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학생들이 예배 드리는 모습.   ©한신대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의 대표기도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8일 채플시간에 한 학생이 기도 말미에 "지금도 고난 받는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맺음으로써 촉발됐다.

기도가 그렇게 끝나자, 설교를 맡은 목사는 이 학생의 기도에 충격을 받아 설교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이러한 내용이 담당 교수에게 전해졌고, 담당 교수는 이 학생을 엄하게 훈계하며 징계 처분도 가능하다는 경고를 했다.

지적을 받은 이 학생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지금도 고난받는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는 기도 때문에 많은 사람이 혼란 혹은 지지한 것으로 전해 받았다"며 "이 문제를 가지고 담당 교수님과 대화를 나눴다. 교수님께서는 제가 이렇게 기도를 하게 된 의도가 무엇인지, 민중이 구원을 할 수 있냐는 저의 구원론을 물어보셨고, 너의 의견은 사적인 것이니 앞으로 공적인 채플에서는 그렇게 기도하지 말라는 말을 전해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자퇴서를 쓰고 교수님과 대화 후 신대원장님께 제출하려 했으나 자리에 없으셨고 목요일에 다시 제출하려고 했지만 많은 사람의 만류로 지금 현 시각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또, 이 문제에 대해 토론의 장이 열려야 한다고 밝히며, "문익환 목사의 기도를 올리고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며 그 내용을 올렸다.

이 학생이 올린 '문익환 목사의 기도 이야기'(『통일과 민족교회의 신학』, 한울, 13-14쪽)에는 '사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말은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중략)...하나님께서는 자기의 고난 받는 아들, 딸들이 외치는 소리이기 때문에 그 기도 소리를 거절하실 수가 없는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한신대 신학과 민중신학회 소속 학생들은 '한신 신학은 새롭게 변화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성명을 통해 "한신 신학은 자유롭고 진취적인 학풍을 자랑으로 삼았다. 나날이 변화해 가는 이 땅을 어떻게 섬기며,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하심을 어떻게 증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학문적인 신학을 필요로 했고, 그것은 곧 학문과 경건을 강조하는 진보적인 학풍의 한신 신학을 만들었던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에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벌어진 사건은 우리가 스스로 소금으로서의 제 역할을 망각하고 이웃과 하나님께 짓밟히는 길을 걷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줬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한신대 신학대학원 채플 시간, OOO 원우의 '민중의 이름 기도 사건'은 사실 이렇게 큰 논란을 불러올 사안까지는 아니"라며 "다양한 신학과 신앙고백을 존중하는 한신 신학의 학문적 풍토, 한신 신학의 학문의 장에서는 설령 그 고백이 자신의 고백과 상반된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풍성한 은총과 역사하심의 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상을 섬기려는 방법으로 자유롭고 학문적이고 진취적인 학풍의 신학교를 만들었고, 거기에서 교회가 나왔다. 이것이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시작"이라며 "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르도록 존경한다고 하는 장공 김재준 목사님을 비롯한 수많은 선배들이 교리주의와 교권주의에서 탈출한 '출애굽 사건'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학교를 학생 중심의 주체적인 학문 공동체로 새롭게 변화함으로써 오늘도 신음하고 있는 이 땅, 변화해 가는 이 땅을 섬기는 교회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 학문의 공동체가 새롭게 회복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SNS에서는 '한신 신학의 변화를 촉구하는' 성명에 대한 연서명(連署狀, 여러 사람이 서명한 문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연서명 역시 또 하나의 기도로써 한신 신학 현재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현재 연서명에는 한신대·감신대·장신대·한일장신대·가톨릭대·총신대 신학생·졸업생, 기독교한국장로회(기장) 평신도, 기장 목회자 등 각 교단 목회자들이 동참했다. 

한편, 한신대 학생회는 26일 오후 한신대 장공관 회의실에서 신대원장, 교역지도실장, 교학부장, '고난 받는 민중의 이름으로'라는 기도를 했던 김OO 학생, 22대 학생회(4명)이 함께 만나, 오해를 푸는 자리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현재 언론, SNS, 한신대학교, 타 신학대학, 기장 교회를 비롯한 타 교회, 교단으로까지 이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며 "이번 사건이 종교재판으로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며, 개인의 감정, 권위, 자존심, 상처까지 비우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교수와 학생이 논의하며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OO 학생은 이번 일로 사제지간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고 밝히며, SNS에 이 사건을 올린 것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 이 문제로 교단 안에서 분열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염려를 나타냈다.

학생들은 또, 학교 측이 징계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제3자가 이 사건을 이슈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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