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문익환 목사.
늦봄 문익환 목사. ©자료사진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31일 저녁 기독교회관에서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다시 늦봄의 사상과 꿈을 말하다"란 주제로 열린 행사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신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공동주최했다.

특별히 남북관계가 개선된 요즘, 이남주 교수(성공회대)가 "문익환 통일사상의 주요 쟁점과 현재적 의의"를 주제로 발표해 주목 받았다. 그는 먼저 문익환의 통일사상이 ▶사회개혁을 위한 노력의 연장선 위에서 형성됐다 ▶정부주도의 통일논의로부터 독립된 통일사상을 발전시켰다 ▶'4.2공동성명'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남겼다며 그 독특성을 인정했다.

이 교수는 "문익환이 당위적이거나 현실과 유리되어 있는 차원에서의 통일이 아니라, 민중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한 귀결점으로 통일을 모색했다"며 "때문에 문익환의 통일사상은 협소한 정치적 혹은 사회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 전체 민족과 민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통일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남이든 북이든 정부가 통일논의를 독점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남에서는 이에 대한 도전이 간혹 있어왔지만 이러한 경우들과는 달리 문익환 통일사상은 남한 내의 사회운동과 병행하며 발전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의 독립성과 두터운 깊이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덧붙여 "문익환이 民주도의 통일이라는 발상을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밀어붙였다"고 덧붙였다.

또 이 교수는 1989년 문익환과 허담의 '4.2공동성명'에 대해 " 남과 북이 상대를 불신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태도를 고집하지 않고 전체 민족과 민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통일방안을 논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평하고, "남북 불신이 고조될 수 있는 상황 가운데, 4.2공동성명의 정신을 새기고 그 내용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이 교수는 ▶민주와 통일의 병행 추진(한반도 변혁론) ▶남북이 동의하는 통일방안(통일 방법론) ▶'민'이 주도하는 통일운동(통일 실천론) 등 문익환의 통일사상 세 가지 주제가 모두 중요한 현재적 의미를 갖는다고 봤다.

이 교수는 먼저 " 당장 한반도의 대전환은 남북이나 북미 등 정부간 대화에만 기대는 식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고 보고, "한반도 대전환을 뒷받침하는 사회개혁이 필요한데, 이는 분단체제 하에서 남북 내부에는 남북관계 전환을 가로막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요소들이 형성되어 왔기 때문"이라 했다. 그는 "분단체제 청산 없이 남한 사회개혁은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 하고, "남한 사회 개혁 없는 통일 운동은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때문에 이 교수는 " 현재 민주와 통일, 남한의 사회개혁과 분단체제 극복을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며, 앞으로 이 방향으로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통일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민족자주나 교류협력이 모두 중요하지만 이 작업을 진행시킬 수 있는 제도적 기초를 만들지 못하면 상대를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점진적 단계적 통합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남북 공동거버넌스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남북통합이 진행되는 시기야말로 민관이 협력적 혹은 상호보완적 관계를 구축하고 민이 주도하는 합법적 남북교류공간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民주도의 통일이 남북연합의 진전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그 과정에 민의 참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남북 협력의 기초가 강화되어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겪게 되는 남북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 남북이 합의하는 부문별(인도주의 활동, 환경, 농업, 청년 등)로 교류 원칙과 방법 등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내고 그에 기초해 교류활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이 자리에서 성공회대 이남주 교수는 늦봄의 통일사상에 대해 이야기 했다.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이 자리에서 성공회대 이남주 교수는 늦봄의 통일사상에 대해 이야기 했다. ©조은식 기자

이 교수는 "(남북관계, 통일문제 등에 대해) 문익환의 통일사상이 모두 명료한 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지만, 우리가 새로운 전환기에 어떤 문제가 중요하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떤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가에 생각할 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해주고 있다"면서 "이러한 재료를 잘 활용해 주어진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고 한반도에서 대전환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남아 있는 사람들의 과제" 아니겠느냐며 발제를 마쳤다.

한편 이남주 교수의 발표에 대해 이태호 선생(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이 논찬자로 수고했으며, 이외에도 김창주 교수(한신대)와 최형묵 박사(천안살림교회)가 각각 신학과 에큐메니칼 운동 및 선교 관점에서 발표를 했다. 각각의 논찬은 민영진 교수(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이유나 박사(성균관대 초빙교수) 등이 했다.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는 심포지엄뿐만이 아니었다. 6월 1일에는 오후 2시 한신대 신대원 예배당에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가 열렸으며, 같은날 저녁 5시 문익환 통일의 집(수유리)에서는 '문익환 통일의 집' 개관식이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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