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하 종교인 모임)이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세월호 유가족을 찾아 격려했다.

24일 오후 3시경 국회본청 앞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농성하는 유가족과 전날 오전부터 안산시합동분향소에서 국회까지 걸어온 유가족, 국회부터 광화문 광장까지 이들의 도보길에 동참하려는 개인들로 부산했다.

한국교계의 원로 김명혁 목사, 박종화 목사, 인명진 목사는 김대선 원불교 평양교구장, 김홍진 천주교 쑥고개 성당 주임신보, 박경조 전 대한성공회 서울대교구 교구장, 유수 스님은 세월호 가족대책위 상황실 관계자와 기자회견과 관련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에 참여하는 (정면 왼쪽부터)김명혁 목사와 박종화 목사   ©오상아 기자

의견 조율 끝에 처음에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영정사진을 모아 만든 현수막을 건 차량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계획이 바뀌어 3시 30분 유가족과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출발하기 직전 갖는 기자회견의 중간에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다.   

희생자들의 사진이 걸린 차량 앞에는 생떼같은 학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기도하는 10여명의 수녀들이 꽤 오래 머물러 있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국회부터 광화문까지 도보행렬에 동참한다고 했다. 그는 "제가 이분들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종교계에서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해도 힘이 없는 시민이니 힘이 돼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지난 토요일에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이들을 찾았다고 했다.

또 이날은 50여명의 수녀들이 도보행렬에 동참했다. 어느 수녀회에서는 10명, 다른 수녀회에서는 몇 명 이렇게 모인 것이 그렇게 많아졌다.

1시간여 전부터 내린 빗줄기도 오후 3시를 즈음해 약해져 도보 행진은 개인 날씨에 진행할 수 있었다.   ©오상아 기자

1시간 전만해도 비가 쏟아졌지만 오후 3시를 전후해 날이 갰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먼저 12일을 단식했다는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이 나와 "우리가 가야할 곳은 광화문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가능한 특별법 제정까지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1박2일 우리는 이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을 뿐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가야할 길이 멀다. 끝까지 버티자.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기 싫어하는 분들보다 1분만 더 버팁시다"고 했다.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가족들   ©오상아 기자

이어 태안사설해병대캠프 유가족 대표가 나와 "정치권, 기득권을 가진 분들은 왜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생각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특별법을 마련해 안전한 대한민국, 미래가 보장된 대한민국을 만들때까지 함께하자"고 말했다.

이때 오늘 새누리당 정책위원장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빗댔다는 소식이 전해져 분노를 사기도 했다.

민주노총 진성철 위원장의 발언 후 종교인 모임의 성명서 발표가 진행됐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세월호 참사 100일째 100리길을 걷는 유가족들을 찾아 "우리는 유가족들의 호소에 함께 하고자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오상아 기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을 들으며 수녀들이 기도하고 있다.   ©오상아 기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으로 대한민국을 안전한 사회로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서는 "우리의 풍속에는 100일이면 돌아가신 분들이 이 세상의 삶을 잘 마감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며 남은 가족들도 이제는 슬픔을 수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며 "그러나 세월호 사고는 아직도 시신조차 찾지 못한 10인의 실종자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사망·실종한 304명의 유가족들은 아직도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세월호 참사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안되고 있고 재발방지에 대한 근본적 대책마련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우리 종교인들도 유가족들의 호소에 함께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벌 제정을 호소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김명혁 목사   ©오상아 기자

또 성명을 통해 "유가족들은 대부분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받게 되는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왜 우리 아이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 진상을 확실히 규명하고 싶다고 한다"고 했다.

종교인 모임은 "우리는 유가족들이 호소하는 '세월호 진상규명, 안전한 사회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지지를 표한다"며 "우리 종교인들은 유가족들의 의견을 최대로 수용해달라는 것이다"고 촉구했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1000만인 서명운동에 이미 3백5십여만명이 함께 해 주었다"며 "우리가 침묵하면 세월호는 계속될 것이다"고도 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 100리길 도보 행진을 하는 350여명의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다시 한번 기운을 차리고 행진을 시작하자"며 길을 나섰다.

티셔츠에 자녀의 얼굴을 새기고 광화문광장을 향해 가는 세월호 유가족   ©오상아 기자
세월호 참사 100일째 국회에서 출발해 서울역을 거쳐 광화문 광장까지 가는 도보 행렬에 참여하는 수녀들   ©오상아 기자
도보 행진하는 (파란색 옷)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 담임)   ©오상아 기자

단식농성을 하는 유가족을 선두로 하고 안산 단원고 2학년 1반, 2반, 3반 ... 유가족들이 줄지어 나왔다. 전날부터 걸어와 지치고 피곤할텐데 피곤한 기색도 짙지 않고 쏟을 눈물을 다 흘려서인지 담담한 얼굴들이었다. 자녀의 사진을 가슴에 매달고, 또 티셔츠에 새기고, 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그들은 다시 행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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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화해와평화를위한종교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