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는 난민·이주민과 함께 하는 사순절 기도회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NCCK는 난민·이주민과 함께 하는 사순절 기도회를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9일 오후 6시 반에 개최했다.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기도회에는 한국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의 간증이 있었다. 먼저 ‘그저 사랑하다는 말 밖에’와 이적의 ‘다행이다’를 한 청년이 부르며, 기도회에 참석한 난민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이어 Kurt Esslinger 목사(미국 장로교회)가 룻기 2장 10-12절을 봉독했고, 이어 NCCK 인권센터 송병구 목사가 ‘경계선에 선 인간’을 설교했다. 그는 “룻은 유대 땅 베들레헴에 이방인, 과부, 여성의 정체성을 가진 난민 이었다”며 “어쩌면 유대인이던 시어머니보다 더 불행한 처지”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룻은 보아스의 따뜻한 환대로 그의 밭에서 이삭줍기를 할 수 있었다”면서 “또 보아스는 식사자리, 볶은 보리 등을 제공하면서 자비를 베풀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룻은 자기 미래를 개척할 줄 아는 난민 이었다”며 “난민은 자기 뿌리가 뽑혔지만, 미래를 개척할 줄 도 아는 사람”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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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K 인권센터 송병구 목사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하여 그는 “이들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과 환대를 주는 건 예수의 뜻”이라고 전했다. 가령 그는 “마태복음 25장 35절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헐벗은 자를 도울 때가 바로 예수를 영접하는 시간’이라 말씀하셨다”며 “이처럼 기대와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선행을 베풀자”고 당부했다. 더구나 그는 “난민은 우리 친절에 의지해 살아갈 수 밖 에 없는 존재”라며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개인적 도움, 사회적 보호, 국가적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박정희 시절,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일했다”며 “독일 노동법에 반(反)하는 갑질을 한국 노동자들이 많이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때 그는 “구스타프 하이네만 변호사와 법률사무소는 갑질 당했던 한인 광부들을 보호해줬다”며 “한인들에게 보아스 같은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그는 ”우리 민족도 만주, 연해주, 하와이, 동남아에 강제 징용 당했던 아픔을 지닌“만큼 ”대한민국에 자리 잡은 난민들이 새로운 문화에 정착하도록 시간을 두고, 친절을 베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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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 에스피노 필리핀 선교사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이어 간증 시간이 이어졌다. 존스 에스피노 필리핀 선교사가 발언했다. 그는 필리핀그리스도연합교회 소속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파송된 선교동역자다. 현재 오산이주민센터에서 사역하고 있다. 그는 “현재 출입국사무소에 따르면 한국에는 335,000명의 미등록 이주민들이 있다”며 “이들은 늘 체포, 구금, 추방의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일반적 인식은 서류 미비 등 불법으로 국내에 입국했다지만, 많은 경우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유로 그는 “그들은 합법적으로 입국했고, 국내 이주 정책에 따르고 있다”며 “그러나 많은 경우 인간으로서 참기 어려운 노동조건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그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노동, 성인지적 관점 등 여러 영역에서 침해받고 있다”며 “인간으로서 누릴 기본적 권리조차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재차 말했다. 따라서 그는 “이주민들이 겪는 부당한 삶의 여러 조건들을 즉각 해결하도록 근본원인을 살펴봐야한다”며 “이주민을 지원하고 돕기 위한 시스템과 자원을 활용해야한다”고 역설했다. 덧붙여 그는 “이주민에게 시급한 건 강제 이주에 대한 해결과 더불어 이들이 가족과 다시 결합해 함께 살아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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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리온샤 올리버 필리핀 이주 여성 노동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이어 제니 리온샤 올리버 필리핀 여성이 발언했다. 그는 “20년 전 한국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두 자녀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00일 갓 넘긴 아기를 필리핀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주과정에서 벌금 혹은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그는 “제 남편과 저는 딸의 평탄한 삶을 위해 이별의 아픔을 견뎌야 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그는 “남편과 나는 필리핀에 있는 딸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 한다”며 “그 아이는 지금 16살”이라고 진술했다.

나아가 그는 “한국에서 이주민으로 있을 때,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며 “작년 10월부터 3월말까지 라디오, 텔레비전, 버스 정류장 등에서 단속에 대한 정보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그는 “왜 우리를 이렇게 대할까?”, ”우리는 사람이 아닌가? 우리가 범죄자인가?“, ”저들은 1998년 대한민국 외환위기 때의 어려움을 기억하지 못 하는가?“, ”우리가 왜 현상수배 되어야 하는 것인가?“를 되물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얻은 모든 수입은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얻은 노동의 결실“이라며 ”우리는 한국인들의 직업을 빼앗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구나 그는 ”필리핀 정부는 우리를 상품이 아니라 인간으로 대하길 바란다“며 ”한국정부도 필리핀 이주민이 기계도, 범죄자도 아니라는 걸 깨닫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우리가 체포되거나 추방되는 것이 아닌 이 대한민국 땅에서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아가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뒤이어 최준기 대한성공회 사제의 집례로 경계인, 이웃들과 둘러앉은 사랑의 식탁이란 성찬식을 가지며, 난민·이주민과 함께 하는 사순절 기도회 순서는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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