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대 조성돈 교수.
실천신대 조성돈 교수. ©기독일보DB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카페를 겸한 교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믹스 커피를 대접하는 카페가 아니다. 깊고 진한 로스팅 원두를 가지고 전문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가 있는 교회다. 목회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미션얼 처치의 대두인 것이다.

즉 교회 안에서 식사하고 교제하고 성경공부 하는 좁은 테두리에서 벗어나, 지역사회로 나가 사람들의 삶에 적극 서비스 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지역 사람들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에서 교회 사람들이 적극 지역 사회에 융화돼 그들을 여러 형태로 섬기는 교회인 것이다.

15일부터 17일까지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시대 교회, 목회 근본적 문제를 찾는다!"란 주제로 '한미준21'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사회학 조성돈 교수는 ‘사회적 목회를 말하다’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조성돈 교수는 “요즘 목회의 트렌드는 사람들을 교회로 전도하는 방식의 전통적 목회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면서 “소통형 목회, 복지형 목회, 지역사회형 목회”로 분류 했다. 예로 주중에는 카페를 주일에는 교회를 감당하는 목회, 지역아동센터, 방과후학교, 노인돌봄, 놀이방을 들 수 있다. 나아가 지역사회에 주어지는 정부 사업을 맡아 교회가 사회적 리더로 감당하는 목회도 포함된다.

강의 서두에서 그는 “이스라엘은 신앙공동체이자 동시에 국가공동체로서 사회적 약자들인 고아와 과부에 대한 배려 정신이 있었다”며 희년 제도를 대표적 예로 제시했다. 희년제도는 49년마다 돌아오는 해에 잃어버렸던 자신의 토지를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그는 “성경은 이처럼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섬기는 것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감당하는 공동체로 부르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출애굽기 19:5-6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너는 이 말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할지니라’를 인용하며 사회적 목회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그는 “사회적 목회는 단순히 정치·사회적 참여를 뜻하지 않고 교회가 지역사회와 협력해 공동체성 회복에 이바지 하는 임무를 담당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이사야 40:1절 ‘너희의 하나님이 이르시되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를 빌려 “이스라엘의 부르심은 또한 제사장 나라로 하나님의 위로를 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교회도 세상을 향해 위로를 전하며, 동시에 하나님 나라의 증언과 섬김의 사역을 감당하는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교회가 건물 안에서 이뤄지는 협소한 사역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어두운 곳에 밝은 빛을 비춰주는 넓은 섬김”을 주문했다.

또한 그는 “주로 애큐메니컬 진영에서 ‘하나님의 선교’로 논의돼 왔던 이 개념은 이제 복음주의권에서 ‘미션얼 처치’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하면서, 사회적 목회는 이제 신학의 진영논리를 벗어나 모든 교회와 목회자가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성이 있는 중요한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 본회퍼의 ‘교회는 타인을 위해 존재할 때만이 교회이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그는 ”‘타자를 위한 교회’란 바로 교회의 존재목적을 그 자체에 두는 것이 아닌 오늘날 이 역사 가운데 교회가 제사장 나라가 되어 이 세상에 헌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션얼 처치의 여러 가지 형태를 제시 했다. 가령 카페로 사회와 소통하는 교회, 분식점으로 초등학교 아이들을 섬기는 교회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봉사로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의 형태를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아동보호센터나 복지관, 도서관이나 스포츠 단체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말했다. 그는 “교회 건물 안에서 갖추어진 형태의 프로그램에 고정되는 것이 아닌, 교회가 지역의 필요를 따라 혹은 지역 사람들의 요구에 발맞춰 교회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교회에서 운영 중인 카페
한 교회에서 운영 중인 카페, 대부분의 교회들이 선교와 일자리 창출 등의 목적으로 카페 등을 운영해 그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 자료사진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미션얼 처치는 또한 사회적 리더십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그는 “미션얼 처치의 선교에 대한 이해는 기존의 개인구원에 치중된 선교관에서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이해가 더해진 선교의 개념“이라고 말하며 ”세계는 하나님의 사역지가 되고 교회는 그 사역을 감당하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가령 예로 미국 대선 당시 릭 워렌 같은 미국 복음주의권 목사들을 초청해 낙태문제에 관하여 후보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미션얼 처치는 지역의 비리나 비도덕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그는 ”지역에 만연된 매매춘이나 아동매춘에 관련하여 교회가 NGO 단체를 꾸려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폭력이 만연된 학교와 자매결연을맺고 자원봉사자를 파견한다“고 미션얼 처치를 묘사했다. 나아가 그는 ”이러한 일들을 통해서 교회는 지역의 정의를 세우고, 하나님의 통치를 이루어가는 일을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를 위해 교단 안에서 목회자의 겸직 금지 조항을 삭제해 줄 것을 제안했다. 그는 “교회 사례비로 120-180만원이 21.7%로 가장 많았고, 180-250만원이 18.9%, 80만원 미만이 16% 순으로 응답했다”면서 “심지어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15%나 됐다”고 말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에서 4인 가족 최저 생계비는 163만원이었다. 교회사례비로는 다양한 지역 사회 섬김을 지향하는 미션얼 처치 목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목회자들의 다수인 73.9%가 겸직을 지지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목회자들은 교회의 사례만으로 살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목회자의 겸직금지 조항이 과연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더 이상 목회자를 범법자로 몰아가지 말고 떳떳하게 일하면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교회는 교회만 아니라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를 목회의 자리로 보고 지역공동체를 세우는데 교회가, 그리고 목회자가 헌신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그것이 때로 지역의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사역,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통해서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사역, NGO에 참여하는 사역, 동네 사랑방이 되는 카페 운영 사역, 작은도서관을 통해 동네 문화사업을 감당하는 사역”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경기도의 경우는 따복공동체 사업을 통해서 교회들이 지자체와 협력해 사업을 구상하는 새로운 가능성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미션얼 처치를 접목한 목회의 무한한 가능성을 전망하며, “오늘날 수많은 목회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을 활용해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보기도 한다”고 강의를 마무리 했다.

한편 한미준21 세미나는 인본주의적 흐름가운데 세상의 가치가 교회를 흔드는 위기로부터 교회의 본질을 지키며 신앙의 회복을 돕자는 취지하에 시작됐다. 한국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며 새로운 변화를 통찰하고 목회 사역의 전반적 문제들을 공유하고 해결하는 소통의 장을 제공한다. 2016년부터 한국교회의 침체와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하여 교회 성장에 힘을 보태는 세미나로 2018년 현재 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2018 한미준 21 세미나의 7가지 테마는 생명신학과 바른신학, 목회학교와 교회학교 혁신, 치유목회와 건강목회, 4차산업시대 교회개역, 성령의능력과 부흥의 역사, 청년의역사와 미래교회준비, 문화사역을 통한 강한교회 리빌딩이다. 주요 강사진으로 현 사회복지법인 해피월드 복지재단 이사장을과 한미준 21대표 겸 거룩한 빛 광성교회 정성진 담임목사, 총신대 신학대원장장을 역임한 대구동신교회 권성수 담임목사, 총신대 조교수 겸 열린교회 김남준 담임목사, 삼일교회 송태근 담임목사가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