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
▲김영한 박사(샬롬나비 상임대표·기독교학술원장)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행동하는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의 모임인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상임대표 김영한, 이하 샬롬나비)이 최근 논평을 통해 "사순절 절기에 교회와 생명지지 단체들은 죽음보다 강한 생명운동을 주창하고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죽음을 미화하는 문화를 퇴출하고 생명을 찬양하는 문화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샬롬나비 논평 전문이다.

[샬롬나비, 우리 사회 자살 풍조에 대한 논평문]

현대에 이르러 죽음은 삶의 고단함을 회피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버린 것으로 보이며, 이것의 대표적인 예가 부단한 고통과 아픔을 강요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 안에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여전히 위협으로 남아있는 남북한 사이의 긴장이나, 지나친 빈부격차 및 불확실한 경제정책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000년대부터 급격하게 늘기 시작한 자살로 인해 큰 혼란에 접어들었다. 실례로 2005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24.7명으로 OECD 자살률 1위를 차지했고, 2009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31명으로 자살 성장률에서 다른 모든 OECD 국가들을 넘어서게 되었다. 현재 OECD 국가들을 제외하고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은 우리사회 자살현상의 문제점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창 2:19).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죽을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이 죽음은 늘 삶의 핵심적 문제로 인류와 함께 해왔다. 때로는 삶의 위협이 되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단초로 그것은 늘 삶의 한 부분에 위치해왔다. 예수님의 수난은 단순한 종교적 경건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고통과 아픔과 죽음의 문제를 짊어주신 것이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인간들의 영원한 상담자와 중보가 되신다는 것이다. 사순절 절기에 샬롬나비는 다음과 같이 우리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풍조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천명하고자 한다.

1. 우리사회는 자살이 절대로 행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는 가장 먼저 자살이란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 따르면, "자살은 죽음에 대한 의지를 지니고 자신의 생명을 해쳐서 죽음의 결과에 이르는 자멸행위이다." 이는 곧 스스로의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생명체로서 자신의 본능과 공동체적 책임을 등한시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명이란 언제나 자신과 더불어 살아가는 타자들과의 책임과 더불어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삶은 늘 죽음과 더불어 생각되어야 하지만, 죽음 역시 늘 삶과 더불어 결정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은 삶이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결코 자살을 자기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해야할 것이다. 오히려 자살은 인간 이기심의 결과이다. 자살은 자기의 욕심대로 삶을 진행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기주의의 극단적 현상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살을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고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자기 생명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한다.

2. 한국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은 죽음보다 강한 생명운동을 주창하고 전개해야 한다.

기독교인은 창조주이신 하나님과 더불어 모든 생명이 그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신앙하는 자들이다. 생명은 단지 그분의 것임을 고백한다. 따라서 기독교인은 자살을 하나의 회피 수단으로 사용하는 오늘날의 흐름에 대항해야할 의무를 지닌다. 자살이란 기독교적 관점에서 자기 살인으로서의 악에 불과하다. 생명이란 창조주 하나님이 주신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생명을 완전히 자신의 것이고 그렇기에 마음대로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기독교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또 하나의 살인, 또 하나의 폭력에 불과하다. 생명의 탄생으로부터 생명의 유지와 죽음까지 각 개체들은 결코 타자와 상관없이 행할 수 없다. 처음에 우리를 세상에 나오게 해주신 부모님으로부터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외부의 요소들까지 우리는 타자의 희생을 통해서만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에서 개인의 생명은 결코 그 개인 자신만의 소유라고 주장될 수 없으며 공동의 소중한 소유임을 자각해야 하겠다.

3. 정부는 자살 생각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빈곤노인에 대한 복지정책을 강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15-34세 그룹의 자살률은 연령별로 OECD 평균과 같으며, 35-64세 그룹은 다소 높은 수준이나, 65세 이상 자살률은 OECD 평균의 3배 이상이다. 노인층의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은 또한 우리사회 노년의 빈곤, 우울증, 학대 등 자살 자체와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노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년의 복지정책은 단순히 평균적 국민들의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수준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불필요한 포퓰리즘적 재정지원을 줄이고 죽음에 직면하고 있는 노년층의 삶의 현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4. 우리사회와 정부는 자살생각에 대한 문제점을 개인의 일로 축소시키지 말고 적극적인 심리치료의 과정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우울증 및 다양한 심리적 문제에 대한 치료를 부정적 낙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교정에 힘써야 한다. 예를 들어, 자살생각을 불러오는 우울증은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나 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하면 약물치료까지 사용해야 하는 오늘날의 주도적인 병이 되었다. 정신과를 이용하거나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방식과 가격을 용이하게 하여서 현대의 자살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5. 정부와 더불어 각종 단체들은 자살을 미화하는 대중문화 및 인터넷 매체의 행태를 거절하고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해야만 한다.

우리사회의 유명 포털 사이트와 포털 내의 모임사이트라던가 여러 가지 주제를 구체적으로 다루는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살을 미화하거나 그 방법을 알려주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열을 수행해야 한다. 기본적 검열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나아가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의 검열 영역을 확장하여 자살에 대한 미화를 막아야할 것이다. 이에 교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생명을 미화하고 향유하고 축제하는 문화를 만드는데 지혜를 짜내고 초교파적으로 생명축제운동을 전개하여야한다.

6. 기독교인들은 사순절 기간 우리 이웃의 고난과 고통을 함께하고자 노력해야만 한다.

한국교회와 교인들은 오늘날 자살풍조가 삶의 고난과 고통을 통해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깊은 숙고와 무거운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사순절 기간에 나아가 하나님의 나라를 기대하는 기독교인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삶의 형태가 이처럼 자살이 팽배하도록 변형되어온 것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큰 아픔을 느끼고 이 저주의 상황이 극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삶의 현실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서 자살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우심을 통해 구원받은 백성들이다. 그분은 하나님과 본체이시나 동등됨을 취하지 아니하시고 자기를 비워 인간이 되셨고,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기까지 자기를 내어주신 분이시다. 따라서 그분의 희생을 통해 구원받은 기독교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고난과 고통 안에서 죽음에 노출되고 있는 우리 이웃을 이해하고 그들의 상황을 함께 개선해 나아가는데 헌신해야 할 것이다. 현대의 잘못된 이기적 관계를 해체하고 비움과 희생의 관계를 구성해갈 때, 이 땅에 팽배해 있는 자살풍조는 극복되고 새 생명을 위한 하나님 나라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7. 교회는 자살을 원치 아니하시는 생명의 원천이신 하나님의 복음을 증거해야 한다.

사순절 절기에 우리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추구해야한다는 점에서 우리 안에 주어져 있는 죽음을 함부로 다루거나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나의 삶과 죽음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늘 우리를 만드신 창조주뿐만 아니라 내 옆에서 희생을 주고받으며 생명을 유지시키고 있는 타자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인이든 혹은 비기독교인이든 우리의 삶과 죽음은 결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선택에 맡겨져서는 안 된다. 이것은 우리가 늘 타자의 죽음의 희생을 통해서만 삶을 살 수 있을 뿐이라는 생명 전체성 차원에서의 관점에서 생각되고 선택되어야만 한다. 바로 이러할 때에만 우리는 진정한 삶을 살고, 진정한 죽음을 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생명의 원천이신 하나님을 증거하는 교회는 1년에 1주간 생명 주간을 설정하고 삶에 지친 자들에게 생명의 귀중함을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2019년 3월 25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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