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과 14일 장신대에서는 바른교회아카데미 주최로 제21회 연구위원회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13일과 14일 장신대에서는 바른교회아카데미 주최로 제21회 연구위원회 세미나가 열렸다. ©조은식 기자

"이름 그대로 '만인제사장론'이란 '누구나 제사장이다 혹은 제사장이 될 수 있다'고 이해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굳이 제사장(목사)가 인도하는 예배를 드려야 예배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연 루터는 이런 의미로 만인제사장론을 주장했을까?"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위의 이야기대로라면, 신학대학의 존재 의미는 사라진다. 이러한 이론에 근거해 한국에서 소위 '평신도'(신학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목사 안수를 받지 않은 신도) 중심으로 시작한 교회도 있다. 새길교회의 경우는, 담임목사가 없고 교회당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전이나 이후 모두, 사제는 교육에 의해 양성되어 왔다. 신학자도 길러냈고, 전문적인 목회자를 양성해 왔다. 최근 열린 제21회 바른교회아카데미 연구위원회 세미나에서 김판임 교수(세종대)는 "새길교회와 같은 오해에 봉착하지 않도록 만인제사장 이론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도 알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판임 교수는 "만인제사장론이란 신학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사제가 된 사람만이 아니라, 세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일반인들도 성경을 직접 읽고, 성경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으며, 따라서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루터의 이론"이라 설명했다. 이어 "사제, 특히 당시 로마 교황청의 오류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그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야 할 과제가 비사제인 세속적 권력자들에게 있다는 것을 신학적으로 주지시키기 위함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때문에 "신학 전공자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교회 안에서 같은 일을 맡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오해"라 했다.

동일한 질문에 대해 홍지훈 교수(호남신대 종교개혁사)는 "그리스도인의 세례 하나면, 모두가 제사장이 되는 것이며, 상황에 따라 사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교회의 질서를 위해 소명이 부여된 자에게 사제로서가 아닌, 목회자로서의 임무가 수여된다"고 이야기 했다.

특히 홍 교수는 "루터의 주장 배후에는 로마 카톨릭의 사제중심주의를 혁파해 사제를 제사장 위치에서 끌어내려 평신도와 똑같이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대리인"이라며 "오히려 평신도를 사제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했던 것이 만인제사장설"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루터가 '그리스도인은 모두 설교자'라고 했다면서, "강단에서 누구나 설교직을 수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복음을 삶속에서 전하는 그리스도인은 모두 설교자라는 의미"라 했다.

한편 김판임 교수에 따르면, 성서학자로서 루터는 확신했다고 한다. ▶구원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대가성 있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자유한 은혜로 얻는 것 ▶교황일지라도 그가 잘못하면 지적해서 회개하도록 해야 한다 ▶교황만이 아니라 세례 받은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하나님께 직접 가까이 갈 수 있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김 교수는 한국교회 앞에 ▶목회자나 교인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덮어주지 말고, 반드시 지적하고 징계할 것 ▶목회자나 신도들 모두 하나님의 뜻을 탐구하기 위한 성서 연구와 기도 모임에 열심일 것 ▶목회자가 신도들이나 장로들에게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오직 하나님의 진정한 뜻과 성서정신을 전할 수 있도록 목회자의 임금 제도를 공적이고 정의롭게 마련할 것 ▶개교회의 당회 구성은 안수 받은 장로만이 아니라, 교회의 다양한 구성원에 비례해 구성할 것 등을 당부했다.

바른교회아카데미 세미나는 지난 13일과 14일 장신대에서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를 이야기하다"란 주제로 열렸다. 행사에서는 김판임 홍지훈 교수 외에도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가 '만인제사장론'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박경수 교수(장신대) 박원호 목사(주님의교회) 이국운 교수(한동대)가 "교회의 정치제도와 직제"에 대해서 그리고 김인옥 교수(장신대)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정주채 목사(용인향상교회)가 "교회의 사회적 신뢰회복"을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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