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하고 있는 길희성 박사(오른쪽)와 논찬자로 나선 김경재 박사.
발표하고 있는 길희성 박사(오른쪽)와 논찬자로 나선 김경재 박사. ©이수민 기자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새길기독사회문화원(이하 문화원)이 지난 2일오후 장공기념사업회와 경동교회 후원으로 경동교회 장공채플실에서 길희성 박사(심도학사 원장,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의 저서 "신앙과 이성 사이에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길희성 박사는 먼저 역사적으로 기독교가 만난 3가지 신학적 도전이 있는데, '그리스의 형이상학' '근대 자연과학' '동양종교들' 등이 바로 그것이라 했다. 그는 "그리스 철학, 형이상학과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 중심의 소박한 성서적 신앙의 종교가 철학적 기반을 가진 신학(theology)의 종교로 탈바꿈 했다"면서 "이는 교부시대와 중세시대를 주도하고, 중세문명을 건설하는 등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길 박사는 "종교개혁 후 개신교 신학이 가톨릭을 거부하면서 오직 성서, 오직 은총, 오직 믿음만 외치는 편협한 종교가 됐고, 개신교 정통신학을 수립했지만 신학다운 신학이 되지 못한 채 오히려 오늘날 신앙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어 위기를 초래했다"면서 "특히 오늘날 역사의 하나님, 이야기 중심의 성서 신앙이 위기를 맞게 되자 동시에 (신학 역시)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도전인 근대 과학과 관련, 길 박사는 "과학으로 말미암아 성서의 이야기 신앙은 물론이고 중세 형이상학과 기독교 철학, 그리고 목적론 사고와 세계관이 모두 흔들리면서 기독 신앙 전체의 위기가 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현대 기독교는 근대 과학이 초래한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다양한 신학의 등장에도 불구, '근본문제' 곧 신관의 문제는 해결치 못했다면서 "현대 기독교의 위기는 곧 신관의 위기"라 봤다.

세번째 도전인 동양종교와 관련, 길 박사는 "동양 고등종교 및 철학적 종교는 (기독교와) 전혀 다른 신관과 종교관, 구원론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전통적인 서구 신학적 성서적 신관이 문제가 많다"면서 "신은 한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고 거기에 갇힐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폴틸리히의 말을 빌어 "적어도 기독교 신학이 배타성과 독선을 벗어나, 타 종교에 개방적이고 대화적인 다종교적 신학, 다원적 신학이 필수"라 주장했다.

이러한 도전들에 대한 언급 후 종합적으로 길희성 박사는 "기독교 진리가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고, "모든 종교가 '보편적 진리'의 광장에서 만나고 진리를 추구하고 공유해야 한다"면서 "종교다원주의가 아닌 '종교다원적' 신학이 필수"라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최소한 시대적 요청이라 말하고, "결코 한 종교(기독교 - 편집자 주)의 특수성을 무시하거나 도외시하자는 것이 아니"라며 "다만 진리 앞에서,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자는 것"이라 했다.

새길기독사회문화원이 2일 경동교회 장공채플실에서 길희성 박사의 저서
새길기독사회문화원이 2일 경동교회 장공채플실에서 길희성 박사의 저서 "신앙과 이성 사이에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수민 기자

특별히 이성적 현대인들이 믿지 못하게 혹은 신앙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성경 속 '기적 사건'과 '신정론'(theodicy)에 대해 길 박사는 "역사에 개입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행위'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진화적 창조'로 이해하는 입장"이라 밝히고, "기적에 대해서 신의 자유와 행위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지만 신앙주의(fideism)의 입장(기적은 입증될 수 없고,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을 취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신정론'에 대해 길 박사는 "악을 통해 더 큰 선을 이룬다는 잔인한 하나님에 대한 설명은 신에 대한 모독이며, 악을 경험하는 인간에 대한 모독"이라 말하고, 자신은 차라리 비록 유한한 힘을 지닌 하나님이지만 전적으로 선하진 사랑의 하나님을 택하겠다고 했다. 그는 "신은 악에도 불구(in spite of)하고 선을 이루지, 악을 통해서(through) 선을 이루진 않는다"면서 종말론적인 희망이 우리들에게 있음을 이야기 했다.

비인격적·비인간적(?)인 신으로 굳어진 전통적인 '신관'을 대폭적으로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길 박사는 "편협성을 극복하기 위해 동서양의 형이상학적, 그리고 과학적 통찰 및 이성과 조화를 이루는(적어도 모순되지 않고 양립 가능한) 신학"이 필요하다면서 계시와 은총, 신학과 철학/종교학/종교철학, 신앙과 이성, 초자연과 자연의 새로운 화해와 일치를 추구하는 '자연적 초자연주의'(natural supernaturalism), 자연과 초자연의 대립적 구도를 넘어서는 '동양적 자연주의'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길 박사는 개신교 신학의 편협한 오직주의(sola fide, sola scriptura, sola gratia)를 극복하고, 현대적 관점에서 과정신학, 에코페미니즘, 동양사상, 진화론, 그리고 이성(자연)을 존중하는 가톨릭의 신학정신이 오히려 그것과 가깝다고 했다. 이어 "은총은 자연(이성)을 폐기/파기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한다"는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의 말을 인용한 그는 현대신학과 철학의 비극인 무기력성과 세속화된 이성이 극복되고, 목적과 의미가 사라진 세계·인생 가운데 목적론적 사고와 세계관의 부활이 필수임을 역설하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길희성 박사의 강연 외에도 김경재 목사(한신대 명예교수, 장공기념사업회 이사장)가 논평하고 김희헌 목사(성공회대 연구교수)와 신익상 목사(성공회대 신학연구원)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또 청중들까지 함께 참여하는 전체 토론의 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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