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브뢰겔 Jan Brueghel the younger(1601-1678)ㅣ<나를 붙잡지 마라, Noli me tangere>ㅣ드영 메모리알 박물관(M. H. de Young Memorial Museum), San Francisco

꽃이 만발한 길가에서 여인이 바구니에 꽃을 담고 있으며, 그 녀 앞에 삽을 들고 나타난 정원사는 성경 어디에 나오는 누구일까?

부활주일부터 50일간 지키는 부활절기(Eastertide)는 기독교 국가에서는 축제기간이다. 부활절기와 관련된 성서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는 부활한 예수님이 막달라 마리아에게 처음 나타나는 장면이라 하겠다.

얀 브뢰겔의 작품인 '놀리 메 탕게레(나를 붙잡지 마라)' 는 예수부활을 그린 작품으로는 야외풍경을 배경으로 한 특이한 구도이며 밝고 생기가 넘치는 아름다운 성서화이다.

여러 화가들이 예수가 부활한 빈 무덤 안이나 그 무덤 문 앞에서 막달라 마리아에게 나타난 예수님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 얀 브뢰겔은 예수의 빈 무덤이 저 멀리 배경으로 보이고 꽃이 피어있는 길가에서 만나고 있다.

그리고 예수님의 왼쪽 손에 삽을 잡고 있는 것은 동산을 지키며 가꾸는 동산지기로 표현한 것이다. 마리아가 부활한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예수께서 "여자여 어찌하여 울고 있느냐" 할 때에도 예수인줄 알지 못하고 동산지기인줄 알고 "당신이 (예수의 시체를) 옮겨 갔거든 어디 두었는지 내게 말하소서" 하였던 것이다. 다른 성서 화를 보면 프라 안젤리코와 앨버트 뒤러, 그리고 라파엘도 정원사 모자를 쓴 예수의 모습을 그렸고, 포우신은 삽질하는 정원사로 그리고 있다.

십자가의 보혈을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예수를 쳐다보는 마리아는 순간적으로 놀라고 감격하는 모습이다. 그녀의 의복은 피와 고난의 상징인 붉은 옷과 하나님께 대한 충성을 상징하는 푸른색 옷을 걸치고 있어 전통적인 성모의 의복 색깔과 유사하다.

마리아가 "선생님이여" 하고 감격하자 주님은 "나를 붙잡지 마라(Noli me tangere) 내가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못하였노라" 하며 제지하는 모습이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부활사건 성서화에서는 언제나 주연이다. '일곱 귀신이 나간 자' 곧 어려운 세상을 살아온 여자였으나 예수를 만난 뒤로는 그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 예수의 부활을 처음으로 목격하고 사도들에게 증언한 여인이다.

마리아는 저 뒤편에 보이는 예수님 무덤에 꽃을 바칠 생각인 듯 바구니에 꽃을 간추려 담고 있다. 원래 이스라엘은 유월절 전 후 기간(양력 3-4월 )이 꽃피는 계절이며 이 꽃은 "들에 피는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고 예수님이 가르치시던 바로 그 나리꽃이다. 사순절과 꽃은 서로 관계가 깊다. 중세 유럽 교회에서는 부활주일 바로 전 주일인 종려주일을 "꽃의 주일" 이라 부르며 이 날 교회에 나오는 신자들에게 종려나무 잎과 꽃을 주어서 이 날을 기념한다.

얼마 전 소설 '다빈치 코드' 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막달라 마리아는 성경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 여인이 되었다. 그러나 예수부활을 처음 목격하고 증언한 여인으로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성경의 기록은 언제나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일본작가 엔도 슈사쿠는 "막달라 마리아는 정욕의 불꽃을 뚫고 나와서 그 정열을 믿음으로 불태운 나머지 성녀가 된 여성이었다"고 찬탄하고 있다. 목회 시인 김태규는 "창녀인가 성녀(聖女)인가 / 막달라 마리아 / 너는 / 모든 아름다움을 한 몸에 지닌 여인"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부활 절기를 보내면서 우리는 막달라 마리아에게 나타난 서민풍의 정원사 예수 성서화를 대하고 있노라면 더 깊은 사색과 감격에 젖게 될 것이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1992년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어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35년간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를 모으고 있다. 그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은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2011년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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