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 상임대표·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창립원장)

대국의 지도자 위상에 합치하지 않는 동북공정의 시대착오적 발상에 경악한다.
5천년 역사상 한국은 한번도 중국의 일부가 된 적 없는 주권 독립국이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6~7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고 발언한 사실을 전했다. 이 발언은 내용도 문제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것이 북핵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룬 대화에서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대화록이 공개되지 않아 대화의 전후 사정을 이해할 수 없지만 혹시라도 북핵 문제로 인해 북한이 붕괴될 경우를 가정하여 그 지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가운데 나온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의 분단 현실이 2차 대전 종전을 논의하던 포츠담 회담에서 열강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임을 생각하면, 이 발언을 전해 듣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소름이 돋는 일이다.

1. 중국 정부는 동북공정을 비롯한 우리나라에 대한 역사왜곡을 즉각 중단하라.

시진핑의 발언은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던 중국의 동북공정 사업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우리 민족과 역사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한다. 그러면 중국은 자꾸 왜 이런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계속 주장하는 것일까?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역사적으로 천하사상에 입각한 중국인의 왜곡된 역사인식 때문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중화주의에 입각한 천하사상(天下思想)에 따라 세계관을 형성하여 주변지역은 동·서·남·북의 사방 모두를 야만인들로 인식하고 오랑캐라는 의미의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고 불렀는데, 그 중에서 한국은 '동이'로서 '활을 잘 쏘는 오랑캐'라는 경멸과 질시의 관념이 포함되었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세계관아래 한중관계는 때로는 전쟁하고 때로는 화해하고 공존하면서 발전해왔다.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두 나라의 평화적 관계를 지속시켜준 것은 바로 '조공'을 매개로 한 사대외교였다. 천하사상에 젖었던 중국인들에게 명분을 주는 대신, 정치적 주권과 경제적 실리를 얻는 이 사대외교는 오랜 동안 한중관계의 기본적 전형(典型)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기억할 사실은 사대외교의 본질이 독립국가로서의 주권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지, 결코 식민지거나 중국의 일부로 예속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중국의 역대 정치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한반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려는 야욕을 드러냈다. 특히 19세기 들어 제국주의 침략이 가속화되어 한반도의 군사적 중요성이 점증되자 기존의 사대관계를 넘어 아예 조선을 속국화하려는 양상으로 나타났는데, 임오군란(1882) 당시 청나라 군대의 지휘관인 오장경이 조선 내정을 간섭할 이유로 "조선은 본래 중국의 속방(屬邦)이다"라고 선언하여 물의를 일으킨 것은 중국의 입장변화를 단적으로 나타낸 한 사건이었다. 이번 시진핑의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도 이런 역사적 배경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가 있다.

2. 중국 정부는 순치보거의 억지 안보 논리를 폐기하라.

역사적으로 한국이 독립국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중국의 지도자들이 억지주장을 펴고 있는 것은 그들의 안보 논리 때문이다. 중국의 안보관에서 한반도는 '순치보거'(脣齒補車 : 입술과 이처럼 서로 돕는 관계라는 뜻) 관계로 인식되었고, 이에 따라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정세가 불안하여 중국의 안보에 위협을 준다고 판단할 때엔 출병을 서슴지 않았다. 임진왜란 때 명의 출병이나 한국전 당시 중공군 참전은 그들이 내세워온 '순망치한'(脣亡齒寒 ;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것처럼 서로 이웃하고 있는 한 나라가 멸망하면 다른 한 나라도 위험하다는 뜻)의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것은 1950년 11월 4일 중공군이 한국전에 참전할 때 이유를 "조선은 비록 작은 나라지만 그 전략적 지위는 극히 중요하다. 역사적 사실은 조선의 존망이 중국의 안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찍부터 가르쳐주고 있다"고 주장한 데서도 입증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가 안보상 매우 소중한 위치이며, 특히 38°선 이북의 북한은 중국의 중공업지역인 동북지구(만주)의 안전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완충지구로 생각되어져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인식이 존재하는 한 중국의 역사 왜곡은 계속될 것이 자명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 공개된 시진핑의 '한국은 중국의 일부' 발언은 오늘날 한국을 대하는 중국 지도자의 잘못된 역사 인식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낳는다.

3. 한국 정부와 국민은 미중의 외교관계에서 코리아 패싱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중국 지도자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지적하고 규탄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문제이다. 이번 사태를 냉정하게 살펴보면 비공개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상대의 발언을 언론에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함도 문제이다. 정상 간의 대화를 언론에 공개한 것도 문제지만, 수천 년에 걸친 한중간 역사가 양국관계에 주는 민감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해당 발언을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그래서 "시진핑의 인식도 문제지만 트럼프가 그것을 전한 것이 훨씬 나쁘다"며 "한중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우리정부가 빠져버린 상태에서 미중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를 철저하게 방지해야 하겠다.

4.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일치단결하여 자주국방태세를 확립하여 평화통일을 이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강대국에 의한 한반도 분할책동이다. 과거 미국은 테프트 가쯔라 밀약에 의해서 한반도를 일본에 넘긴 적이 있고, 미국과 중국은 포츠담 선언을 통해 남북 분단을 결정한 전력이 있다. 국제정치에서 이 같은 열강들의 행태는 요즘에도 변치 않고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해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야당 대표를 만나 '사드(THAAD)' 배치 반대 입장을 설명하면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게임을 벌이는 바둑판 위의 돌'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런 가운데 북한 붕괴 시 분할 계획을 놓고 2차 대전 후 독일처럼 4등분하는 중국의 대본이나 북한 영토를 놓고 중국군과 한미 연합군이 대치하는 방안을 제시한 미국 랜드연구소의 보고서가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140년 전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세력을 두고 조선책략을 펼치던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국제정세는 변한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대한 분명한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비전을 제시하는 대선 후보자가 보이지 않은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민족의 자주 독립을 외치던 3.1운동의 정신이 다시금 그리워진다. 이런 국가적인 위기 속에서 우리 국민과 정부는 일치단결하여 자주국방태세를 확립하여 평화통일을 이루겠다는 결단을 해야 하겠다.

5. 한국교회는 한국이 영성대국이 되어 복음전파의 제사장 나라가 되도록 기도해야 한다.

힘의 논리에 기초한 국제질서 하에서 우리들은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불 말과 불 병거로 지켜주실 것을 믿고 온 국민이 힘써 기도해야 하겠다. 우리들은 세계 4대 열강이 각축하는 한반도에서 하나님께서 전쟁을 막아주시고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한국이 희생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평화의 복음을 전하여 동북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한국민족의 사명을 위하여 기도해야 하겠다. 그리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제사장나라로서 소중하게 사용하실 것이다.

 2017년 5월 1일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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