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성서화칼럼] 우리는 요한계시록의 종점을 향해 가고 있다. 사도요한의 환상을 통해 현세가 아닌 우리가 소망하던 내세의 천국을 자세히 보고 있다.

세례를 받을 때 요리문답에서 “부활 때에 신자들은 영광중에 일으킴을 받아서 심판 날에 신자임을 공적으로 인정을 받고 무죄 선고를 받으며, 영원토록 하나님을 흡족하게 즐기는 완전한 축복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서약한 것을 큰 축복으로 알고 평생을 살아 왔다.

그러나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에 관한 21장을 읽으면서도 천국의 모습은 추상적인 이미지로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약 40여 종의 중세 요한계시록 필사본에 채색 삽화로 천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메뉴스크립트를 대하면서 가슴 속에는 천국의 실체가 조금씩 더 짙게 자리 잡게 되었다.

깊숙한 산 속 수도원에서 일평생 성경을 필사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그림을 그려 넣어서 성경을 읽어보지 못한 뭇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이름 모를 필경사들의 기도가 천년을 지나 어리석은 자에게도 다시 눈을 뜨게 한 것이다.

천국은 새 예루살렘처럼 거대한 도성만이 아니라 생명수의 강이 흐르고 꽃과 과일이 풍성한 생명나무와 새와 동물이 뛰노는 태초의 낙원을 회복한 새로운 에덴동산을 만나면 성도의 기쁨은 절정에 달하게 된다.

성서화 생명수의 강 위 보좌에 앉은 그리스도
▲생명수의 강 위 보좌에 앉은 그리스도 : 리에바나 베아투스 본, 후엘가스묵시록, 스페인, 1220. 모건도서박물관, 뉴욕ㅣChrist Enthroned Over the River of Life : Beatus of Liébana, Las Huelgas Apocalypse Spain, 1220, Pierpont Morgan Library, New York.

“또 그가 수정 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이니 하나님과 및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나와서 길 가운데로 흐르더라.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열두 가지 열매를 맺되 달마다 그 열매를 맺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치료하기 위하여 있더라.“(계22:1-2)

■ 생명수의 강과 생명나무

후엘가스묵시록의 삽화인 <생영수의 강 위 보좌에 앉은 그리스도>는 중세 필사본의 채색 삽화 중 가장 아름다운 그림의 하나로 꼽혀온다. 머리에 후광이 빛나는 그리스도는 왼 손에 두루마리 성경을 들고 있으며 오른 손은 생명수의 강 원천인 둥근 물줄기를 가리키고 있다. 푸른 물줄기는 또한 그리스도를 감싸는 거대한 전신후광인 만도를라(mandorla)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보좌 좌우에는 새 예루살렘성에 살게 된 구약의 선지자와 신약의 사도로 표현된 구원 받은 성도들이 성경을 들고 주님 보좌를 향해 찬송과 경배를 하고 있다. 그 아래에는 천사가 검은 바위산으로 인도한 사도요한에게 이 모든 광경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림의 중앙에는 보좌로부터 시작된 푸르른 생명수의 강이 흐르고 강의 좌우에는 생명나무가 꽃을 피우고 많은 열매를 맺고 있다.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과 생명나무를 요한에게 보임은 천국이 태초의 에덴동산을 재현한 낙원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생명수의 강이 보좌로부터 발원한 것은 일찍이 구약의 에스겔 선지자가 성전 문지방에서 흘러나와 제단을 거쳐 동쪽으로 흘러 사해바다로 흘러들어가 많은 고기를 소생시키는 거룩한 강의 환상(겔47장)과 동일하다. 강 가 좌우에는 생명나무가 늘어서 있으며 달마다 열두 가지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 새 에덴동산에 사는 자가 누릴 축복

“다시 저주가 없으며 하나님과 그 어린 양의 보좌가 그 가운데에 있으리니 그의 종들이 그를 섬기며 그의 얼굴을 볼 터이요 그의 이름도 그들의 이마에 있으리라.
다시 밤이 없겠고 등불과 햇빛이 쓸 데 없으니 이는 주 하나님이 그들에게 비치심이라. 그들이 세세토록 왕 노릇 하리로다“
(계22:3-5)

새 에덴동산에 사는 자는;

첫째, 생명나무 과실을 먹고 영생한다. 원래 생명나무는 태초의 에덴동산에 있던 나무인데 아담과 하와에게 그 과실을 먹지 못하게 했던 나무이다. 그러므로 새 에덴동산에서는 성도들이 아담의 죄가 회복되어 그 과실을 먹게 된 것이다. 금단의 열매가 아니라 영생의 열매를 성도들이 먹고 영생하게 되었다.

둘째,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성경에서 보면 하나님의 얼굴을 보면 죽는다고 무서워했다. 모세도 하나님의 등은 보았으나 얼굴은 보지 못하였다(출33:23). 사도 바울은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라 했다.(마5:8)
이제 새 에덴동산에 사는 성도들은 “그를 섬기며 그의 얼굴을 볼 것이다”라고 했다.

셋째, 성도의 이마에 하나님의 이름이 있게 된다. 그들이 하나님을 닮고 영원한 하나님의 백성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축복은 다시는 밤이 없고 하나님의 영광으로 밝게 빛나는 곳에 살게 된다.

성서화 생명수 샘
▲생명수 샘 : 고데스칼크의 전례용 복음서, 781-3년경. 310x210cm, 파리국립도서관ㅣThe Fountain of Life, the Godescalc Evangelistary, c.781-3. Paris, Bibliothéque Nationale.

■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 샘

생명수는 계시록에서 여러 번 기록된 영원한 세계의 시민이 받을 축복이다.

“이는 보좌 가운데 계신 어린 양이 저희의 목자가 되사 생명수 샘으로 인도하시고”(계7:17)

유명한 <생명수 샘>을 그린 중세 카롤링조(朝)의 채색필사본인 『카롤루스 대제의 전례용 복음서』는 프랑코의 카롤루스(샤를마뉴) 대제와 황비 히르데갈도(783 사망)의 명으로 고데스칼크가 마인츠에서 781~783년에 제작한 가장 오래된 카롤링거 미술을 보여주는 복음서이다.

<생명수 샘> 삽화에는 가운데 예수님의 십자가로부터 샘솟은 생명수가 창세기의 에덴동산에서 발원한 비손과 기혼과 힛데겔, 그리고 유프라데스의 네 강처럼 흘러내려 강이 되어 그림 외각을 따라 흐르고 있다. 그 강 언덕에는 생명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공작새를 비롯한 각종 새와 사슴이 샘물 옆에서 번성하는 모습이다.

에스겔이 보았던 거룩한 강에는 물고기가 소생하였고, 야곱의 우물에서 예수님을만난 사마리아 여인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게 되었다. “너희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던 이사야의 예언과 기원은 새 에덴동산의 생명수 강에서 드디어 완성되었다.

▲강정훈 교수(전 조달청장)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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