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복권 사상 두 번째로 많은 1등 담첨금 242억원의 주인공이 된 김모(52)씨가 돈을 탕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에 불과했다.

주식 소액투자로 빠듯하게 살던 김씨는 지난 2003년 로또 1등에 당첨돼 세금을 제하고 189억원을 손에 넣었다. 물론 그는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는 당첨금을 수령한 뒤 곧바로 서울 서초구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2채를 샀다. 당시 한 채 가격이 20억원. 40억원을 들여 우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40억원을 썼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149억원이 남아 있었다. 그는 사업가로서의 성공을 꿈꿨다. 일정한 직업 없이 주식 소액투자를 해오던 그가 선택한 것은 결국 투자였다. 그는 병원 설립 투자금으로 40억원을 썼다.

탄탄대로일 것 같던 그의 인생 역전은 거기까지였다. 지인에게 20억원을 맡겼던 김씨는 '증여 받았다'고 주장하는 그 지인과 법정 다툼까지 벌이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법원은 김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김씨에게 치명타를 입힌 것은 주식이었다. 부동산 구입과 병원 투자 등으로 쓴 돈을 제외하고서라도 그는 89억원을 주식에 쏟아 부을 수 있었다. '개미 투자자'였던 김씨에게는 큰돈이었다.

하지만 2008년께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무분별하게 주식에 돈을 넣었던 김씨는 결국 돈을 모두 탕진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병원 설립에 투자했던 40억원도 서류상의 문제로 돌려받지 못했다.

큰돈을 날렸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강남'에 위치한 고가의 주상복합 아파트 2채가 있었다. '돈의 맛'을 본 김씨는 149억원을 날리고서도 여전히 일확천금을 꿈꿨다.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려 또다시 주식에 쏟아 부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아파트마저 넘어가버렸다. 1억3000만원의 빚도 생겼다.

누구도 상상하지못할 거액을 손에 쥐었던 김씨가 졸지에 땡전 한푼없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급기야 김씨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 등에서 자신을 '펀드 매니저'라고 소개하며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장모(51)씨에게 접근, 로또 당첨금 원천징수영수증과 서초구 주상복합 아파트의 매매계약서 등을 보여주며 선물투자를 권유했다.

선물 투자가 손실 위험성이 큰 만큼 장씨가 망설이자 그는 자신에게 돈이 있는 만큼 손실이 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게 해주겠다고 꾀어 1억2200만원을 받았다.

당시 김씨는 무일푼인 데다 오히려 빚을 지고 있던 상황. '대박'난 로또복권 당첨자에서 빚쟁이로, 빚쟁이에서 사기범으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정씨로부터 돈을 돌려달라는 독촉을 받게 되자 '민사소송에서 이기면 15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또다시 속여 2600만원을 더 챙기기도 했다.

정씨로부터 경찰에 고소를 당하자 잠적했던 김씨는 부동산중개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찜질방 등을 전전하다 지난 15일 강남구 논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체포됐다.

로또가 안겨다준 김씨의 '인생역전'이 끝나는 초라한 순간이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김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복권에 당첨된 이후에는 가족들과도 떨어져 혼자 살았다"며 "피해금액을 갚으면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지만 김씨가 계속 갚을 수 있다고 주장만 할뿐 실제로 갚을 능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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