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1분기 가계 소비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72.3%로 전년 동월 대비 2.1%포인트나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성향은 가계가 소득에서 어느정도를 소비지출로 사용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올해 1분기 소비성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됐던 2009년 75.6%보다도 훨씬 낮다.

1분기 가계소득은 451만7000원으로 2.6% 가량 늘었다. 하지만 가계소비지출은 265만원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는 유가 하락, 금리 인하, 이동전화 가입비 폐지 등의 효과로 교통비, 통신비, 주거용 연료비, 이자비용 등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에 1분기 가계 소비지출이 정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소비 성향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 아니라 내수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계소득 증가세와 소득분배 지표도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좋은 신호"라며 "4월 신용카드 국내승인액, 유류 판매량 등이 늘고 있어 소비지출도 따라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 흑자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원이 넘었다. 소득은 늘었지만 쓸 돈을 쓰지 않고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1분기 실질 소비지출은 오히려 -0.6% 감소했다. 의류·신발(-7.1%), 가정용품·가사서비스(-5.5%), 교육(-3.1%) 등 외부 요인과 크게 관련이 없는 지출도 상당 부분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소득이 오르면 소비도 따라 오르지만 다른 요인들의 영향도 받는다"며 "고령 사회를 위해 대비하고 있는 수요가 있을 수 있고 최근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 맞물려 경기 회복세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하향 조정했다. 금리인하 등의 전제 조건을 제외하면 사실상 2%대로 성장률을 낮췄다.

KDI는 올해 성장세를 제약하고 있는 요인으로 수출을 꼽았다. 반면 내수 부진은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소비 심리마저 예상을 밑돌자 올해 경제에 대한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국민계정상에 나타났던 것보다 소비가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가하락과 금리 인하로 인한 (긍정적인)영향이 가계에 전달되기 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유가하락 등의 효과가 나타나면) 소비는 앞으로 조금 더 나아지겠지만 정상적인 상황보다는 밑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 개선세가 늦어진다면 수출 부진과 맞물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내수부진 #수출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