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 상임대표·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창립원장)

1.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 보수교회의 위선성과 율법 폐기의 비윤리성

한국의 초창기 교회는 그 시작부터 병원을 세워 병마를 몰아냈으며 학교를 세워 무지와 몽매를 추방했다. 또 복음의 정신으로 양반과 종의 차별, 남자와 여자의 차별을 제거했으며 삶의 개혁을 통해 미신과 악습을 철폐했고 청교도 윤리로 노동의 중요성과 근면과 성실을 가르쳐 가난을 몰아냈다.

초창기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종교 지도자이면서 애국자로서 자신을 헌신하며 삶의 모범을 보여주었고, 일반 민중들의 존경을 받았고 교회는 특히 일제 식민지 하에서 독립정신과 운동의 센터였다. 이러한 초창기 기독교의 개화와 근대화의 교량의 역할로 기독교는 외래종교였으나 한국 민중 사이에 신뢰의 뿌리를 내렸다. 한국교회는 선교 130년 만에 급성장하였으나 오늘날 한국교회 후예들은 선구자들이 남겨진 위대한 유산을 제대로 간직하지 하지 못하고 내실적인 성숙을 동반하지 못한 외형적 팽창의 병폐를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교단의 분열과 교권 싸움, 교회 내 분쟁, 대형교회 세습,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비리 등으로 인해 한국사회로부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사회인들로 부터 그리고 한국 사회 지식인들과 평신도들 사이에 안겨준 목회자 불신은 한국교회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다. 오늘날 한국보수교회의 경우에서는 교리적으로 정통주의라고 자칭하나 행동면에서는 실천적 무신론(practical atheism)을 보이고 있다. 그 구체적인 실례가 최근 한기총-한교연 분열과정과 기독교 교단 및 연합기관의 장(長)선출과정에서 돈봉투 매수사건 그리고 어느 보수교단 총무가 행한 시정 잡배 같이 칼부림의 사건 등이었다. 각종 불법이 공개적으로 드러나 보수교회의 위선성과 율법 폐기의 비윤리성이 노출되었다. 그리하여 열성있는 신자들은 신천지(교주 이만희), 하나님의 교회(교주 안산홍) 등 신비주의 이단의 낚시거리들이 되도록 하는 모판이 되고 있으며, 1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소위 가나안 신자들은 그리스도는 좋아하나 목회자들에 대하여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앙적 정체성과 윤리적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신앙적 정체성에 대해서는 칭의 교리와 예정 교리를 바르게 이해해야 하고 윤리적 정체성에 대해서는 영성 훈련에 근거한 성화의 결실을 맺는 것과 기독교적 덕성인 감사, 나눔과 섬김을 실천해야 하겠다.

(1) 신앙적 정체성

기독교 교리는 중요하다. 그런데 교리가 인격적 체험과 간증 없이 반복적으로 가르쳐 질 때 마치 신앙의 공식인냥 신자의 마음에 감동을 주지 못한다. 영성 훈련 없는 칭의 교리 주입이 오늘날 한국교회 신자들로 하여금 성화의 능력이 따르지 못하는 교리적 신앙, 외적 신앙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신자들에게 교리에 맞춰 성경을 해석해야 한다고 교리를 공식적으로 가르치면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는 실존적 신앙 체험에 등한히 했다. 정통교리를 인격적으로 수용하도록 가르치지 않아 신자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신천지나 안상홍 등 이단이나 신비주의 집단에게 빼앗기고 있다. 한국의 정통교회가 행함을 강조하지 않음으로써 은혜는 싸구려로 전락해 버리면서, 구원파 이단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다름바 없는, 사실상 ‘구원파적 복음’을 선포하고 있다.

한국교회 안에서는 칭의의 ‘종말론적 유보의 구조’가 무시되고 있다. 칭의는 미리 받았다는 선취(先取)이지, 완성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선취한 의인됨의 상태 속에서,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에 서 있어야 한다. 칭의론을 조직적으로 전개한 로마서만 봐도 3장-4장에서 칭의를 설명한 후 5장에서 ‘이 관계에 서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성화에 대한 노력없이, 견인 교리에 대한 ‘일방적이고 사변적 이해로 앙양된 잘못된 안심’은 경계되어야 한다. 칭의 교리를 부인하거나 약화시키면 안 되고, 칭의 교리와 함께 성화 교리를 분명히 말해야 한다. 바울은 빌립보 교회를 향하여 권면하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나 있을 때뿐 아니라 더욱 지금 나 없을 때에도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빌 2:12)

예정 교리와 성도의 견인 교리에는 성도들의 순종과 책임과 선한 행실을 전제하고 하고 있다는 것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일방적이고 사변적 이해로 야기된 구원에 대한 잘못된 안심은 개인적인 성화와 신앙적 열정을 약화시킨다.

(2) 윤리적 정체성

2천년대 들어와 교인과 교회의 숫자는 줄어드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교회 지도자들과 신자들이 삶에 신앙의 열매가 나타나지 않아 정직하지 못하며 공정하지 못해서 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이 믿을 만(신뢰)하지 못해서 복음 전도가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오늘날 경제적 번영 속에 도덕성의 위기가 심화되는 때, 한국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세속적인 영향에 종속되어 초창기의 높은 도덕성과 사회적 섬김을 상실하고, 물질주의, 세속적 번영주의, 기복주의에 빠지고 있다. 이런 윤리적 실패의 원인은 한국교회가 역사적 개혁신앙의 그리스도 중심성에서 떠나서 전통종교의 기복주의화, 현세중심주의적 세계관, 그리고 오늘날 세속주의가 가져온 물량주의적 사고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에 의해 즉 하나님 은혜로만 이뤄지고 지탱되는 신자의 칭의·구원에 대한 확신을 갖고, 바울이 권면하는 것 처럼 신자는 칭의(구원)를 ‘두려움과 떨림으로’ 이뤄가야 한다: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나 있을 때뿐 아니라 더욱 지금 나 없을 때에도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빌 2:12).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순종하여, 즉 우리의 실존에서 하나님·이웃 사랑의 계명을 성령의 도움으로 지킴으로써 의의 열매를 맺는 삶을 살아야 한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때 있을 하나님의 최후 심판을 늘 의식하면서 의인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종말론적 의식을 가지고 오늘 하루를 살아 나가야 한다.

우리 기독교인에게는 이게 가장 적합한 말씀이 예수님의 산상설교에 있다.“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러면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더할 것이라”(마 7:33). 먼저 하나님 나라를 구하면 하나님이 그의 나라와 이 세상의 복도 주실 것이다. 그러나 악마 메페스토펠레스(Mephistopheles)와 영합한 파우스트(Faust)처럼 세상의 나라를 먼저 구하면 하나님 나라와 이 세상의 복도 다 날라가게 될 것이다.

/글=기독교학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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