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형 목사(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총무·평통기연 운영위원)

[기독일보=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지난 4월 말 북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전격 처형됐다는 국정원 발표는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국정원의 발표에 의하면 북한이 아무리 최고지도자 1인에 의한 폐쇄적 독재사회라도 최고지도부 군부실세가 저렇게 한 순간에 처형될 수 있는지 경악할만한 모든 요소들이 다 들어 있었다. 처형 이유는 김정은 지도자 앞에서 졸고 항명을 했다는 것이며, 체포 사흘 만에 재판도 없이, 그것도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더구나 비행기를 저격하는 고사총에 의해 난자되었다는 것은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소식은 이미 2013년 말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처형 충격 경험에 겹쳐 북한사회의 지속성에 대한 심대한 의심마저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그런 대역 죄인이 없을 만큼 처참하게 처형됐다던 현영철의 모습은 국정원 발표 이후에도 북한 방송에 거듭 등장하여 혼란에 빠뜨렸다. 그러나 현 부장의 처형 또는 숙청만큼 중요한 것은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여전히 정확하지 않게 많은 민감한 대북첩보를 갑작스레 공개한 이유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 통일을 책임지고 나가야할 청와대와 국정원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국내정치를 위해 남북관계와 안보상황을 거침없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왜 그런가?

무엇보다 최근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한국이 주변국들의 거침없는 행보들 속에서 갈 길을 잃고 표류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집권 이후 평화헌법을 사실상 부정하고 대외적 확장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고, 일제의 식민지 지배 공포를 갖고 있는 한국은 이전까지는 그 때마다 항상 미국의 적당한 중재(?)에 기대어 어느 정도 일본을 견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이전과는 다르게 일방적으로 일본을 편들며 어느 때보다 밀월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것은 중국견제가 미일 양국 외교, 안보의 최대과제로 떠올랐기에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반장 삼아 대리통치하려 적극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는 한미일 삼국의 긴밀한 군사적 협조를 바탕으로 한 고고도미사일방어 '사드'를 한반도에 영구 배치하겠다는 언급이 공공연히 터져 나오고 있고, 외교적 수사와는 별개로 한반도 유사시 일본군의 작전 참여는 갈수록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지금 대책이 없다. 거침없이 내닫는 일본의 팽창의욕을 모르는 채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를 정면 반박하기엔 한미일 공조를 깨려 한다는 미국의 눈초리가 너무 따가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동안 외교, 안보는 완전 실종되었다. 국회에서 외교부 장관 무용론이 여당에서조차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마다 쉽게 유혹받는 카드가 바로 북한 위협론과 북한 위기론이다. 더구나 남북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인 상태이고, 핵개발 수준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는 정보에 이어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까지 발사됐다고 보도되었기에 우리 국민들의 북한 공포는 효과를 발휘하기 가장 좋을 때다. 이 상황에서 현영철 처형 발표는 정점은 찍는 사건이다.

물론 이점은 북한 김정은의 공포정치도 마찬가지다. 앞선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비해 여러 모로 약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 정권기반을 장악하고 과시하기 위해서 군사적 과장과 공포정치를 반복하고 있지만, 그것에 중독되면 결국 정권기반을 더 빨리 허물 수 있음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영철이 죽었든 살았든, 권력서열 수위권을 다투는 최고위 권력층들마저 살아남기 위해서는 김정은에 대한 절대충성과 대남강경발언을 계속 쏟아놓아야 하는 몰이성적 분위기가 북한사회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정말 위기다. 주변 국가들의 위기일 뿐 아니라, 그 위기를 누구보다 한반도와 민족 전체의 운명으로 알고 진정성 있게 책임져야할 남북 정부와 최고 지도자들은 자기 정권의 이해득실과 정치적 욕망에 따라 멋대로 이용하고들 있기에 더욱 위기다. 안보는 나라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중대한 문제이기에 이해득실에 따라 진열해 놓는 상품이 아니다. 안보장사는 분단정치에서 보면 효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마약과 같아서 당장은 힘이 솟고 인기를 만회시켜주는 것 같지만, 상습복용하면 결국 함께 망하는 치명적 독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우리정부는 안보에 의한 상습마약 복용을 당장 중단하고 남북대화 복원과 관계 개선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고, 동북아와 한반도의 운명은 미국이 알아서 책임져 줄 것이라는 게으른 관행도 이제는 극복할 때가 됐다. 벌써 분단 70년이다. 70년을 살았으면 이제는 어린아이 같이 모든 것을 북한 탓과 미국 기대기로 해결하려는 습관은 벗어버려야 한다.

글ㅣ구교형 목사 (한국복음주의연합 총무·평통기연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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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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