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후보인 국민전선  마린 르 펜
▲프랑스 극우성향 정당인 국민전선 마린 르 펜 대표. ©페이스북

[기독일보=국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여성 대선후보 마린 르 펜(49) 대표가 레바논의 이슬람교 지도자를 만나려다가 '히잡 착용' 거부하며 실랑이 끝에 면담이 불발됐다. 해당 종교단체는 “무례한 행위”라며 르 펜 대표를 비난했다.

AP통신과 프랑스언론들에 따르면 레바논을 방문 중인 르 펜 대표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오전 베이루트에서 수니파 이슬람 지도자인 셰이크 압델 라티프 드리안을 방문해 면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르 펜 대표는 이슬람지도자 측의 사무실에 도착해 보좌관이 머리에 쓸 흰색 스카프를 건내자 몇 분간 측근들과 상의를 하더니 스카프 착용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슬람 율법은 여성들에게 외출 시에 머리 부분을 히잡 등으로 가리도록 하고 있지만, 르 펜 대표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르 펜 대표는 결국 면담을 하지 않고 약속장소를 벗어나며 기자들에게 “나는 어제 히잡을 착용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상대방 측이 면담 약속을 취소하지도 않았다”면서 “그래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도록 허용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하면서 “그들이 내게 스카프를 착용하라고 했지만,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고 장소를 떠났다.

르 펜 대표가 이슬람 관습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면담 약속까지 깨버리자 해당 종교단체는 성명을 내고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들은 “율법에 따라 종교지도자 면담을 할 때 머리 부분을 가려달라고 르 펜 후보 측에 요청했다”면서 “관례를 거부한 것은 무례한 행위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르 펜 대표는 과거 이집트의 수니파 이슬람교 최고지도자와 면담할 때도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적이 있다.

르펜 대표의 이날 히날 착용 거부 헤프닝은 프랑스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와 세속주의의 원칙인 ‘라이시테’를 강하게 신봉해온 입장과 관련이 있다.

프랑스는 라이시테 원칙에 따라 히잡과 십자가 등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는 행위를 공공장소와 고등학교 등에서 법률로 금지하고 있다.

평소 이슬람교에 적대적인 의견을 공공연하게 밝혀온 르 펜은 프랑스 내 무슬림들을 염두에 두고 라이시테의 확대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르 펜 대표는 전날에는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도 면담했다. 수니파 이슬람교도인 하리리 총리는 평소 르 펜이 이슬람교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온 데 대해 “이슬람교 및 무슬림과 테러리즘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는 것은 가장 최악의 실수로, 레바논은 프랑스를 인권의 본거지이자 민족·종교·계급으로 차별하지 않는 국가로 여긴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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