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김정욱 목사 사건과 장성택 처형의 여파가 북한 땅, 많은 지역에서 계속되었습니다. 함경도의 한 주요 지도자는 2, 3명의 소조 기도 모임을 당분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알려왔고, 평양지역 교인들은 한 해 동안 초긴장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선교물품은 거의 4개월 이상 북한 교인들에게 전달될 수 없었습니다."

북한이 13년째 세계 최대 기독교 박해국가로 선정된 가운데, 한국오픈도어선교회 공동대표(국제관계)이자 북한사역 대표를 맡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김성태 선교학 교수가 지난 10일 작년 한 해 동안의 북한선교 현장 상황과 사역을 보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 박해받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돕는 국제선교단체인 오픈도어선교회는 1991년부터 기독교박해순위(WWL·World Watch List)를 발표해 왔으며, 북한은 크리스천이 가장 극심한 박해를 받는 국가로 2002년 이후 13년째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김성태 교수(총신대 신대원 선교학)   ©기독일보DB

김성태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전한 종합선교보고서에서 독재정권이라는 철의 장막 가운데서 고난받는 북한 교인들의 실상에 대해 전했다. 김 교수는 "몇 년 전, 평상시에는 2, 3명의 소조 단위로 은밀하게 모였던 북한의 그리스도인들이 성탄절을 경배하기 위해 모였다가 모두 체포됐다"며 "지도자는 처형되고 남은 교인들도 가족들과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 이 단편의 사건이 북한의 모든 그리스도인의 실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혹독한 핍박과 시련이 있는 형극의 땅이지만, 주님의 탄생은 북한 교인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고, 절망의 땅에 소망의 기쁜 소식"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 교인들에게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으로 말미암아 모든 고난을 이길 수 있는 믿음의 비밀이 되며 천국의 소망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북한 선교현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영적 전쟁의 장소"라며 "삼위일체 하나님은 실수가 없으시지만, 그분의 부르심을 받들어 북한 교인들을 섬기는 우리 자신의 나태함과 불신앙, 불순종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연약한 육신을 가진 북한 교인들도 때론 사단의 올무와 흉계에 빠져서 고통을 당한다"며 "우리 자신을 바라볼 때 이 싸움에 승산이 없는 것 같지만, 하나님은 결단코 우리의 연약함을 모르지 않고, 우리의 실수와 불신앙을 그대로 놔두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님의 생명이 우리에게 있고, 그분의 강함과 충만함, 영광과 치유, 온전함이 우리를 이끌어 가신다"며 "북녘 동토의 땅에서 북한 교인들을 돌볼 수 있었던 모든 선교작전은 오직 주님을 통해서 가능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새해에도 주님 때문에 북한선교는 계속 전진할 것"이라며 "모세를 통해 그분의 백성을 구출하셨듯이 연약한 일꾼이지만, 북한선교로 부름 받은 우리 모두를 통해 그분의 백성을 여러 모양으로 구출해 내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러분의 기도와 후원이 북한 땅 구석구석의 성도들에게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압록강 너머 북한 마을이 보인다.   ©오픈도어선교회

그는 2014년 한 해 동안 김정욱 목사 사건과 장성택 처형 여파가 북한선교 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 북한 장마당 물가가 불안정해 주민이 고통 당했고, 황해도 교인들은 가을걷이를 했지만 기근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으며, 그나마 거둔 곡식을 각종 명목으로 강탈하는 지역 당국의 횡포에 무기력함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김정은의 우상화 작업은 가속화되었고 주민의 경제적 삶의 개선을 위한 건전한 경제정책 대신, 추종자들이나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한 골간(骨幹)들의 살림집 건설 등 선심성 일에 막대한 자금이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평양을 중심으로 놀이시설과 전국의 유흥시설 건축에 천문학적인 돈이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돌격대나 군인들을 건설 현장에 내모는데, 이들 모두 건성으로 일할 수밖에 없고, 부실공사의 좋지 못한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붕괴 사건 외에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크고 작은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북한 내 민심이 흉흉하다"며 "혁명의 수도라 불리는 평양에서도 반 김정은 삐라와 벽보가 부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에 대한 핍박도 심해져 국경 지역에서 북한 월경자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사역하던 조선족 교인이 대낮에 납치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김 교수는 "북한과 중국 당국이 선교사들과 선교 일꾼들을 차단하는 일에 맹렬한 기세로 몰아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꽃제비들 모습   ©오픈도어선교회

이 가운데 오픈도어선교회는 작년 북한 교인들의 생존을 돕기 위한 '까마귀 작전'을 5차례 실시, 북한 교인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과 양식을 적당한 때에 공급했다. 신앙서적 등 생명의 양식을 전달하는 '베들레헴 작전'은 북한 내부 사정으로 오래 지연됐지만, 작년에 다시 시작됐다. 김성태 교수는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셔서 목표보다 적은 분량이지만, 북한 성도들이 필요로 하는 신앙서적을 들여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출애굽 구출작전'도 원래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었지만, 북한 내부 사정이 심각한데도 북한 교인들의 결단과 헌신, 용기로 몇 가정을 구출해 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이 이들을 안전지대로 옮겼지만, 몇십 년 동안 신앙 때문에 고통 당한 이들이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며 물질적 후원뿐 아니라 기도 등 이들을 위한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경 지역 안전가옥 사역과 보호처소 사역도 북한 내부 사정의 악화로 많은 제약이 있었다"며, "그래도 꾸준히 사역이 계속됐고 많은 결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북한으로 귀환하는 중 어려운 일을 당한 분들도 있었다"며 "사역의 안위를 위해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안타깝지만,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현존의 사역인 '두란노서원 작전'도 현장 사역자들이 직접 공격을 받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사역 전망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밝다"며 "하나님께서 어려움 중에도 위로하시며, 불가사의한 그분의 손길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김성태 교수는 "하나님께서 한쪽 선교현장이 사단의 치열한 공격으로 어려움 당할 때, 또 다른 선교의 문을 열어주셨다"며 북한에서 새로운 기회의 문들이 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에는 새로운 추수 터에서 그분이 이미 예배하신 알곡을 거두게 될 것"이라며 "북한선교사역은 아무리 악조건 상황에서도, 사단의 발악적인 공격이 있지만, 우리들의 실수보다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인한 승리와 결실, 전진과 영광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승리의 모든 소식을 자세히 전달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며 "새해에도 여러분의 사랑과 기도, 후원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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