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차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정기학술대회가 최근 과천소망교회에서 열렸다. ⓒ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제36차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정기학술대회가 최근 과천소망교회에서 열렸다. ⓒ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국 복음주의조직신학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회와 신학’이라는 주제로 최근 과천소망교회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에서 권문상 박사(웨스트민스터신학대)는 ‘4차 산업혁명시대와 기독교인간론 : 인공지능을 이기는 공동체 인간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먼저 권문상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을 예견한 스위스 경제 포럼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밥을 빌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과학기술과 디지털화는 기존의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낼 정도의 위력을 지닌다”고 밝혔다. 이른바 “클라우스 슈밥은 이를 놓고 혁신 대신 ‘disruption’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파괴적 혁신이 될 것”이라고 그는 인용했다. 아울러 그는 “이런 파괴적 혁신의 중심에는 인공지능이 있다”며 “인간의 생활에 편리와 편의를 증대 시키는데 그치는 게 아닌, 인간을 지배하는 ‘자주 독립’의 초지능 기계가 출현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스티븐 호킹과 빌 게이츠도 인류를 파멸로 몰아넣을 인공지능 시대를 우려하기도 했고, 나아가 초지능 시대를 인류가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클라우스 슈밥의 말을 재차 강조하며, “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 혁신’은 1-3차 산업혁명과 달리,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삶의 근간을 뿌리 채 뒤흔들 것”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그는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중요한 덕목인 ‘협력’을 중심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며,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2년 뒤 새롭게 출간 된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THE NEXT’을 계속해서 인용했다. 그에 의하면, 슈밥은 “인공지능의 진보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느낀다”며 “이유는 바로 기계가 인간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바 있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부여한 일정한 제한성을 뛰어넘어, 기계 스스로가 인간의 제작 목적을 부정하고 윤리의식이 상실된 미래에 대한 염려인 것이다.

또 슈밥은 “극단적인 경우, 국가와 개인이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을 무기화하는 일이 일어나는 일이 비현실적이거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하여, 슈밥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결합은 권력, 책임, 신뢰 문제를 야기하기에, 이를 위해 광범위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놓고, 권문상 박사는 슈밥의 주장에 힘을 실어, “인간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려면, 불가피하게 세계의 모든 기술자와 관료 및 책임 있는 경영인들이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인류가 기계에 종속되는 종말론적 파국을 예방하기 위한 상호 협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슈밥은 인간 협력을 이끌어 낼 거버넌스 구성을 역설 했듯, 인간이 중심이 되는 인간에 의해서만 4차 산업혁명이 성공리에 이뤄지기 위해서 결국 인문학적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즉 그는 “인간과 기계 사이 어디에 선을 그려야 하는지, 인간이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신학은 어떤 대답을 해줄수 있을까? 권문상 박사는 “인간은 관계적 존재”라며 창세기 1:26-27을 제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6-27)

이에 그는 “인간이 ‘우리 형상’ 곧 삼위일체 하나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데서 관계적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관계적은 곧 인간이 상호의존적임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마치 삼위일체 하나님이 삼위로서 존재하되 서로 안에서 개별적 인격체(persono)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유기적으로 하나를 이루는(una substantia) 방식처럼, 인간 또한 상대방을 인정하면 서로를 필요로 하고 의지하는 존재”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그는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요10:30),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느니라(요14:9)‘에서 처럼 삼위일체 하나님의 각 위격이 서로 떨어질 수 없다”며 “이러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형상을 우리 인류가 온전히 체현했다”고 설명했다. 논의를 진전시켜, 권문상 박사는 창세기 2:24을 제시해 ‘인간이 관계적 존재’라는 사실에 더욱 힘을 실었다. 창세기 2:24은 다음과 같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찌로다”(창 2:24)

그는 “창 2:24에 ‘아담과 하와가 한 몸을 이룬다’는 건 서로의 고유성을 온전히 인정하면서, 동시에 유기적으로 하나를 이루는 공동체적 존재”라며 “부부란 각각 고유한 존재가 상대를 필요로 하고 의지하면서 하나를 이루는 공동체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는 “인간은 상호의존적이고 공동체적 존재”라며 “삼위일체 하나님이 관계적 존재요, 사회적 존재이고, 공동체적 존재이듯, 그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은 당연히 관계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덧붙여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주장한 것처럼, 하나님의 일반계시로 주어진 것”이라 전했다.

반면 그는 “지금 21세기는 옛날처럼 상호 대면하며 이뤄지는 공동체를 전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21세기에는 페이스북, 블로그 같은 사이버 공동체가 존재하지만, 건강한 공동체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것 같다”며 “사이버 모임이든, 실제 공간이든 단순히 모여 있는 게 공동체는 아니”라고 꼬집었다. 즉 그는 “신학적으로 보아 공동체는 하나님의 창조 목적”이라며 “결국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가는 방향으로 구성돼야, 공동체는 비로소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건강한 공동체란 무엇일까? 권문상 박사는 재차 강조하며, “삼위일체 하나님처럼 각 구성원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동시에 하나를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서로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사랑 안에서 ‘양보’, ‘헌신’, ‘희생’, ‘배려’를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가야 한다”며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거버넌스’란 바로 신약성경의 ‘코이노니아’를 적극 차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특정 집단, 경영자, 정책입안자, 컴퓨팅 기술자, 국가지도자들도 성경적 코이노니아를 통해, 서로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헌신과 배려로서 정책 결정의 통일성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사이버 공동체도 ‘인간이 관계적 존재’라는 사실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춰 건강한 공동체상 곧 ‘코이노니아’를 지속적으로 견지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된다면, 그는 “거버넌스는 건강한 신뢰와 조화를 통해 기계 문명의 발전 속도에 따라 인간성이 잠식되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적극적 감시와 견제로 인공지능의 탈주를 방지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그는 “이런 모델(코이노니아)이 국가 이익과 회사 이익이 중심이 되는 현실 자본주의와 괴리감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실 자본주의 안에서 회사, 경영자, 국가 또한 상대 없이 홀로 존재하지 않음을 분명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그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상호 간 경쟁 보다, 상호 존중과 공존이라는 공동운명체 의식이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인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슈밥의 말을 인용해, “공동운명체 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의 윤리의식이 인류의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할 수 도 있다”며 그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여, 그는 “인공지능 시대가 어떻게 도래 하든, 인간이 생래적으로 내재한 하나님 형상과 그에 따른 공동체적 존재성을 견실히 추구한다면,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도 불식(拂拭)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독교 인간론적 공동체 의식은 슈밥의 제안대로 거버넌스 형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재차 말했다. 아울러 그는 “컴퓨터 및 로봇 기술자, 경영자, 정책입안자, 정부 관료 등으로 구성된 ‘거버넌스’가 인공지능 기술사용을 놓고,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공동체적 운명의식을 지닌다면, 터미네이터나 아이로봇처럼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는 도래 하지 않을 것”이라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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