용하기 쉬운 장점으로 인해 여성과 평민, 심지어 노비 계층까지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나눌 수 있게 해 준 명실상부한 우리 민족의 글이었다. 일제강점기 일제는 우리의 민족혼을 말살하려는 목적으로 1938년 "국어상용화정책"을 실시해 조선어 교육을 폐지하고 일본어 사용을 강요했다. 1942년에는 한글 사전을 편찬 중이던 조선어학회 회원과 관련 인물들을 강제 연행해 재판에 회부하는 등 집요하게 한글을 억압했다. 그러나 일제의 탄압과 고문에도 굴복하지 않고 많은 한글학자들과 문학가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지키고 표현력을 발전시키는 데 공헌했다.

샬롬나비는 한글의 우수성과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특히 그 동안 한국 기독교가 한글을 향해 가져왔던 깊은 애정과 관심을 공유하며 올해 다시 맞이하는 "한글날"에 즈음하여 한국 사회와 교회에 다음과 같은 인식과 실천을 촉구한다.

1. 한글은 우리 민족에게만 주신 하나님의 일반 은총으로 복음 선포를 위한 귀한 도구이다.

한국 기독교가 한글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성경의 가르침을 따른 신앙 때문이었다. 모든 언어는 하나님께서 주신 일반 은총으로서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언어를 통해 자신의 뜻을 알리셨고 기록하여 전하게 하셨다. 세상의 모든 언어가 바벨탑의 사건에서 그 기원을 찾는데 이에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언어 능력을 주신 것과도 관련이 있다. 하나님께서는 인류의 각 민족을 온 땅에 살게 하시면서 그들의 연대와 거주의 범위를 정하셨고(행 17:26) 오순절 성령강림 이후에는 교회의 전도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모든 민족을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백성으로 삼으시기 원하셨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발명했으나 한국말은 하나님이 주신 일반 은총이다. 한글은 주어진 한국말의 법칙을 연구하여 세종대왕이 발명한 것이다. 한국 교회가 그 선교 초기부터 성경번역과 교육사역을 통해 한글을 아끼고 발전시키는 데 공헌하게 된 것은 "모든 민족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충실해 우리의 글로 진리를 알리려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언어로 창조주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

2. 우리는 한글 창제의 정신을 계승하고 한글을 발전시켜야 한다.

한글날은 단순한 기념 행사를 위한 날에 그쳐서는 안되며 한글 창제에 담긴 애민 사상과 교육 사상의 의의를 다시 확인해 우리 사회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자 교육과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에도 이 모든 언어 교육은 기본적으로 한글의 바른 사용과 발전을 위한 보조적인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오늘날 인터넷과 SNS 등 매체의 발달로 인해 한글 사용이 왜곡되고 비속어와 무분별한 외래어 도입이 과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글날을 기념하는 것은 한글의 바른 사용과 발전을 함께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3. 위대한 문화유산인 한글을 통한 위대한 문화를 창조하자.

10월 9일 한글의 반포를 기념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 문자의 우수성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한글날"을 기념하는 것은 그 동안 한글을 만들고, 수많은 억압 속에서 우리의 문자를 지키고 발전시켜 왔던 우리의 민족 정신을 기리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남한은 1930년대 초부터 지켜온 10월 9일을 지금도 "한글날"로 기념하여 지키는 반면 북한은 특별한 역사적 근거 없이 1월 15일을 "조선글날"로 지정해 지키고 있다. 또 남북한 분단이 오래 되면서 같은 한글을 쓰면서도 언어의 의미와 용례가 서로 이질화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제 남북한은 함께 한글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한글은 단순히 우리 민족만의 문자가 아니라 한글로 표현된 문화적 업적과 사상적 유산 등을 통해 세계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인류의 유산이다. 이와 같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한글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은 남북통일의 기초를 마련하고 더 나아가 인류 문화의 발전을 위해 감당해야 할 우리 민족의 사명이다.

4. 한국 교회는 한글을 통해 복음 진리 증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 기독교는 만주에서 로스 선교사가 한국인 성도들의 도움을 받아 1887년 신약성경을 한글로 번역해 보급한 이후 한글을 발전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서양 선교사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가르쳐 성경을 교육하려 하지 않고 자신들이 한글을 배우는 데 솔선수범하였으며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고 가르치는 일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을 일깨우는 일에 기여했다. 일제 강점기 한글을 발전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여러 한글 학자들과 문학가들이 기독교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한국 기독교가 한글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성경의 가르침을 따른 신앙 때문이었다.

한국 교회는 한글을 잘 사용하고 발전시키며 이를 통해 우리 고유의 문화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하나님의 약속을 무시한 인간의 교만 때문에 바벨탑의 혼란으로 언어가 나누어졌다고 말하는 성경의 가르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에게 언어와 문자를 허락하셔서 하나님의 진리가 전수될 수 있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해야 한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교회 성도들은 한글이 우리 민족에서 허락된 한글을 바르게 사용하고 한글을 통해 복음의 진리를 증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기독교는 조국을 사랑하는 종교로서 한글날을 축제화하여 하나님께 감사 찬양을 올리는 것도 한국교회의 나라 사랑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5. 한국 교회는 기독교 정신이 든 한글과 한류를 발전시켜 세계선교에 이바지한다.

2015년 한글날이 한글 창제의 정신과 그 역사적 가치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기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진리를 섬기는 자세로 한글의 발전과 바른 사용을 위해 기여할 것을 촉구한다. 오늘날 한국 자동차, 한국전자제품에 이어 K-pop이 유럽에 상륙했다. 이제 한국교회는 한국적 기독교 한류(새벽기도, 말씀대로의 신앙, 성령의 은혜, 한국의 신학 등 창의적으로 한국화된 기독교 신앙과 기독교 예술, 문학사상)을 오늘날 기독교이후 시대를 맞이하는 유럽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

2015년 10월 7일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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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나비 #한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