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사장
기독일보 사장 김광수 장로

'가나안교인'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성도는 이제 거의 없다. 포털사이트의 오픈사전에는 '가나안교인'을 "교회에 안 나가는 그리스도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명 '안 나가'를 거꾸로 지칭해 부르는 개신교 이탈현상을 지칭한 신조어"라고 일반명사로 등재되어 있다. 총회에 보고된 교인 숫자 통계를 보더라도 한국 개신교인의 이탈과 감소추세는 가속화 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하 예장 합동)은 제103회기 총회 보고에서 소속 교인이 전년 대비 75,570명 감소해 2,688,858명(2017.12.31일 기준)이라고 밝혔다. 예장 합동 교인수가 27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5년 예장개혁과의 교단 통합 이후 처음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이하 고신) 교인 수도 전년보다 20,565명 감소했다. 교인 수는 452,932명으로 2004년 이후 최저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하 예장 통합)의 세례교인 수도 16,586명이 줄었다.(예장 통합, 2017년 교세 통계) 이는 전년도 교인 감소 12,000여 명보다 크게 늘어난 숫자다. 이에 비해 교회 숫자는 112개 교회가 증가한 9,096개 교회, 목사는 530명 늘어난 19,832명으로 집계돼 2018년에는 2만 명을 넘어 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위키백과는 교인 감소 요인을 '교회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 '무조건적으로 믿음을 강조하는 것에 거부', '기존 교회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로 교단들이 일제히 가진 총회는 여전히 권위적이었으며,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에 대한 성찰은 찾아 볼 수가 없어 유감이다.

교단 총회에 불었던 이단 광풍

장로회 교단들의 총회 공통 관심사는 성(性)문제와 이와 관련한 권위적인 이단 정죄였다. 이 과정에는 폭력적이라고 할 정도로 이웃 교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도 없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이하 백석대신)은 성적 소수자들을 돌보며 목회하던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소속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지정했다. 이단으로 지목한 연구보고서는 1년 전 2017년 9월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가 공동으로 내놓은 보고 자료에서 한자의 가감도 없이 그대로 옮김 뒤에 '교회와 성도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만 보탰을 뿐이다. 이는 8개 교단 이대위 관계자들이(2018. 6. 1.) 이단 시비에서 타 교단에 소속된 단체나 기관이나 사람에 대한 최종 결정은 소속 교단에서 선조사하도록 배려하기로 한 합의에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예장 통합도 임 목사와 퀴어신학은 이단성이 매우 높다고 결의했다. 문자적으로 '이단성'이라고 했으니 강도는 달라 보이지만 본질은 이단규정과 다름이 없다. 예장 통합은 보고서에서 임 목사의 발언에 기독교 절대 신앙의 명제를 어기는 '다원주의적 구원론'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예장 통합은 또 '임 목사는 목사 직함 뿐 아니라 기독교 안에서 종교 생활을 하지 말고 모든 종교를 망라하는 일반 종교인으로 활동할 것을 권한다.'고도 했다. 이웃 교단의 목사를 크리스천으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기독교 언론은 예장 통합의 한 총대 목사는 "'퀴어' 뜻도 모르면서 퀴어 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하고 대우해 주자는 임보라 목사를 매우 이단성이 매우 높다고 결의했다. 이건 신학과 신앙을 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자칫 이 문제로 명성교회 세습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나서지 못했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단을 이슈화함으로써 초대형교회가 얽혀 있는 문제를 회피해 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장은 총회 마지막 날 관련한 성명을 내고 '교단의 치리권을 침범하지 말고, 교단 간 협력에 관한 예의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아픔을 함께 나누고 격려하는 것이 동역자의 도리이며, 우리는 임보라 목사와 동역자로서 늘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장은 교단 가운데 처음으로 성소수자 목회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승인했다.

예장 합신 총회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반대 주장부터 시작했다. NAP가 통과되면 동성애 반대가 불법이 된다면서 기독교의 무서움을 정부에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장 합동의 총대들은 가톨릭 이교 지정과 WEA(세계복음주의연맹)와의 교류 금지 결정은 (에큐메니칼을 위해)신중해야 한다는 교수들의 연구 보고를 거부했다. 한마디 이견도 묻지 않고 1년 더 연구하라며 돌려보냈다. 복음주의 단체로 불리는 교회개혁실천연대 · 기독연구원느헤미야 · 성서한국 · 좋은교사운동 · 청어람ARMC 등 단체에 대해 사상과 성격을 연구하라는 청원은 상정에서 통과까지도 불과 1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고신 총회는 여성 안수를 허용한 네덜란드개혁교회(RCN·Reformed Churches in the Netherlands)가 2017년 6월, 여성에게도 목사·장로·집사 등 모든 직분을 허용하기로 결정한데 대해에 재고를 권고하기로 결의했다. 일단은 결과를 켜보다가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교류를 단절하겠다는 의미다. 성 차별은 예장 합동에서도 여전했다. 여성 안수는 여전히 불허하되 여성 선교사에게 성례권만 주기로 했다.

고신 총회는 또 "오늘날 급변하는 시대에서 결혼 문화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 신앙인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주례자 없이 결혼식을 하는 것이 성경적인가 △세례교인 자녀가 목사가 아닌 사람을 주례자로 세워도 되는가 △결혼 서약 및 공포가 없는 결혼이 성경적으로 합당한가 △당사자가 식 없이 혼인신고만 하는 경우 교회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등의 질의도 나왔다. 작년 총회에서 예장 통합이 요가와 마술을 이단행위로 규정하던 독선을 떠 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교회 세습, 명성교회의 독선

세간의 관심사였던 명성교회의 세습 문제에 관한 회무 처리의 전후 과정은 "한국교회를 망치는 주범으로 물질주의와 독선주의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물질주의는 초월적 영성을 상실한 현세주의를 의미하며, 독선주의는 교회의 배타적 승리주의 내지 권위주의를 뜻한다"는 한 신학자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한다.(옥성득,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새물결플러스. 2016. 인용)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일단 총대들의 반발로 제동이 걸렸다. 총대들은 명성교회 세습의 발판이었던 총회 헌법위원회의 관련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을 투표에서 무효로 만들었다. 헌법위원회의는 세습 금지조항(총회 헌법 제28조1항)에서 '은퇴하는' 목사는 세습할 수 없다고 하였으므로 2년 전에 이미 '은퇴한' 김삼환 원로목사는 제한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했었다. 그러나 총회에서는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반대 849표, 찬성 511표로 부결시켰다. 세습안건을 상정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진 부적법 논란을 인정했던 규칙부의 보고도 거부했다. 세습 인정을 판결한 재판국의 결정도 받지 않기로 결의하고 재판국원은 전원을 교체해 재심하도록 했다.

이런데도 명성교회는 총회의 세습 무효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김삼환 목사는 헌법위의 관련 조항 해석이 부결된 이튿날 새벽기도회 설교를 통해 "맞을 만큼 맞았다. 더 이상 가만있을 수 없다. 이 땅에서 시험을 안 당한 교회가 없다. 마귀가 우리를 넘어뜨리려 한다."면서 세습 반대자들을 마귀에 비유했다. "여러분은 더 이상 숨어 있으면 안 된다. 교회를 지켜야 한다. 교회도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누가 배후에 있고, 누가 연출했고, 누가 기획했는지, 누가 하수인인지 전체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몇몇 교인이 교회를 만만하게 보고 흔들고 있다. 교회가 무법천지인 줄 알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세습을 반대 하는 교인을 향해 경고성 발언도 했다.

총회가 끝난 즉시 명성교회는 당회의 이름으로 "(총회의 결의는)불법성을 내포한 결의"라는 공식입장과 함께 불법성을 검토해 대처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돌아보면 김하나 목사가 개척했다는 새노래명성교회(하남시 소재)의 재산은 법률적으로 아직 명성교회의 소유이며, 아직껏 당회(堂會, session)조차 구성하지 않았다. 김하나 목사는 김삼환 목사가 자리를 비울 때 마다 명성교회의 설교자로 자주 등단했었다.

총회 헌법위원회가 해석했던 '은퇴하는' 이란 말은 이미 은퇴한 김삼환 목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도 명성교회의 중직자들은 먼저 주장해 왔으며, 이를 반대하는 교회에는 지원하던 후원금을 끊고, 조석으로 찾아다니며 협박과 회유하는 집요함도 보여 왔다. 반대모임에 참석한 성가대원에게는 성가대에 나서지 말라고 일방 통고하는 계급화 된 시스템도 보여줬다. 총회가 시작되던 날에는 교인 500여명이 익산시 소재 회의장 앞에서 '담임목사 청빙은 교회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하며 시위하는 동원력도 보여줬다.

명성교회를 향해 시민들이 초대형 교회의 물질주의와 독선주의를 경계하는 것은 바로 이런 대응들을 볼 때 세습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기획됐으며, 이를 위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정황으로 비치기 때문일 것이다.

에큐메니칼과 복음의 순수성 회복

역사상 존재했던 세계 초강대국들은 서로 상당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적어도 해당 시대의 기준으로 보면 절대적인 우위에 오르기 까지는 하나같이 대단히 다원적이고 관용적인 나라들이었다" 그리고 제국의 쇠퇴는 불관용과 외국인 혐오, 인종적 · 종교적 · 민족적 차별로 '순수성'을 잃으면서 시작되었다. (Amy Chua, 이순희 옮김, 「Day of Empire: 제국의 미래」 비아북, 2009. p.7, p.453.재인용)

미국의 제 44대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는 대선 후보자 시절에 이라크와의 전쟁을 놓고 벌어지는 찬반 논란 속에서 '당신은 이라크와의 전쟁을 찬성하는 편이냐, 반대하는 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라크 전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모두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대답했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Elizabeth Alexandra Mary)' 여왕은 스코틀랜드 독립이 근소한 표차로 부결된 다음날 '찬반 어느 쪽이나 영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성명을 냈었다.

교회를 향한 이 시대의 물음은 세습을 반대하는 자들도 한국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오만과 과욕을 삼가는 겸손, 유신론(有神論)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다른 견해나 관점도 '틀림' '나쁨'이 아닌 '다름'일 뿐이라는 동역의 자세로 에큐메니칼(Ecumenical)을 회복하는 복음의 순수성에 대한 촉구라고 생각된다.

* 위 내용은 <기독교사상. 2018년 11월 호, 통권 719호>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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