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혁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전 회장) ⓒ 기독일보DB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한국교회의 위기와 미래"란 주제로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발표가 17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개회예배 설교를 맡아 전한 김명혁 목사는 한국교회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약함'과 '섬김'을 제시했다.

김명혁 목사는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는 십자가 상에 나타난 성자 예수님께서 친히 몸에 지니신 '약함'과 '어리석음'의 영성과 함께 '착함'과 '섬김'의 윤리성을 몸에 지니고 살다가 죽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존 스토트 박사와 잠시 대화를 나눈 일이 있는데, 그가 남긴 귀중한 가르침들 중에서 '균형'과 함께 '약함'과 '섬김'에 대한 가르침은 위기에 처한 오늘의 한국교회가 귀담아 들으며 가슴과 몸에 깊이 새겨야 할 가르침들"이라 이야기 했다.

그는 "주님께서 지니셨던 그리고 우리 선배님들이 지니셨던 회개의 기도를 드리면서 가난하게 약하게 어리석게 고통스럽게 청빈하게 그리고 사랑하면서 섬기면서 화해하면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살다가 죽게 하시기를 바라고 소원한다"고 했다.

다음은 설교문 전문이다.

제목: 한국교회의 위기와 목회자의 영성과 윤리성
본문: 고전 2:1-5, 막 10:45
설교: 강변교회 원로 김명혁 목사

교회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성자 예수님께서 피로 사시고 세우신 교회들이 40년 또는 80년 동안 건강하고 아름답게 유지된 때는 거의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거의 예외 없이 세속화되고 인간화되어 타락하고 말았습니다. 구약에 보면 사사 시대에도 7번이나 타락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결국 하나님의 채찍이 일곱 번 주어졌습니다. 그러면 얼마 동안은 괜찮았습니다. 그러다가 40년 또는 80년이 지나면 또 세속화하고 인간화되어 타락했습니다. 결국 하나님의 채찍이 또 다시 주어지곤 했습니다. 초대교회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10번의 박해가 주어졌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교회를 정화시키시는 불가피한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도 과거 일본 통치 때나 공산 통치 때에 박해가 주어진 것은 불행한 일 같이 보이고 악의 세력의 득세같이 보이지만 그런 박해 때문에 오히려 교회가 더 교회다워졌다고 생각합니다. 박해와 고난을 몸에 지닌 신앙의 선배님들은 교회 안에서는 물론 사회에서도 존경을 받았습니다. 6·25전쟁 이후도 얼마간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68년 동안에 박해가 거의 없었습니다. 지난 68년 동안 별 제재가 없자 교회는 돈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교회가 세속화되고 인간화되어 타락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를 더 지적하면 교회 안에 의인의식과 분노와 정죄가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장로교회가 300여 개로 갈라져서 분쟁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 무엇입니까? 물론 환난과 박해의 바람이 다시 불어와서 환난과 박해의 몽둥이로 두들겨 맞는 일이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고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는 십자가 상에 나타난 성자 예수님께서 친히 몸에 지니신 “약함”과 “어리석음”의 영성과 함께 “착함”과 “섬김”의 윤리성을 몸에 지니고 살다가 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존 스토트 박사는 “약함을 통한 능력” (Power through weakness) 이란 제목의 설교에서 “약함’의 중요성을 사도 바울의 고백을 근거로 구체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고전1:18-2:5에 능력이란 말이 다섯 번 나옵니다. 능력이란 말은 우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말입니다. 권력에 대한 갈망이 교회 안에도 선교단체들 안에도 나타납니다. 설교의 강단에까지 권력에 대한 야망이 나타납니다. 고린도 전서의 중심 주제는 권력이 아닙니다. “약함을 통한 능력” 입니다. 사도 바울은 복음과 복음을 받는 자와 복음을 전하는 자에게 나타난 “약함을 통한 능력”을 언급합니다. 희랍과 로마세계는 철학을 세상의 지혜로, 웅변술을 세상의 능력으로 숭상하고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거부했습니다. 바울은 인간의 철학 대신 십자가의 지혜를, 인간의 웅변술 대신 십자가와 성령의 능력을 내 세웠습니다. 바울이 전한 십자가의 복음은 유대인들에게는 연약한 것이었고 헬라인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적용됩니다. 권력을 숭배하는 현대인들에게 십자가는 거리끼는 것이 되고 자신을 확신하는 현대 지성인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이 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우리가 믿는 십자가의 복음입니다. 바울은 복음을 받은 고린도 교회 신자들의 약함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혜 있는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력 있는 자가 많지 아니하며” 라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세상의 강한 자들이나 지혜로운 자들이 구원 얻기를 원하면 그들이 먼저 약해져야 하고 어리석어져야 하며 그들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바울은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인 자기 자신도 약하고 떠는 자라고 지적했습니다.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며 두려워하며 심히 떨었노라”(2:3). “바울은 무슨 물건이며 아볼로는 무슨 물건이냐?”(3:5). 자기는 “만물의 찌끼”(4:13) 같은 존재라고 까지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약한 설교자에 의해서 전파된, 약한 사람들에 의해서 받아진, 약한 메시지인 십자가의 복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삼중적인 “약함”을 통해 하나님의 능력이 그때에도 나타났고 지금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계시록은 능력의 상징인 하나님의 보좌 위에 “약함”의 상징인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이 서 계심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존재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되기를 원합니다.』 존 스토트 박사는 오늘날 세계 곳곳을 다녀보아도 바울처럼 자기의 “약함”과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진정한 기독교 지도자들을 찾아보기가 너무나 어렵다고 고백했습니다. 설교 후 저는 스토트 박사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교회 안에도 유교적 또는 세속주의적 권위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나눈 일이 있었습니다.

존 스토트 박사는 “약함”과 함께 “섬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존 스토트 박사는 예수님의 삶과 사역을 가장 분명하게 묘사한 성경 구절이 막10:45 이라고 지적한 일이 있습니다. 즉 예수님의 삶과 사역의 특징은 고난과 희생의 “섬김”이며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삶과 사역도 희생과 봉사의 “섬김”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존 스토트 박사의 설교를 다시 인용합니다. 『성자께서 세상에 오신 주요 목적은 독특한 것입니다. 그는 친히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러” 오셨다고 했습니다. 그의 당대인들은 지배력을 가지사 만백성들에 의해 섬김을 받으시는 다니엘의 묵시적 인자의 환상에 친숙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섬김을 받으시기 전에 섬겨야 하실 것과 지배력을 얻으시기 전에 고통을 감내해야 하실 것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10:45). 대속의 제물은 그 분만이 바칠 수 있는 제사였고 그것이 “섬김”의 삶의 결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섬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목회와 선교는 “섬김”의 목회와 선교가 되어야 합니다. “섬김”과 사회봉사는 복음전도의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존 스토트 박사님께서 남기신 귀중한 가르침들 중에서 “균형”과 함께 “약함”과 “섬김”에 대한 가르침은 위기에 처한 오늘의 한국교회가 귀담아 들으며 가슴과 몸에 깊이 새겨야 할 가르침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너무 강하게 되었고 너무 명예와 자리 추구적이 되었고 너무 극단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신앙의 선배님들은 거의 모두 십자가에 나타난 “약함”과 “어리석음”의 영성과 함께 “사랑”과 “섬김”의 윤리성을 몸에 지니고 가난하게 고통스럽게 청빈하게 사랑하면서 섬기면서 가볍게 살다가 죽으셨습니다. 길선주 목사님, 이기풍 목사님 최권능 목사님, 주기철 목사님, 이성봉 목사님, 손양원 목사님, 한경직 목사님, 장기려 박사님들께서는 거의 모두 십자가에 나타난 “약함”과 “어리석음”의 영성과 “사랑”과 “섬김”의 윤리성을 몸에 지니고 회개의 기도를 드리면서 가난하게 고통스럽게 청빈하게 사랑하면서 섬기면서 화해하면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살다가 죽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 모두에게 긍휼을 용서와 자비와 사랑과 은혜를 베푸셔서 주님께서 지니셨던 그리고 우리 선배님들이 지니셨던 회개의 기도를 드리면서 가난하게 약하게 어리석게 고통스럽게 청빈하게 그리고 사랑하면서 섬기면서 화해하면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살다가 죽게 하시기를 바라고 소원합니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세상이 귀중하게 여길 수 있는 귀중하고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을 다시 지닐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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