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선거자금 수수 의혹에 연루된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퇴설'을 일축하고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 총리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관계에 대한 정황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여권 내에서도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점차 강해지고 있어 이 총리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총리는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해 총리실 간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조금의 흔들림 없이 국정을 수행하겠다"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이번 사태로 동요하지 말고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만으로 총리직을 내려놓을 경우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라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통령이 해외순방 관계로 부재 중인 상황에서 리더십의 공백이 발생할 경우 국정 운영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도 이 총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주말 동안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고 총리로서 국정 전반을 챙겨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총리는 이미 정치적으로는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이 총리의 퇴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긴급 회동에서 이 총리의 경질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경질 요구를 즉각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순방 후에 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는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까지 상황의 반전이 없으면 이 총리를 경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자진사퇴를 유도하기 위해 이 총리에게 열흘의 시간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은 주말 동안 사퇴하지 않으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며 이 총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한다면 부결시키기 어렵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검찰 수사도 점차 이 총리와 측근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이 총리의 2013년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선거캠프의 회계책임자 등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이 총리가 성 전 회장과에게 선거자금을 받은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면 이 총리 본인도 검찰 수사를 피해갈 수 없다. 이 경우 이 총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현직 총리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이 때문에 이 총리가 박 대통령 순방기간까지만 총리직을 유지하고 27일 이후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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