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강정훈 교수] 프랑스의 클로드기도서는 중세 필사본 기도서 중에서 작고 보석같이 아름다운 기도서로 정평이 나있다.

뉴욕의 모건도서박물관(The Morgan Library & Museum)에서 5월 30일부터 9월 13일 까지 특별전시중인 <미니어쳐의 경이로움 : 프랑스 클로드의 장인의 미술>에서 앙증스럽게 아름다운 이 채색필사본을 만났다. 오랫동안 중세 성서화를 찾아다니면서도 전에 없이 두근거림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클로드(1499년~1524년)는 프랑스의 루이12세와 브르타뉴의 안느여왕의 장녀로서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의 왕비가 되었다. 프랑스의 클로드기도서 (The Prayer Book of Claude de France)는 클로드의 장인이라 알려진 세밀화의 거장이 1517년경에 이 왕비를 위해 제작한 채식필사본 기도서이다.

▲클로드기도서의 피카소가 디자인한 로젠버그의 장서표와 밧모섬의 성 요한ㅣBookplate of Alexandre Paul Rosenberg, designed by Pablo Picasso (inside front cover) and St. John on Patmos (fol. 1) / 프랑스의 클로드의 장인, 프랑스의 클로드왕비기도서, 투르, 1517년경. 로건도서박물관, 뉴욕ㅣIlluminated by the Master of Claude de France Prayer Book of Queen Claude de FranceㅣFrance, Tours, ca. 1517. 2 3/4 x 2 inches (69 x 49 mm), The Morgan Library & Museum,

클로드기도서는 손바닥에도 차지 않는 작은 규모(69 x 49 mm)의 필사본이며, 호화로운 채색으로 예수의 일생 등을 그린 132매의 삽화가 있다. 특히 파블로 피카소가 디자인한 장서표가 붙어있어 더욱 유명한 희귀본이 되었다.

이 기도서는 클로드왕비의 어머니인 브르타뉴의 안느공작의 대기도서(Great Hours of Anne of Brittany)와 더불어 화려한 색감과 우아한 아름다움에 있어서 최고봉이란 평판을 받고 있다. 우아함이란 적절한 위엄이나 절제된 품위가 있을뿐만 아니라 때로는 호화로운 장식이 수반되기도 한다.

화가의 이름은 알 수 없으나 그가 제작한 기도서의 유명세를 타서 프랑스의 클로드의 장인이라 불리어지며 16세기 초반 프랑스 투르에서 작업을 하였다. 클로드기도서는 달력부분이 없이 예수와 성모의 일생을 알려주는 성경과 사건을 삽화로 그려 기도하게 제작한 순수한 기도서이다.

따라서 132매나 되는 많은 삽화가 있는데 첫 번 째 그림은 밧모섬의 사도요한이다. 오른 손을 들고 하늘을 처다 보며 계시를 받고 있으며 이를 기록한 성경을 왼 손이 가리키고 있다. 밧모섬은 로마 제국 시대에 종교, 정치범을 귀양 보냈던 유배지였다. 사도요한은 도미시아누스 박해 시대 때 그 곳에 유배를 가서 <요한계시록>을 기록하였다.

이 기도서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것은 피카소가 디자인한 장서표가 위의 기도서 표지 안쪽에 첨부되어 있다는 점이다. 장서표(bookplate, 藏書票)란 책 소장자의 이름과 문장(紋章) 등이 도안된 표로서 동양에서는 대체로 소장자 인장을 날인하는데 서구에서는 판화로 이름이나 독서를 상징하는 모노그램을 새기고 "나의 책(ex libris)"이라 쓴 장서표를 보통 책표지 안쪽에 붙인다. 고서를 수집할 때 장서표가 첨부되어 있거나 저자 친필 서명이 있는 경우에는 더 귀하게 평가된다.

이 기도서의 장서표는 근세 프랑스의 유명한 예술품 및 고서 수집 가문인 폴 로젠버그(Paul Rosenberg 1881–1959)의 장서표이다. 이 장서표는 그의 집 이웃에 살아 친밀하며 작품거래를 대행해 주던 피카소( Pablo Picasso)가 디자인하여 선물한 것이다. 서가의 모습과 로젠버그를 결합한 모노그램이다. 희귀한 고서에 피카소의 판화 작품까지 더하였으니 진가를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하겠다.

▲천사들의 찬양으로 경배받는 삼위일체 하나님, 프랑스의 클로드공주의 기도서ㅣTrinity Adored by the Choirs of Angels (fols. 24v–25)ㅣPrayer Book of Queen Claude de France

위의 그림은 이 기도서의 크기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오른쪽에는 천군천사들이 찬양하며 경배하고 있으며, 왼 쪽에는 성부, 성자, 성령(비들기로 표시)의 삼위일체 하나님을 묘사하고 있다. 밝게 빛나는 후광이 빛의 마술사임을 보여주며 신비감을 더해준다.

프랑스의 클로드의 장인은 이 기도서를 제작하면서 미묘한 색감의 안료를 사용하여 붓 자국을 남기지 않으면서 극히 작은 책자에 채색 세밀화(細密畵)를 그려 넣어 오랜 세월 신비한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다.

▲뉴욕 모건라이브러리 내부 도서관   ©모건라이브러리 홈페이지

뉴욕은 좋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은 도시이다. 그 중에서도 중세 기독교미술 관람과 자료수집을 위해 자주 찾아가는 곳은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분관인 클로이스터스(Cloisters)와 모건도서박물관이다. 모건라이브러리는 매년 10회 이상 특별전을 개최하고 많은 정보를 온라인으로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어 자료를 구하는데 참으로 유용하다.

최근에 전시되었던 중세 유명 기도서 만 해도 검은색 기도서(The Black Hours), 헨리8세기도서, 모건픽처바이블The Morgan Picture Bible) 이 있었다. JP모건이 수집했던 방대한 고서와 예술품이 소장된 이곳은 뉴욕의 살아있는 심장이라 할 만하며 이곳에 올 때마다 구텐베르그 성경 앞에 서면 라이브러리의 진수를 느끼게 된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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