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자로 나선 김경재 교수(왼쪽)와 사회자 정경일 박사.
강연자로 나선 김경재 교수(왼쪽)와 사회자 정경일 박사. ©조은식 기자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사)'여해와함께'가 신학자 숨밭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교수)의 역작 '틸리히 신학 되새김' 출간을 계기로 후학들과 함께 하는 김 교수의 대중강연을 마련했다. 17일 저녁 '순화동천'에서 진행된 첫 강연에서 김 교수는 "궁극적 실재(Ultimate Reality)와 종교적 상징"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는 20세기 그리스도교 사상계의 거성 중 한 명으로, 프랑크푸르트 철학부 교수로 재직 중(1929~1933) 히틀러 정권에 의해 해직 당하고 미국 유니온 신학교의 초빙으로 도미(1933, 47세), 철학적 신학을 가르쳤던 인물이다. '경계선상의 신학자'답게 성속(聖俗)을 相關관계적으로 대화시키고 상호 조명하는 학문자세를 견지했으며, 1차 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소외, 세속화, 의미상실, 세계관의 흔들림'을 겪은 현대인들에게 '존재로서의 용기'를 갖도록 격려한 20세기 '영혼의 의사'로서 평가받는 대표적 신학자이다.

그럼 이 시대 왜 틸리히의 상징 신학을 다시 보는 걸까. 김경재 교수는 "현대인의 세계관과 삶이 지나치게 기계론적-물질주의적 환원론에 편향되어 있거나, '가상현실' 세계에 몰입된 10대 신세대가 삶 체험에서 들꽃 한 송이의 숭고함, 자연에 대한 경외감, 존재의 소속감, 생명 유기적 연대감을 상실하고 '단자화' 위기에 빠졌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현대 한국사회의 종교들 특히 기독교(개신교)가 '상징체계로서 종교의 특징'을 경시함으로써 교조적 문자주의 종교나 강압적 도덕종교로 변질되어 있는 위기"라며 "인간적 일상의 삶 그 자체가 은유적 언어생활과 상징적 암호체계로 이뤄지고 있는데, 궁극적 실재, 가상실재, 상징을 분별하면서 '뜻'있고 생기 충만한 삶을 회복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김경재 교수는 "상징을 이용하고 이해하는 '상징의 동물'이기에 '종교적 인간'(homo religious)이 될 수 있는 것"이라 말하고, "종교적 언어표현, 예배의례, 건축양식 등등은 '거룩한 상징체계'(a sacred symbol system)로서 이해할 때 의미를 지닌다"면서 "과거 위대했던 종교의 쇠퇴와 세속화는 상징의 죽음과 의미상실에 큰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상징(symbol)과 기호표식(sign, signal)의 차이에 대해, "양자 모두 자기 자신을 넘어서 '무엇을 지시하는 기능'면에서 공통적이지만, 결정적 차이는 상징이 '상징되는 실재의 힘과 의미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종교적 상징기능에서 상징은 '실재 혹은 존재'의 깊이와 그것의 다양한 면과 구조를 열어 보이면서 동시에 인간영혼(마음)의 깊이를 열어 보이는 동시적이며 양면적인 특성을 지닌다. 이에 대해 김경재 교수는 "실재(우주)의 합리적 구조와 인간정신의 내면의 합리적 구조가 상응하기 때문이라고 틸리히는 본다"고 설명하고, "틸리히는 이성(본래적 로고스로서 이성)이란 실재와 마음의 '합리적 구조'(rational structure of the reality & mind)라고 봤다"고 이야기 했다.

또 김 교수는 '이성' 개념에는 존재론적 이성, 직관적 이성, 비판적 이성, 추론-기술적 이성 등 4가지 차원이 있는데, "현대인들은 존재론적 이성과 직관적 이성 두 기능을 잃었거나 무시함으로써 '상징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상징은 인간이 삶 체험에서 혹은 실재 체험에서 감지하는 서로 상충한 듯 보이는 다의적 의미들이 역설적으로 이해되고 통전되도록 촉매 하는 기능을 갖는다"며 "역설적 통전 혹은 철학적으로 '반대의 일치'를 받아들이도록 '존재에로의 용기와 희망'을 준다"고 이야기 했다.

17일 저녁 순화동천에서 (재)여해와함께 주최로 김경재 교수의 대중강연이 진행됐다. '틸리히 신학 되새김' 출간 기념으로 열린 행사에 후학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가 이뤄졌다.
17일 저녁 순화동천에서 (재)여해와함께 주최로 김경재 교수의 대중강연이 진행됐다. '틸리히 신학 되새김' 출간 기념으로 열린 행사에 후학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가 이뤄졌다. ©조은식 기자

그렇다면 인간집단의 종교적 상징은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 김 교수는 "틸리히는 칼 융(C.G.Jung, 1875~1961) 학파의 분석심리학 가설 중 하나인 '집단적 무의식' 안에서 탄생하고 성정하고 제 기능을 감당하다가 소멸한다고 봤다"며 "융과 틸리히는 계몽주의시대 이후 합리주의가 인간을 '미신과 허위의식'에서 해방시켰지만, 동시에 '합리적 독단주의 도그마'에 현대인을 가뒀다고 경고 한다"고 했다. 나아가 "인간의 정신(마음) 기능의 일체를 뇌세포의 정기생화학적 메카니즘으로 환원시키는 '뇌 환원주의'(Brain Reductionism)는 종교를 일종의 정신적 질환 곧 '환상'이라고 보는 편견을 갖게 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틸리히는 '계몽주의는 신비주의의 딸‘이라는 은유적 표현을 하기도 했다“면서 "보통 틸리히 신학을 철학적 신학이라고들 많이 표현하는데, 본인은 틸리히 신학을 상징 신학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것보다는 낫다고 생각 한다"면서 첫 강연을 마무리 했다.

한편 김경재 교수의 강연은 첫날 정경일 박사(새길기독문화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오는 24일과 31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각각 김희헌 목사(향린교회), 전 철 교수(한신대 신학과) 사회로 진행된다. 김경재 교수가 이번에 저술한 '틸리히 신학 되새김'은 라인홀드 니버와 더불어 20세기에 가장 주목해야 할 신학자인 폴 틸리히의 그리스도교의 변증신학, 철학적 신학을 중심으로, 논문이나 연구서가 아닌, 동양적이고 창조적인 ‘되새김’이라는 형태로 풀어낸 대화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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