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모섬과 일곱 교회 위치를 보여주는 서부 아나토리아 지도(Map of western Anatolia showing the island Patmos and the locations of the cities housing the seven Churches.)   ©Wikipedia

[기독일보=강정훈 교수] 요한은 밧모섬에서 환상 가운데 천사로부터 계시를 받고, 일곱 촛대 가운데 계신 주님의 모습도 생생히 보았다. 요한은 천사로부터 받은 편지를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보냈다. 그 내용이 요한계시록 제2장과 3장에 기록되어 있다.

편지의 수신자인 이 교회들이 있던 곳은 소아시아의 아나토리아(Anatolia, 현재 터키)의 서부지역으로 에베소에서 시계방향으로 약 40마일씩 떨어져 라오디게아교회까지 로마의 순환도로상에 위치한 도시들이다. 이 연쇄도시들은 요한의 유배 전 선교지이며(전설) 밧모섬에서 가까운 항구인 에베소교회를 중심으로 한 사도요한의 선교교구에 속한 교회들이다.

그러나 일곱이란 수는 성서에서 완전을 상징하므로 그 당시에 있던 성서에 기록된 문자 상의 교회뿐만 아니라 당시에 있던 모든 교회와 그 이후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교회의 대표적 일곱 유형의 교회들에게도 보내어 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일곱 편지들은 공통된 형식을 갖추고 있다. 편지 서두는 편지를 보내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적었는데 요한이 본 환상과 비슷하지만 편지마다 다른 각도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였다. 두 번째는 각 교회에 대한 칭찬과 격려, 그리고 책망과 경고의 메시지다. 칭찬과 책망만 받은 교회가 각 둘씩이고 칭찬에 겸해 책망도 받은 교회가 셋이다. 마지막 부분은 믿음을 잘 지켜 이기는 자에 대하여는 생명나무, 면류관 등 상급을 주시겠다는 약속과 소망이 있어 편지를 읽는 독자들에게 행복감을 준다.

■ 첫 사랑을 잃어버린 '에베소교회'

▲에베소교회에 보내는 편지(Letter To The Church Of Ephesus)ㅣ베아투스 리에바나(Beatus of Liebana)ㅣ라스후엘가스 묵시록(Las Huelgas Apocalypse)ㅣ스페인(Spain), 1220년ㅣ모건도서관, 뉴욕(Pierpont Morgan Library, New York)

이 삽화는 13세기 스페인의 라스후엘가스묵시록의 <에베소교회에 보내는 편지>이다. 요한은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 첫 번째로 에베소교회 사자(천사) 앞에서 책 모양의 편지를 들고 있다. 에베소교회당은 탑과 돔의 복합구조임을 보여준다. 흰 커튼 가운데 있는 제단에는 황금성배가 놓여있다.

에베소는 소아시아의 중심지로서, 파르테논 신전의 4배 크기의 거대한 아데미신전이 있었고 각종 이교와 신비주의가 만연했다. 에베소교회는 사도바울이 3차 전도여행 때에 3년간 선교하여 세운 유명한 교회였지만 편지에서는 칭찬도 있지만 책망이 준엄하다.

"내가 네 행위와 수고와 네 인내를 알고 또 네가 참고 내 이름을 위하여 견디고 게으르지 아니한 것을 아노라.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계2:2-4)"

바울의 선교 교두보로 뜨거웠던 에베소에 왜 치명적인 결점이 생겼을까? 그것은 이단들이 침투하여 시시비비를 가리다보니 성도간의 사랑은 식어지고 첫 사랑을 잃어버린 교회가 되었다. 그러므로 편지에서는 " 어디서 떨어진 것인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고 사랑의 회복을 권고한다.

▲일곱 천사들과 함께 있는 인자와 요한(The Son of Man and St. John with the seven angels)ㅣ플랑드르 묵시록(Flemish Apocalypse)ㅣ작가 미상(Anonymous)ㅣ1400년 경ㅣ양피지에 채식(illumination on parchment)ㅣ크기 27.7x18.5 cmㅣ프랑스국립도서관, 파리(Bibliotheque nationale de France, Paris, public domain)

위의 삽화는 1400년 경 제작된 플랑드르묵시록의 <일곱 교회 천사들과 함께 있는 그리스도와 요한>이다. 삽화 중앙에 황금으로 된 일곱 촛대 가운데 양날의 칼을 입에 물고 서있는 인자(그리스도)가 서있으며, 그 발 앞에는 요한이 경건한 자세로 쳐다보고 있다. 그 주위에는 에베소 교회 등 소아시아 일곱 교회당과 그 정문에 사자(수호천사)가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하단 오른쪽에는 천사가 일곱 교회에 보낼 두루마리 편지를 요한에게 전하고 있다. 그 아래 바다에는 요한이 밧모섬에서 편지를 전하기 위해 소아시아로 급히 노를 젓고 있다.

에베소 북방 40마일의 항구도시에 있던 서머나 교회는 로마정권과 합세한 유대인들로부터 훼방과 박해를 많이 받았다. 그리스도인들이 성찬식 때 마시는 포도주를 가리켜 피를 마시는 식인종이라 하고 황제예배를 거부하는 것은 반국가적이며, 십자가에 죽은 죄수인 예수가 부활한 메시아라 하며 혹세무민하는 무리라고 박해하였다. (주1) 박수암, 신약주석 요한계시록, 1991. 대한기독교출판사, p 55

서머나교회는 폴리갑 등 많은 순교쟈를 배출한 교회로서 요한의 편지에서 책망 없이 칭찬만 받은 교회이다. 그리하여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계2:10)'고 위로와 상급을 받은 교회이다.

■ 우상숭배와 사탄이 날뛰던 '버가모교회'와 '두아디라교회'

이 두 교회는 성적으로 문란하고 사탄이 판을 치던 교회라는 공통점이 있다.

버가모교회는 옛날 미디안 여인들을 미끼로 놓아 음행하고 우상숭배케 했던 발람의 교훈을 따르는 자들과 예루살렘교회의 일곱 집사 중 하나로 배교했던 니골라를 추종하는 자들이 있었다.

두아디라교회는 별로 이름이 없는 도시에 위치했으나 이스라엘에 바알종교를 끌어들인 아합의 왕비 이사벨 같은 거짓 여선지자와 이단인 영지주의자가 들끓어서 경고하는 내용의 가장 긴 편지를 받았다.

▲사데교회와 빌라델피아교회에 편지를 쓰는 요한(John writes to the Churches at Sardis and Philadelphia)ㅣ밤베르크 묵시록(The Bamberg Apocalypse)ㅣ라이헤나우 수도원, 콘즈탄츠호(the monastery of Reichenau, Lake Constance), 1000-20년 경ㅣ밤베르크 주립도서관, 독일(Bamberg State Library, German)

■ 세속에 빠져 죽어가는 '사데교회'

위의 삽화는 11세기 초 독일에서 제작된 밤베르크묵시록에 실린 양가죽에 천연안료를 써서 제작한 삽화로서 <사데교회와 빌라델피아교회에 편지를 쓰는 요한>이다.

사데교회는 고대 리디아왕국의 수도로서 화려했던 도시에 있으나 요한이 이 편지를 쓸때에는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 같던 교회이다. 물질적으로 풍요하고 이단의 소동이나 박해의 두려움이 없던 신앙의 무풍지대에 살던 교회인데 왜 칭찬의 말은 없이 책망만 받은 죽은 교회일까? 박해와 이단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도전이 없이 졸면서 죽어가는 세속주의에 빠졌기 때문이다. 게으른 교회에서는 이단조차 나오지 않고, 마귀는 죽은 교회에는 흥미가 없는 법이다. 최근의 우리나라 교회들도 사데교회에 보낸 편지와 같은 죽은 교회라는 책망을 받을까 두렵다.

■ 면류관을 지키라는 '빌라델비아교회'

'형제의 사랑'이란 뜻의 빌라델비아는 왕가의 형제사랑이란 보기 드문 전설을 가진 도시로서 헬라문화를 전파하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빌라델비아교회는 서머나교회처럼 유대인으로부터 핍박을 받은 교회이나 인내하고 믿음으로 순종하여 책망이 없이 칭찬과 위로와 격려를 받은 교회이다. 그러면서 "내가 속히 오리니 네가 가진 것을 굳게 잡아 아무도 네 면류관을 빼앗지 못하게 하라(계3:11)"는 다짐까지 하였다. 빌라델비아교회는 이 당부의 말씀을 잘 지켜 2천년이 지난 현재까지 역사를 이어오는 명예로운 교회가 되었다.

■ 차지도 더웁지도 아니한 '라오디게아교회'

라오디게아교회는 시데교회와 비슷하게 박해도 이단운동도 없는 신앙의 무풍지대였으며 부유하고 미지근한 현실에 안주하는 교회이다. 그래서 편지에서는 구토가 나는 교회라고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버리리라(계3:16)"

특히 요한의 편지 중에 세속적인 교회들과 영적으로 가난한 우리에게 전해준 경고의 메시지가 있다.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 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계3:17)"

▲강정훈 교수(전 조달청장)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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