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직신학회 회장 김재진 박사
▲한국조직신학회 회장 김재진 박사 ©오상아 기자

[기독일보=신학] 지난해 10월 한국조직신학회 신임회장으로 김재진 박사(케리그마신학연구원 원장)가 선임됐다.

김 박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1년 앞둔 올해, 1973년 스위스 '로이엔베르크 협정(Leuenberger Konkordie)'에 따라 집필된 『개혁된 유럽(Europa Reformata)』을 번역 출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을 번역 출판하고자 하는 취지를 듣고자, 지난 3일 김재진 박사를 자택에서 만났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편집자 주 : 인터뷰 내용이 긴 관계로 한 질문씩 게재합니다>

- 교수님 말씀처럼 기독교인들의 신앙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성취하는 것으로 치우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예, 맞습니다. '종교'와 '기독교'의 차이가 그것입니다. '종교'는 '나의 부귀영화와 안녕을 위해서 신(神)을 믿는 것'이고, '기독교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내가 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사람은 종교인(宗敎人)이지 기독교인은 아닙니다. 기독교는 '예수님처럼, 내 뜻대로 마옵시고, 하나님 아버지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구석, 구석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자하는 그리스도인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것'이 꼭 교회활동에 참여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거짓말 하지 말아야 할 때', '거짓말 하지 않고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성경이 증언하는 말씀대로 사는 것입니다. 성경을 '캐논(Canon)'이라고 합니다. '캐논'이란, '잣대', '기준'이라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기준으로 삼아서 사는 자들입니다.

성경에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 9:27)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렇듯 자기의 삶의 마지막에 있을 심판에서 징벌 받지 않고, 구원받고자, 하나님이 말씀대로 사는 것,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죽음 이후에) '하나님의 나라'를 믿지 않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만 생각하지요, 그래서 이기적(利己的)으로 죄를 지으면서 사는 거예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않고, 그저 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고자하는 기독교인들이 되는 것을 염려해서, 그리고 그렇게 가르치는 기독교 신학에 대항하여 본회퍼가 '기독교의 비종교화'를 주장했던 것입니다. 아주 순수하게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을 믿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면 하나님 나라에 간다.'는 것을 가르쳤던 것이지요.

신학자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부인함으로써,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기 위해서 때론 고난이라도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기독교인들이 생긴 것입니다.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똑같아 진 것이지요, 이것이 '기독교가 종교화' 된 것이고, 이러한 신학으로 인하여 기독교의 부패를 가져온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한 마디로 말하면, 주기도문에서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리다!" 라고 기도하는 것처럼,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사는 것입니다.

반면에 자기의 욕심을 하나님(신)의 힘을 빌어서 이루고자 하는 것, 이것은 종교입니다. 그리고 이점이 기독교와 다른 종교와의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그런데 기독교가 타 종교를 닮아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느냐?'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온전히 살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 종교개혁 당시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Erasmus)처럼 - 지킬 수도 없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라고 기독교는 말하느냐? 고 질문할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대로 산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하느냐, 아니면 내 생각, 내 의지, 내 뜻대로 살려고 하느냐 하는 분명하고 명백한 의지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 중심'과, '나(자아), 인간 중심', 곧 '인본주의'의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그리스도인의의 삶은 '하나님 중심의 삶'이지, '인간중심의 삶'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간 중심의 역사는 - 역사를 통하여 볼 때 - 전쟁과 싸움과 시기와 질투 그리고 피 흘리는 데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성경이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고 가르쳐준 것을 나의 삶에 우선순위로 놓는 것,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내 생각은 이런데', '하나님의 뜻이 저렇다' 하면, 내 생각을 버리고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義)를 구하는 것,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의 가장 중요한 신앙이고, 이러한 신앙대로 사는 것,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비난을 받는 것은, 그리스도인들도 일반인처럼 똑 같은 생각, 똑 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기독교의 가르침은 다른 종교와 다른데, 그리스도인의 삶도 비-그리스도인들, 곧 다른 종교인들의 삶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비-그리스도인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기독교의 본질'로 돌아가고자 했던 16세기의 종교개혁이, 다시금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의 삶 속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독교가 타종교와 똑같아 지고자 하는 '기독교의 종교화'를 막는 것, 이것이 오늘의 종교개혁입니다.

기독교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 가운데 하나는 '희생', 곧 '우리를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입니다. 그런데 타 종교는 '대속의 희생' 교리가 없습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교주(敎主)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건과 부활입니다. 즉 하나님의 아들이 죄악된 인간을 위해서 죽은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기독교 신학에서 이 희생의 교리가 희석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도 섬기고 희생하려고 하지 않고, 타 종교처럼 군림하고 섬김을 받으려하고, 머리가 되고자 합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도 기독교 신학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종교개혁 신앙입니다.

다른 종교는 '내가 이만큼 공덕을 쌓으면, 하나님께서 그만큼 상급을 주신다'라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공덕(功德)신앙'입니다. 로마-가톨릭교회가 그렇게 가르쳐 왔습니다.

그러나 개신교회는 '하나님이 인간을 섬기고', '높은데 계신 분이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효도보다 크듯이, 하나님의 사랑이 인간의 공덕보다 훨씬 더 큰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삶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먼저 사랑에 대한 감사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먼저 사랑했다. 그래서 기독교인의 삶은 그 사랑에 감사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엄마가 나를 키워줬기 때문에 효도한다. 이게 기독교인의 삶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자랑할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상이 뒤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신앙의 개혁이 필요한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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