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책세미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남북평화 무드로 오히려 터부시 되고 있는 '북한인권법' 개선을 위한 정책 세미나가 8일 오전 9시 반 국회의원회관 제 2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자유한국당 김재경 국회의원 주최하에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재춘 이사장, 태영호 전 북한 영국주재 대사관,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백범석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김웅기 변호사 겸 과거청산통합연구원 원장이 참여했다.

첫 번째 기초발제자로 탈북민 출신 태영호 전 북한 주재 영국대사관이 발언했다. 그는 “북한인권문제가 처음으로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때는 2003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가 나온 것”이라며 “이후 매년 유엔 총회 때마다 북한인권결의가 채택되고, 특히 2014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는 북한인권문제가 처음으로 의제로 채택되며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다각적 노력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 인권 문제는 정치범관리소, 노동교화소, 노동단련대, 집결소에서의 인권유린과 공개총살, 여성인권침해, 아동학대 등이 있으며, 이에 대한 유엔 주도의 인권유린실태가 조사돼 국내외에 알려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인권 유린행위를 전문으로 조사하는 유엔인권최고대표 사무소와 서울사무소가 활동을 막 시작했다”며 북한인권실태조사 현황을 전했다.

다만 그는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선언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모든 관심이 비핵화에만 쏠려가 북한인권문제는 한국은 물론 국제외교정치무대에서도 관심 밖으로 밀려 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또 그는 “현재 2016년에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지만 2018년 10월 현재까지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인권단체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탈북자들을 체포하고 강제 송환하는 등 북한 당국과 협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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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북한영국주재대사관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이어 태영호 전 북한외교관은 지난 대한민국의 대북인권정책의 전반적인 결점을 말했다. 그는 “역대 한국정부들은 대북인권정책을 남북관계진전여부에 복종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즉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북한인권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북한인권문제가 금방 수면위로 떠올라 대북 대결의 정치적 도구로 남한이 북한인권문제를 다뤄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북한인권문제 논의도 보수와 진보사이의 갈등으로 합의되지 못하고 항상 양분돼 왔다”며 “결국 대북인권문제해결이 정치적 이념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닌, 보편적 인권가치에 맞추어져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남북 당국 간 대화와 교류에서 북한인권문제를 분리시켜, 인권의 보편적 원칙에 복종시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다뤄야 함”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남한이 인권문제를 거론할 때 북한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인권대화를 나선다면 남북대화추진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실현 불가능한 대북인권대화 제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면 그는 “그동안 인권문제가 남북외교관계에 종속돼 왔기 때문에, 호상비난전을 중지하는 남북합의가 조성되면 탈북민단체들의 대북전단활동 등을 금지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도 뒤따라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하여, 그는 “북한인권과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사업은 분리시켜야 한다”며 “체육과 종교, 역사공동개발, 문화교류 등을 통해 북한사람들에게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관을 서서히 심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북한인권 해결과 인도주의적 접근을 정치 이념에 종속시키지 말고, 꾸준히 Two - track 방식으로 북한과 교류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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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토론자로부터 관련 질문이 태영호 전 북한주재영국대사관에게 던져졌다. “주로 진보언론이 북한 개방·교류를 통해 인권개선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태영호 공사의 생각은 어떠한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에 그는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유럽식 접근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그는 “영국은 북한과 인도주의적 협력·교류를 진행하다가, 조건으로 맨 마지막에 북한인권개선을 못 박는다”며 “다만 영국은 북한을 직선적으로 범죄 국가라고 말하는 게 아닌, ‘북한과 함께 인권개선을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자’는 동반자적 대화 방법으로 접근 했다”고 전했다.

즉 그는 “유럽식 접근 방법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잘못했다고 무작정 비판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스스로 범죄의식을 자각하게끔 유도하는 식”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러한 접근 방법으로 북한이 태도를 선회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 스웨덴이 북한과의 인권문제를 놓고 대화방법에 있어 직선적 비판의 태도보다 동반자·존중의 접근 방식으로 인권 개선을 위해 같이 협력했다고 한다.

하여, 그는 이런 접근 방식이 일정수준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한다. 북한을 잘못했다고 정죄하기보다, 인도주의적 교류 협력 과정을 통해 북한이 인권 문제에 대해 스스로 범죄의식을 깨닫도록 하는 대화 방식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그는 “유럽식 협상 방법처럼 우리도 인도주의적 협력 뒤에 인권 개선 문제를 꼭 덧붙이되, 직선적 비판보다 존중·협력의 방식을 취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그는 “북한은 앞으로 당국 간 대화에서 한국정부에 유엔기구들에서 북한의 인권상황거론을 중지할 것과 유엔북한결의 채택 시 기권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며 “그런 경우에도 한국인들의 정서와 국제적 인권흐름으로 볼 때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을 사전에 명백히 밝힘으로, 북한이 시초부터 인권문제를 어물쩍 넘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현재 남북대화 조성 분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은 유엔인권무대에서 한국이 표 대결에서 기권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인권문제를 빌미로 남북대화를 섣불리 깰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처음부터 인권문제는 남북대화 밖에서 다루어 나간다는 입장을 명백히 해 북한에 인권문제만큼은 양보하지 않는다는 ‘면역’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문제를 남북관계와 분리시켜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그렇게 해야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북한인권상황에 개입해도 북한의 대남관계 실무급들이 비판이나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대승적 차원’에서 북한인권법 이행을 하자는 제언을 했다. 그는 “재단운영의 주도권문제를 놓고 종전 민주당의 정치 논리에 구애되지 않는 자세로 민주당과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북한인권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실현하는 일은 일단 법이 시행된 뒤에 챙겨볼 일”이라며 “북한 인권재단을 빨리 출범시켜야 국제사회에 북한인권상황의 절박성을 알리고 한국의 국가적 품격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통일에 도움이 되려면 북한 엘리트층이 이탈해서 대한민국에 와야 한다”며 “여기서 마음 놓고 활동하고 신변 위협을 받지 않도록 법적 안정망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그는 “현재 남한 안에서 모든 신변 안전, 생활 보조 등 준비가 덜 돼 있고, 실질적으로 안전망 보장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며 “현 인권법 안에서 실천적인 법적인 조항 특히 고위 탈북자를 보호하는 조처를 취해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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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두 번째로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이 발제했다. 그는 “북한 인권법이 2016년 여·야 극적 합의로 통과 됐지만, 합의된 법안이라 볼 수 없을 만큼 절름발이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자문위원단 등 정부 조직 산하 기관은 만들어져 있지만, 민간에서 할 수 있는 북한인권재단은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북한인권재단은 여야 5:5 비율로 이사 추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며 “그러나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정당에서 추천위원을 내놓아야 하는데, 현재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하여, 그는 “여야의 소모적 힘겨루기로 이사 추천 합의가 안 돼 실질적으로 법안 작동이 안 되고 있다”며 “아예 이러한 법 조항을 없애는 게 낫겠다”고 성토했다.

제언으로 그는 “다시 입법 발의를 해서 여야에서 이사진 추천을 담당 하지 말고, 법무부에서 이사를 추천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왜냐면 그는 “여야 합의에 따라 재단이 만들어져도 이사진 내부에 갈등이 있을 수 있다”며 “갈등으로 북한인권재단의 실질적 기능을 할 수 없기에, 차라리 이사진 추천권을 주무 부처에서 하는 게 합리적일 듯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이렇게 한다 해도 국정 감사를 통해 산하 재단의 감시가 가능하다”며 “여·야든 해당 정당이 집권해도, 주무 부처를 통해 정당 정책을 녹여 낼 수 있는 이사진 추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소모적인 여·야 대결 구도로 북한인권재단의 동력이 나뉘어져 힘을 잃도록 방치하지 말고, 차라리 집권 정당의 일관된 정책 기조 아래서 북한인권재단을 힘 있게 운영하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통일부 장관이 책임지고 이사진 추천을 하고, 다음 정권이 바뀌게 되면 이사진을 위임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에 들어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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