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WCC 반대운동 성명서 5가지 입장에 대한 해명 -

김영한 기독교학술원 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AEA 신학위원장/KEF 신학위원장) ©기독일보DB

■ 머리말

오늘부터 서울에서 WEA(세계복음연맹) 지도자들이 와서 한국기독교지도자들과 공동의 선교관심 사항에 관하여 회의를 하고 있다. 필자는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나 한교연(한국교회연합)의 회원이 아니어서 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WEA·WCC 반대운동연대 일동(http://cafe.daum.net/wccpusan)이 이번 서울 모임(2월 29일-3월 5일)에 대하여 반대하여 조선일보 2016년 2월 25일자 A32면에 성명서(제목: WCC 형님, WEA에 대한 우리의 입장)를 발표하였다. 필자는 이 성명서를 읽고 WEA 산하에 있는 AEA(아시아복음주의 연맹) 신학위원장과 KEF(한국복음주의협의회) 신학위원장으로서 상당한 오해가 있는 것을 보고 책임감을 느끼고 이에 대한 해명의 글을 발표하고자 한다.

I. WEA는 성경의 권위를 믿고 정통신앙을 계승하고 고백하는 세계복음주의자들의 연합체다

WEA는 성경의 권위, 삼위일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믿는다. WEA는 성경이 신앙과 삶의 유일한 규범임을 천명하며, 사도신경에 천명된 삼위일체 하나님과 니케아-콘스탄티노블 신경에 고백된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믿으며, 성령의 하나님 되심을 천명한다. 그리고 초대 교부와 종교개혁자들에 의하여 천명된 정통기독교 신앙과 교리를 믿는다.

WEA가 WCC와 로마 가톨릭과 대화를 하는 것은 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바 같이 동방 정교회, 서방교회(로마 가톨릭), 개신교(장로교, 루터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성공회 등을 총칭) 등은 삼위일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믿는 니케아 신경과 칼게톤 신경을 고백하기 때문이다. WEA는 십계명의 둘째 계명인 우상숭배 금지를 수용, 실천하고 있으며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하는 종교다원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WEA는 자유주의 신학을 거부한다 그 이유는 자유주의 신학이 성경의 무오와 영감을 부인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을 믿지 않고 만인구원론이나 진화론과 상황윤리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WEA는 중세 로마 가톨릭이 타락하여 면죄부를 팔고 연옥설이나 신인협력설을 주장했던 것이 잘못된 것으로 보며 루터와 칼빈이 이에 항의하여 종교개혁을 단행하여 하여 천명한 이신칭의(sola fide)의 복음을 믿는다. 가톨릭 수장인 교황도 오늘날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중세의 면죄부로 치부한 적그리스도인 교황(레오 10세)과는 다르다고 본다. 역사적 개혁교회는 천주교 신자가 이적해 올 경우에는 입교문답만 하고 재세례를 베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미 그가 천주교 세례에서 성부, 성자, 성령으로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재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화란의 개혁정통신학자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도 로마가톨릭을 기독교의 한 분파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로마 천주교 신앙이 참 신앙의 기독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자는 로마 가톨릭의 연옥설, 교황무오설, 신앙과 행위로 인한 구원론, 마리아 승천교리, 외경 인정, 이제는 폐기된 면죄부 교리, 종교다원주의 인정 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II. WEA가 선교정책에서 타종교와 협력하는 것은 신앙과 행위에 있어서 이중행동이 아니다

WEA는 개인구원을 핵심으로 하는 복음전도(evangelism)를 주요 선교정책으로 가지고 있으나 사회구원을 중요시하는 WCC의 선교정책을 존중한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복음주의 교단들과 한국에서도 예장 통합, 백석 교단, 감리교, 구세군, 성공회, 하나님의 성회 등이 WCC 운동에 협력하고 있다. WCC 안에 동성애와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는 교단이 해외국가 미국이나 영국 등지에서 참여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게 사실이다. WEA도 이에 대하여 불편하고 느끼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고 WCC는 동성애와 종교다원주의를 공식적인 강령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WCC 반대운동연대가 WCC를 이단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다. 우리는 WCC와 로마 천주교의 일부 교리와 선교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몇가지 흠이 있다고 하여 한 단체를 통째로 이단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바른 그리스도인이 할 수 있는 태도는 아니다. 이단 정죄는 하나님이 최후의 심판 때 하실 일이다.

오늘날 한국보수교회의 경우에서는 교리적으로 정통주의라고 처신하나 행동면에서는 실천적 무신론(practical atheism)을 보이는 경우가 최근 한기총-한교연 분열과정과 기독교 교단 및 연합기관의 장(長)선출과정에서 돈봉투 매수사건 등 각종 불법이 공개적으로 드러나 보수교회의 위선성과 율법을 폐기한 비윤리성을 보여주었다.

III. WEA는 "오직 예수 구원"이라는 개종 전도를 원칙으로 한다

WEA는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행 4:12)를 전도의 금과옥조로 받아들인다. WEA는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라"(마 28:19)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과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는 전도명령과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의 십자가 대속 복음 증인의 사명을 강조하고 있다.

WEA는 무종교 불신자들에 대하여 개종전도 금지를 선언한 것이 없다. 단지 기독교라는 큰 테두리 안에 있는 교인들(동방정교회, 로마 천주교, 개신교)을 각기 자기 교파로 개종시키는 것은 복음전파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협의한 것이다. 우리 개신교 안에서도 장로교인들이나 감리교인이나 성결교인이나 침례교인이나 구세군교인이나 순복음교인을 자기 교단의 교인으로 개종시키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IV. WEA는 종교혼합주의를 표방하지도 실천하지 않는다

WEA 신학위원장 슈마허 박사가 "WCC제 10차 부산총회(2013년 10월 30일)에서 WEA는 WCC와 입장을 같이 한다"고 발표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2014년 5월 22일 로마 천주교와 정교회와 함께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 일치 협의회"를 구성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성경의 권위를 믿고 같은 니케아와 칼케톤 신경을 믿는 기독교 단체로서 신앙과 직제, 선교에 있어서 서로 교제하고 협력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을 비성경적이거나 반기독교적 교리와 제도를 수용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

지상에는 제도적으로는 온전한 교회나 교단이 없다. 우리 모두가 칭의를 받았으나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지는 죄인이기 때문이다. 바울은 빌립보교인들을 향하여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빌 2:12)라고 권면하였다. 그러므로 루터는 그리스도인을 "의인이면서 동시에 죄인"(simul justus et peccator)이라고 하였다. 교회나 교단은 교인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어느 모임이나 단체도 허물없는 기관이 지상에서는 없다. 그러므로 허물이 있으나 서로 인정하고 배우고 교제하면서 협력하고 연합을 추구하면서 성화(聖化)되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이 교제, 협력과 연합은 성경의 지침과 그리스도 신앙의 테두리 안에서 행해져야 한다. WEA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보다 종교 통합을 우선시하지 않는다. WEA는 "그리스도와 벨리알이 어찌 조화되겠느냐"(고후 6:15)는 사도 바울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천하고 있다. WEA는 분명히 그리스도와 벨리알을 동시에 섬기는 종교혼합주의를 배격하고 있으며 기독교 교파 간의 교제와 협력과 연합을 목적으로 성경적 사도적 종교개혁적 신앙을 포기하지 않는다. WEA는 하나님을 올바르게 섬기는 것을 최고의 가치요 신앙으로 보고 일차적으로 복음전도를 실천하고 있다.

V. WEA는 한국교회가 분열되지 않고 하나가 되기를 원한다

WEA 본부는 이번 서울 개최 세계지도자대회에 한기총과 한교연이 함께 참여하여 이 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해주기를 사전에 요청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WEA는 서울개최 세계지도자대회가 서로 연합하여 진정한 세계복음주의자들의 교제와 협력과 연합의 장이 되기를 희망하였다. 그런데 한교연이 공동개최는 물론 이에 참가하는 것까지 반대 결의한 것으로 안다. 한국의 복음주의 연합단체가 둘로 갈라져 있는 것은 세계교회와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향하여 덕이 되지 못한다. 양측 지도자들은 자기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무조건적으로 둘은 빠른 시일에 하나가 되어야 한다.

VI. 역사적 개혁주의는 근본주의가 아니라 열려 있는 정통주의다

이 해명서를 쓰는 필자의 신학적 입장은 어거스틴, 루터와 칼빈와 조나단 에드워즈, 헤르만 바빙크로 이어지는 역사적 개혁정통주의를 추구한다. 진정한 개혁주의는 자기만 옳고 자기와 다른 것은 이단으로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하나의 상대적인 입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우고 나누고 섬기는 태도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하나님 말씀만이 역사와 시대를 초월하여 절대적이고 항구적이나 그 외 교단이나 교리들도 정확무오한 말씀에 비추어서 항상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 합리적 보수와 정통신학은 근본주의와는 다르다. 근본주의는 오늘날 이슬람 극단주의에서 볼 수 있는 바같이 자기들의 교리만 옳다고 하고 그 외 다른 입장들을 이단적인 것으로 정죄하는 입장이다. 이는 교회와 교단을 분리시키고 정죄함으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함으로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정통주의는 칼빈주의만이 아니라 종교개혁자들의 신앙과 교리를 따르면서 서로(루터교, 개혁주의, 성공회, 장로교회, 감리교, 성결교) 간에 존중하고 배우고자 하며 사회 개혁적 관심을 가지는 태도를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한 역사적 개혁주의는 열린 보수주의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성경적이고 복음적 포용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가 말한 바같이 열린 사회는 발전하나 닫힌 사회는 수구화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

필자가 소망하는 바는 성경이 가르치는대로 비록 교리적 입장을 다르다 하드라도 이번에 서울에 참가하는 WEA 세계지도자들에 대하여 이들을 환영하고 우리의 손님으로 따뜻하게 대접하여 이들이 한국 기독교인의 친절한 태도를 보고 형제애 감명을 받고 돌아가도록 하는 귀한 시간이 되기 바란다. 1년 반 전 부산 2013년 WCC대회에서는 한기총을 비롯한 대표자들이 부산 총회를 반대하여 대회 진행을 방해함으로써 해외대표들이 한국기독교인의 무례한 신앙 양식에 의아감을 가지고 가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2013년 10월로 예정된 WEA 서울 대회가 무산 된 것이다. 이번 서울 WEA 세계지도자대회는 그러한 국제적 실례를 만회하는 기회로 마련된 것으로 안다. 이번에는 그러한 예의에 벗어난 불미스러운 일이 없기를 바란다.

"옳다 인정함을 받는 자는 자기를 칭찬하는 자가 아니요 오직 주께서 칭찬하시는 자니라"(고후 10:18).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누구를 막론하고 네가 핑계하지 못할 것은 남을 판단하는 것으로 네가 너를 정죄함이니 판단하는 네가 같은 일을 행함이니라"(롬 2:1).

2016년 2월 29일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AEA 신학위원장/KEF 신학위원장)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영한칼럼 #김영한박사님 #WEA #W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