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명성교회 목회세습 문제는 일단 총대들의 반발로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총회재판국이 재심하도록 결정하는 것만으로는 세습과 관련된 다툼과 논란이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총회의 민심을 아직도 읽지 못하고, 권력화 된 교회, 그 권력이 한 사람으로 부터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삼환 목사는 지난 13일 새벽기도회에서 “맞을 만큼 맞았다, 더 이상 가만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귀가 우리 가족과 교회 죽이려 한다면서 세상의 민심을 마귀에 비유했다. 기업을 물려주는 게 아니다. 십자가를 물려주는 거다. 고난을 물려주는 거다. 교회를 그렇게 생각했다면 자기들이 타락한 것이라면서 들고 일어나면 막강함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교했다. “누가 배후에 있고, 누가 연출했고, 누가 기획했는지, 누가 하수인인지 전체를 시스템으로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의 일상에 따르는 법칙이 있다. "네가 특별하다고 여기지 말라"로 시작하는 10가지 계명으로 된 얀테의 법칙(Jante Law)에는 "네가 우리와 같다고 여기지 말라" "네가 우리보다 똑똑하다고 여기지 말라" "네가 우리보다 우월하다고 여기지 말라"는 등의 말이 나온다. 여기에서 말하는 우리(us)는 주변의 집단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집단을 향한 개인의 자기중심적 시각을 경계하도록 하는 계명인 셈이다. 하여, 주변의 집단을 교회를 흔드는 마귀라고 규정하는 김삼환 목사의 시각이 놀랍다.

돌아보면 명성교회는 세습을 금지하는 조항에서 정한 ‘은퇴하는’ 이란 말은 이미 은퇴한 김삼환 목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개발하는 치밀함과, 따르지 않는 교회에는 그동안 지원하던 후원금을 끊고, 반대자들을 조석으로 찾아다니며 회유하는 집요함을 보여 왔다. 반대자들의 모임에 참석한 성가대원에게는 절차도 없이 성가대에 나서지 말라고 통고하는 상명하복 식으로 계급화 된 시스템도 보여줬다.

예장통합의 103회기 총회가 시작되던 날에는 500여명이 익산시 소재 회의장까지 쫓아가 '담임목사 청빙은 교회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하는 조직력도 보여줬다. 이미 시스템으로 대응하고 있었던 셈이다. 혹시 세습과 관련한 법률 해석을 받아들이자는 찬성자 511명을 절대적 우군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재심에서 세습불법이라는 평결이 내려진다 해도 자신들이 십자군이라고 생각하며 버틸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도 생긴다. 사실 총회는 물리적으로는 강제할 근거도 힘도 없다. 지난한 다툼이 예상되는 이유다.

민심이 총회 헌법위원회의 세습금지법 해석을 투표로 부결시키고, 재판국원 모두를 교체하고, 지난 판결을 철회토록 한 것은 앞으로 진행될 재심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상관없이 교회 세습은 무효로 해야 한다는 결의였다. 예장통합의 103회기 총회는 정의는 스스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민심에 있음을 확인시켜준 총회였다는 생각이다.

얀테의 법칙에는 이런 말도 있다.

"네가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여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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