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씀 : 마 26:57-68
(61) 이르되 이 사람의 말이 내가 하나님의 성전을 헐고 사흘 동안에 지을 수 있다 하더라 하니 (62) 대제사장이 일어서서 예수께 묻되 아무 대답도 없느냐 이 사람들이 너를 치는 증거가 어떠하냐 하되 (63) 예수께서 침묵하시거늘 대제사장이 이르되 내가 너로 살아 계신 하나님께 맹세하게 하노니 네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지 우리에게 말하라 (64)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말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후에 인자가 권능의 우편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 하시니 (65) 이에 대제사장이 자기 옷을 찢으며 이르되 그가 신성모독 하는 말을 하였으니 어찌 더 증인을 요구하리요 보라 너희가 지금 이 신성모독 하는 말을 들었도다 (66) 너희 생각은 어떠하냐 대답하여 이르되 그는 사형에 해당하니라 하고

2. 묵상
"아버지, 주님을 참소하고 심판하던 무리들 중에 제가 있습니다. 멀찍이 따라가며 끝내 침묵한 베드로가 바로 저입니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오직 영원의 권위 앞에 복종하는 영생을 살게 하소서. 아멘"

유다에 의해 팔린 예수 그리스도는 대제사장들에게 넘겨진다.
대제사장 가야바와 장로들, 서기관들은 유대 종교 권위들로써 예수는 이들에 의해 심문받는다.
그 결과 신성모독의 죄목으로 사형에 처해진다.
말씀을 대하며 신앙에서 '권위'의 실체를 묻게 된다.

인간은 권위 아래에서 역사적인 삶을 살아간다.
일반적으로 권위는 우리의 삶속으로 침투해 들어와 그것을 이끌고 형성한다.
권위를 용납하는 것은 우리보다 많은 것을 가진 이들이 제공하는 것을 용납하는 것이다.

우리의 신앙생활의 요소들은 대부분은 우리 자신이 알거나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다.
신앙생활에서 권위자들로부터 전통, 관습, 제도, 교리를 전수받는 것들이다.
권위 없는 신앙생활은 스스로 하나님의 자리에 오르는 위험에 처하며, 또는 불안정과 불안과 절망속으로 내몰리게 된다.
그러므로 신앙생활에서 현존하는 권위는 필연적 요소이다.

문제는 그 권위가 정당한 것인가, 영원한 것인가에 있다.
현실적 권위라고 해서 영원한 권위나 정당한 권위가 결코 아니다.
인간의 교만은 언제든지 권위를 통해서 언제든지 하나님의 자리에 오르려 하기 때문이다.

오늘 말씀에서 현실적 신앙 권위가 영원한 권위이신 그리스도를 심문하고 정죄한다.
영원한 권위가 현실적 권위에 의해 수모당하고 고난당하고 죽임당한다.
그런데 모든 무리들은 현실적 신앙 권위를 따른다.
가장 열렬한 제자였던 베드로, 목숨을 걸고 주를 따르겠다고 호언한 베드로도 예외가 아니다.
그도 현실적 신앙 권위 앞에 침묵하며 순응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독교의 현실적 권위는 어떠한가?
이들 권위는 예수를 심문하고 죽인 유대 성직자들과 전혀 다른가?
혹은 참된 신자의 길은 오늘의 현실적 교회 권위를 거스르며 대적해야 하는가?
그들에게 넘겨줌을 당하며 그들에게 비난과 조롱을 피할 수 없는가?

인간 사회에서 현실적 종교권력은 전혀 달라진 바가 없다.
'카마라조프 형제들'(도스토엡스키)에 나오는 대심문관이 그 대변자이다.
예수 부활 후 1500년이 지나 스페인의 세비아에 예수께서 강림하신다.
대심문관은 종교 권력을 행사하는 자로, 예수를 심문하고 화형에 처한다.
대심문관의 논리는 참으로 정당해보이고 매혹적이다.

심문하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예수, 당신은 인간의 행복에 절대적인 기적과 신비와 세상 영광을 거절했소!
인류 행복에 절대적인 그것들을 당신은 광야에서 거절했소.
그 대신 불안과 혼란과 불행만을 남겨주었소. 당신은 대체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자요?
물론 노예적인 환희보다 자유로운 사랑의 갈망을 원하는 당신의 뜻은 짐작하오.
그런데 기적에 의한 신앙보다 자유로운 열망을 위한 신앙을 원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소!
아니 누가 당신처럼 하나님을 믿을 수 있겠소!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할 수 있지 않소!
인간을 그리 과대평가하지 마시오. 저들은 무력하고 비천하고 반역적인 존재요!
저들은 마귀가 주는 기적과 종교적 신비와 세상 영광에 선뜻 굴복하는 자라오!
결국 1,500년 동안 마귀의 말이 먹혀들지 않았소?'

과연 그런가?
그로부터 다시 500년이 흘렀다.
그러나 대심문관은 여전히 예수께 호통을 친다.
그는 광야에서 예수가 거절한 것을 미끼로 삼아 하나님을 믿는 자들을 낚아챈다.
저들의 신앙적 열정을 이용하여 기적의 노예, 종교 신비의 노예, 세상 영광의 노예들로 만든다.
그리고 그 심문관은 스스로 권위를 가진 하나님으로 군림한다.

아... 슬프고도 슬프다!!!
하나님과 자유로운 사랑의 교제, 영생을 상실한 세대여!
그들은 오늘도 예수를 심문하고 죽음에 넘겨준다.
그리스도의 무덤에서 삼 일간 지어지는 영생의 성소를 무참한 진리로 치부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기적과 종교 신비와 세상 영광의 노예로 몰고 간다.

*******

나는 현실적 종교 권위에 순응하는 자였다.
신앙생활에서, 목회생활에 모두 그러하였다.
성도들에게 열심히 신앙생활하게 하여, 기적과 신비와 행복을 얻게 하였다.
영생을 알지 못한 목회자로 살던 삶, 돌아보니 얼마나 비참했던가!
나의 무지로 인해 사망의 잠을 자던 영혼들...
생각하니 끔찍하고 죽음만이 합당한 죄인중의 괴수이다.

심판의 자리에서 비로소 거짓 권위를 분별하였다.
고독의 자리에서 거짓 권위에 불순응하는 용기를 가졌다.
신앙 또는 신앙의 기관이 힘을 얻고 권력을 얻는 것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왜냐하면 영원의 권위는 십자가에 달린 권위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영원의 권위에 속한 자는 그리스도의 길을 가는 자이다.
그는 영원에 무지한 채 현세의 욕망을 구하는 신앙 권위로부터 외면당하고 참소당하고 버림당한다.

나는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내가 설 자리는 소위 잘나간다는 신앙의 권력을 향유하는 이들로부터 수난당하는 자리이다.
그들 앞에서 침묵하는 자리, 침 뱉음을 당하는 자리, 주먹으로 맞고, 손바닥으로 맞는 자리이다.
그러나 나는 그 길을 외면한다. 그 길이 싫다.
수난의 길,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은 약하다.

묵상 중 어느 분에게 내가 당한 억울함, 수모를 토로하였다.
보란 듯한 현실 권력을 향유하는 이로부터 수모이다. 본질은 시기심이지만...
그 분은 사랑으로 받아주셨지만 이내 내 마음은 곤고해졌다.
나는 아직도 그리스도의 길을 회피하는 자이다.
목숨을 걸고 따르겠다고 호언하나, 실상은 두려워 떠는 자이다.
수난의 자리에서 숨고 도망하는 베드로가 내 안에 있다.
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3. 기도

아버지...
저는 진실로 현실적인 종교권위에 취했던 자였습니다.
하나님과 교제하는 영생의 실제가 부재했습니다.
그래서 기적을 구하고 종교적 신비를 구하고 세상 영광을 구하던 자였습니다.
저 한 사람의 패역이 아니라 많은 영혼들을 그리로 인도하는 소경된 자였습니다.
오, 주님! 제게 임한 하나님의 심판은 참으로 합당합니다.

하지만 심판의 자리에서 번민합니다.
비존재의 위협으로 인해 곤고합니다.
오, 주님, 뒤돌아보지 않게 하소서!
다시 신앙의 권위를 탐하지 않게 하소서. 두렵나이다.
오직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의 권위 아래 복종하게 하소서.
그리스도 안에서 보란 듯한 권위가 주는 수모를 감당하게 하소서.
자의식을 십자가에 못박나이다.

아버지...
영생을 사는 기쁨으로 그리스도의 수난의 길에 서게 하소서.
잠잠함으로 기쁨으로, 그러나 담대하게 수난의 길을 걷게 하소서.
좁을 문이나 그 안에 주님이 계십니다.
나의 유일한 권위, 십자가에 달리신 영원의 주님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서형섭 목사는...

서 목사는 하나님의 검증을 마친 영적지도자다. 한국외대에서 경영학(B.A.)와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MBA)를 졸업하고, 서울신대 신학대학원 목회학(M. Div.)을 공부했다. 논문 '말씀묵상을 통한 영적 훈련'(Spriritual Training through Meditiatioin on the Word)으로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D. Min.) 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00년 반석교회를 개척하고, 치유상담연구원에서 6년간 수학 후 겸임교수를 지내며 동시에 한국제자훈련원에서 8년간 사역총무를 역임했다.

현재 서형섭 목사는 말씀묵상선교회 대표로 섬기며 특히 '복음과 생명', '말씀묵상과 기독교 영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저술과 세미나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말씀묵상이란 무엇인가>(갈릴리, 2011년)과 최근 출간된 <복음에서 생명으로>(이레서원, 2013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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