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 목사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중국동포교회 담임 김해성 목사

미국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다가 재미동포의 소개로 유럽의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그들과 민족 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토론을 한 것이 포착되어 간첩죄로 기소된 유학생이 있습니다. 1985년 ‘구미유학생간첩단사건’으로 체포돼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은 분입니다. 아무런 간첩 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사형선고를 받은 사실은 외국과 인권운동가 사이에서 대단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그의 외할아버지는 목사로서 6.25 전쟁 당시 반동으로 몰려 처형을 당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반동으로 처형을 당했는데 손자는 간첩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는 안타까움이 우리 민족 분단 현실입니다. 과연 이념이 무엇이고 사상이 무엇일까요? 사람을 죽이고 가정을 파탄내는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제가 개척했던 산자교회에는 김장로님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은 전라남도 임자도 출신입니다. 그 섬에는 매년 몇 차례의 대규모 합동제사가 펼쳐집니다. 6.25 한국 전쟁이 나고 북한의 인민군들이 섬에 진입하자 지주들을 비롯하여 경찰관 등을 반동분자라 규정하고 인민재판을 통해 처형을 했습니다. 남은 주민들은 자원해서, 또는 총구의 위협 앞에 어쩔 수 없이 처형하는 일과 부역하는 일에 참여를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국군이 임자도에 진입을 했고 인민재판과 처형하는 일에 앞장을 선 사람들과 부역한 사람들을 색출해서 다시 처형을 했습니다. 그 뒤 다시 들어 온 인민군은 국군에 동조하거나 함께 했던 이들을 또 다시 처형을 했습니다. 그 이후 전쟁이 그치고 휴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숨어 있던 이들이 나와 길가에 서서 진입하는 국군을 환영하며 태극기를 흔들었습니다. 그런데 국군들은 이들을 모두 논에 일렬로 세우고 총살을 시켰습니다. 그 때 김장로님의 아버지도 처형당했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역사의 똥입니다. 분단 역시 치워야만 하는 역사의 오물입니다. 민족이 평화를 누리며 통일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기도제목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입니다. 분단의 대가는 너무나 혹독합니다. 남한만 하더라도 엄청난 국방비를 쏟아 붓고 있습니다. 2014년에만 38조 7000억원을 국방예산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 돈을 선용한다면 집이 없는 무주택자들에게 몇 년이면 집을 한 채씩 지어 줄 수 있는 돈입니다. 또한 모든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온통 장학금으로 지급하거나 면제해 줄 수 있습니다. 또한 60만여 명의 젊은이들이 동족의 가슴에 총뿌리를 겨누고 있는 생산적이지 못한 일에서 벗어나 생산활동에 전념한다면 우리나라는 엄청난 발전을 구가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를 비참하게 하는 이 분단의 현실은 명백히 우리의 책임입니다. 이 세상의 이념과 사상에 집착하고, 분단을 조종하는 세력에 편승하여 편을 가르고 죽고 죽이는 결과가 오늘 우리의 모습입니다. 결국 6.25 전쟁까지 터져 동족상잔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생이별한 가족들이 만나기는 커녕 소식조차 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의하고 약자를 억압하는 모든 악의 구조는 분단현실을 악용하며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분단의 비극은 물론 우리의 책임이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책임도 매우 큽니다. 예전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통해서 미국은 필리핀을 점령하고 일본은 한국을 점령하기로 하였습니다. 일제 식민통치하의 고통은 일본은 물론이요 미국도 책임이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드디어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우리에게는 광복이 왔습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38도선 이남에는 미국군이 진주하고, 이북에는 소련군이 진주한 결과 우리의 분단이 되었습니다. 결국 6.25 전쟁으로 초토화되고 수백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동족상잔의 비극은 깊은 상처가 되어 오늘날까지 우리를 옥죄고 있습니다. 이 분단의 비극을 마무리하고 한민족으로, 통일 조국으로 서기 위해서 남북한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해외에 있는 재외동포 729만 여명의 노력과 역할도 더해져야 합니다.

예전 우리는 주변에서 장기나 바둑을 둘 때 옆에 둘러서서 훈수를 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있는 이들은 전체 판세를 읽지 못합니다. 자신이 이겨야 된다는 승부욕아래 상대방을 공격하고 죽이는 일에 우선적으로 골몰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상대방은 어떻게 공격해 오는지를 자세히 보지 못합니다. 이 때 주변에 둘러서서 훈수를 두는 사람들은 양쪽의 의도를 객관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이런 의도를 가지고 공격하고 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저런 의도를 가지고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냉철하게 볼 수 있습니다. 명백하게 훈수를 두는 사람은 양쪽에 흐름을 동시에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연장선상에서 남한과 북한이 대립하고 있는 우리의 분단 상황도 비슷한 국면입니다. 서로를 이겨야만 하는 남북한의 대치상태에서 우리의 재외동포들은 남북한을 넘어서서 객관적으로 전체 상황을 읽고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 남북한의 민족통일을 위해 재외동포들의 역할도 꼭 필요합니다.

특별히 재외동포들 가운데서도 200만 중국동포들은 민족 분단의 가장 가슴 아픈 한 축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때 패잔국인 일본은 만주국의 모든 일본인들을 소개시켰습니다. 하지만 남북한으로 갈라져서 서로 싸운 우리들은 중국과 구소련 지역에 있는 우리 동포들을 미처 조국 땅으로 데려올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구소련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은 고려인동포가 되었고, 중국에 살고 있는 이들은 조선족 동포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초창기 중국과의 수교를 앞두고 많은 중국동포들이 꿈에도 그리던 조국을 찾아 왔습니다. 약재를 가지고 와서 서울 시청 앞에 즐비하게 늘어서서 판매했습니다.
이들에 대해 가슴아파하는 이들과 중국 약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구매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찰이 급습하였고 수사 결과 '중국 약의 대부분이 가짜 약이다' 또는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는 발표에 약재 매매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많은 중국동포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여성들은 가정부나 식당 종사자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성들은 건설 현장으로, 일용직 노동자로 산업현장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중국동포들은 꿈에도 그리던 조국을 찾아왔지만 이들은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에 불과합니다. 중국국적자로만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일부 불법체류 동포들은 지금도 체포를 당해서 가죽 수갑을 차고 강제추방을 당하는 아픈 현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재외동포법이 제정되었지만 아직도 동포로 대접받지 못하는 일들이 이들에게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법 제정 초창기에 미국과 유럽으로 간 동포들은 출입국과 체류에 있어 여러 가지 특혜를 누리게 되었지만 중국과 소련지역 동포들에는 재외동포 비자를 한 건도 내어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 재외동포법의 물꼬가 터져 일부가 재외동포비자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부잣집에 시집 간 딸은 딸이고, 가난한 집에 시집간 딸은 딸도 아니더냐?"고 울분을 터뜨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편으로 중국과 구 소련지역 동포들에게 방문취업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만 방문취업비자를 가진 자들은 무조건 단순노무직에만 종사해야 하고, 서비스 업종에 취업을 하면 체포당해서 강제 출국을 해야만 합니다. 어렵게 재외동포 비자를 가진 이들은 단순 노무에 종사하면 안된다는 규정으로 인해 체포당해 강제 추방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오늘도 온 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가 중국과 구 소련지역 동포들에게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제 세계는 재편되어 동서 냉전을 넘어서서 미국과 중국의 2강 체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중국 땅에 살면서 중국 공민으로 살아 온 우리 중국동포들이 민족의 통일을 위한 가교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중국에서 7~80년 동안 우리 한국 민족의 전통과 얼, 우리 한국어를 지금까지 잘 전수하고 보존해 왔습니다. 그러기에 이들이 중국 국적자들이지만 한국어와 중국어에 능숙한 이들입니다. 그러기에 초창기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을 때 거의 대부분의 언어 소통을 이들이 감당했었습니다. 지금도 중국진출 기업에서 중국동포들의 자녀들이 중간관리자의 역할과 언어소통의 역할을 여전히 감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옛말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동포를 비롯하여 재외동포들이 남북한의 대치상황에서 객관적으로 화해하도록 하는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기독교의 입장에서도 중국과 구 소련지역 동포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이 땅에서 승천하시며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행 1:8) 말씀하고 계십니다.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들도 이들이 우선적으로 감당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 70억 명 중 약 5분의 1이 중국어를 사용하는 중국국적 자들입니다. 또한 중국은 물론 대만과 싱가폴 등이 중국어와 관련된 국가입니다. 또한 세계 곳곳에 어느 나라든지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고 수많은 화교들이 진출해서 경제 활동을 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도 구원받아야 될 대상이라면 중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이들이 이들의 선교를 위해서 찾아 갈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세계선교는 중국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선교는 언어를 기반으로 말씀이 선포되고 전도가 이루어 진다는 사실입니다. 선교사들도 파송되면 몇 년씩 언어훈련을 우선적으로 해야 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런데 우리 중국동포들은 중국 국민이며 중국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선교에 최우선적으로 적격자라는 사실입니다. 특별히 중국정부는 여전히 3자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자전- 곧 스스로 전도하니 외국인이 전도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그러한 사실이 적발되면 체포하거나 투옥, 강제 추방 시키는 일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 이주민들과 중국동포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며 전도하고 이들을 복음의 사명자로 훈련시켜 파송할 수 있다면 가장 안전한 세계선교,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세계선교를 이루어 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중국국적자이며 중국어를 잘 할 수 있는 중국동포들이 중국의 56개 소수민족에게 다가섰을 때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알아준다'는 말처럼 좀 더 친숙하게 복음 전하는 일들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들은 중국 국적자이기에 북한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북한선교도 함께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중국동포들이 북한을 왕래하면서 문화적교류를 활발하게 하므로 통일의 촉매제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것입니다. 또한 남북한 교역의 중간 역할을 잘 감당하면 남북한을 서로 교류시키고 물자를 서로 나누며 공급하도록 하는 통일경제의 시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금강산 관광지역이나 개성공단의 경우에도 한국인을 채용하기가 꺼려지는 경우에 중국동포들이 취업을 하고 있고 이들의 역할이 분명하게 진행되어 왔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감상적으로 또는 구호적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고 외치는 것만으로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다각도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예전 저의 휴대폰의 끝자리 번호가 '8201'(빨리통일)이었습니다. 이는 빨리 통일을 이루는 것이 지상 최고의 선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전화번호를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각인 시키려고 하는 조그만 노력이었습니다. 그런데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고민하면서 '8201'이라는 전화번호를 과감하게 던져 버 렸습니다. 빨리 통일을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준비된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에서도 갑작스러운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많은 이들이 통일에 대해서 후회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서독 사람들은 동독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나누어야 한다라고 하는 부담감이 컷습니다. 한편 동독 사람들은 같은 독일임에도 불구하고 차별을 받고 있다라고 하는 것 때문에 항의를 했습니다. 서독인은 1등 국민이고,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2등 국민이며, 동독 출신들은 같은 독일인 임에도 불구하고 3등 국민으로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독 출신들은 항의를 하고 이에 대해 서독 출신들은 테러를 가는 일들까지 진행되었던 과거가 있습니다. 우리도 이념적으로나 사상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준비를 하지 아니하면 통일 이후 괜히 통일을 했다라고 하는 아픔과 갈등들이 증폭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인 교류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내용들이 필요합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함께 나누고 배려할 수 있는 구조적인 대책도 절실 합니다.

이 마지막 때에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 중국과 구 소련지역 동포들의 역할도 필요하고 재외동포들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또한 땅 끝까지 복음 전하는 일들을 위해서 우리 동포들의 역할 또한 중차대하다 할 것입니다. 이 일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 먼저 우리 한국 교회가 동포들을 잘 보살피고 섬기며,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이들을 잘 훈련시켜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주역으로 일어서도록 하는 일과,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힘과 실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우리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협력해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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