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조성돈 교수
조성돈 실천신대원 교수 ©기독일보DB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유독 한국사회 '갑·을' 논란이 거센 가운데, 한국교회 내 불평등을 갱신하고자 상대적 '을'의 자리에 설 수 있는 부교역자들에게 '사역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0일 기윤실 주최로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 언론발표회'에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는 "(부교역자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3.7%가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부교역자들이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가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채용되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계약서를 쓴다거나 근로 조건을 따져 보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 했다.

조성돈 교수는 "근로 조건을 따져 보는 일을 하지 못하고, 그래서 첫 월급을 받아보고서야 자신이 얼마의 사례를 받게 되는지를 알게 되며, 일단 닥쳐 봐야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면서 "계약서가 없으니 근로자로서 보호 받을 수 있는 권리 역시 포기해야 하고, 자신의 위치 역시 부정확하게 되는 것"이라 했다.

또 조 교수는 "사역기관과 관련해서 부교역자들이 아무래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교역자들이 일반적으로 1년씩 연장되는 형태를 갖고 있는데, 이들의 재임 기간은 평균 2.9년으로, 만약 가정을 갖고 있는 직장인이 3년 마다 퇴직과 취직을 반복한다면 정상이라 볼 수 없을 것"이라 했다. 더불어 "부교역자는 교회에서도 곧 떠날 사람으로 인식되어서, 영적지도자로서 리더십을 갖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 했다.

특히 조 교수가 가슴 아팠던 부분은 부교역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였다고 했다. 종/머슴/노예라고 대답한 이들이 10.8%였고, 계약직/비정규직/인턴/일용직/임시직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8.1%였다. 그리고 담임목사의 종/하인/하수인이 5.5%, 소모품/부속품이라고 하는 이가 5.2%, 을/병/정/갑질당하는삶이 4%, 직원/회사원/직장인/부하직원이 3.5%, 고난/고달픈삶/힘든자/어려운삶이 3.4% 등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런 정의를 보면, 자신을 교역자나 성직자, 또는 목회자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고 지적하고, "이들이 갖고 있는 자괴감은 결국 건강한 사역이 가능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품게 했다"고 했다.

한편 조 교수는 "교회가 부교역자에 대해 갖는 인식은 두 가지"라 했는데, ▶목회자로서 설교와 예배 인도를 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교인들을 목회적으로 돌아보는 것 ▶교회에 채용된 직원으로서 적은 임금으로 많은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 등이 그것이다. 그는 "어쩌면 첫 부분은 담임목사를 보조하는 역할에 제한되어 있고, 뒷부분이 더 부교역자들의 삶에 적합한 표현일지 모른다"고 했다.

또 조 교수는 "조사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부교역자들이 '교회 내 불우이웃'이란 점"이라며 "가난하고 부족한 삶에 대해 교회가 이들을 불우이웃과 같이 대접한다"고 했다. 그는 "주머니돈과 수고비 등으로 부교역자들을 길들이고, 자신의 하수인처럼 부리면서 목회자가 아니라 모든 걸 참고 견디어야 하는 수련생처럼 보는데, 이것을 소명이라 포장한다"면서 부교역자들도 그것에 순응한다면서 "이들은 교회 내 인권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조 교수는 "과거 부교역자는 담임목회를 나가기 위한 훈련의 과정으로 이해했지만, 이제 개척이 막힌 상황에서 담임으로 나갈 자리도 부족한데, 그러다보니 부교역자가 지나가는 자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소명이 되고 사역이 되고 있다"면서 "부교역자가 임시직이 아닌, 평생직장으로 자리매김 한다면 그 자리를 교회가 인정해 주고,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부교역자 사역계약서는 부교역자 인권을 보장하고, 직장으로서의 안정된 사역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 말하고, "단순히 계약서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되는 데는 일조할 것"이라며 "이러한 인식 변화가 결국 한국교회 가려진 부분인 부교역자의 인권과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리라 믿는다"고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조성돈 교수의 발표 외에도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이렇습니다"(강문대)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사용합니다"(고형진)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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