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가 지난 11월 15일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 하여라”를 주제로 제67회 총회를 개최하고 총회 선언문을 채택・발표했다. 교회협은 선언을 통해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와 한반도, 나아가 생태세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있는 힘을 다 할 것을 다짐했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이다.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 하여라"

못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하여라.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시34:14).

정의롭고 평화로운 새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던 3.1운동의 100주년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때마침 우리 사회에 정의에 대한 열망이 늘어가고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의 기운이 싹트는 이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못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하여라.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회는 이 땅의 정의를 실천하여 평화를 이루기 위한 도구로 부름 받았습니다. 이 말씀을 따라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 내부의, 한반도의, 나아가 창조세계의 정의로운 평화를 이루기 위한 활동에 진력해야 합니다.

1. 우리 사회의 평화 : 교회는 고통 받는 이들에게 선한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민주화와 평등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 청년, 노인,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소수자, 가난한 이, 이주민・난민, 그리고 자유로운 사상과 양심에 따라 살기 원하는 이들 모두가 우리 사회의 차별과 폭력, 그리고 혐오를 멈출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모든 이들이 차별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야 합니다.

교회는 고통 받는 이들의 선한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고 혐오를 확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거짓 뉴스’의 근원지 및 유통경로가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라는 것은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정의와 평화는 거짓과 공존할 수 없습니다.
교회가 참으로 ‘선한 이웃’이 되기 위해 새롭고도 풍부한 복음이해가 필요합니다. 교회의 복음이해는 완성된 것이 아니기에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 교회는 우리 사회의 변방으로 내몰려 있는 이들이 우리의 도움과 환대를 필요로 하는 대상이 아니라 교회와 사회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주체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또한 이들의 시선으로 성서를 새롭게 읽어 경직된 복음이해를 극복해야 합니다. 이럴 때 교회의 자기 개혁도 가능합니다.

2. 한반도의 평화 : 교회는 88선언의 신앙고백을 따라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해야 합니다.

교회협은 1988년 2월 29일 연동교회에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선언’(88선언)을 발표하였습니다. 88선언은 민간에 의한 최초의 평화통일선언으로 이후 민간의 통일운동과 정부의 통일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88선언의 통일 5대 원칙인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인도주의’, ‘민의 참여’는 여전히 민족통일의 중요한 좌표입니다. 특별히 한국교회가 “반공주의를 종교적인 신념처럼 우상화하여 북한 공산정권을 적대시한 나머지 북한동포들과 우리와 이념을 달리하는 동포들을 저주”한 죄책을 고백한 것은 진정한 남북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88선언의 희년선포는 지난 30년 간 생명과 정의, 평화와 통일, 일치와 갱신을 위한 선교에 매진할 수 있었던 신앙적 결단이었습니다.

2018년 1월 평창올림픽과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정상회담에 이르는 과정을 통하여 한반도는 이제 화해와 평화, 상생과 공동번영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88선언의 비전이 곧 실현되리라는 가슴 벅찬 희망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족자주’와 ‘민의 참여’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통일의 모든 과정에서 남북의 주권이 보장되고 남북의 ‘민’이 마음을 열고 서로 만나, 배우고 이해하고 용서할 때 한반도에 진정한 새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88선언의 신앙고백이며 70년 이상 반목과 증오의 분단시대를 살아 온 우리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한국교회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조속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그리고 교회와 학교에서 실효성 있는 평화교육이 시행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3. 창조세계의 평화 : 교회는 모든 생명과 평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인간의 신자유주의적 탐욕을 제어하지 못한 결과 창조세계는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몰려있습니다. 생태적 위기가 오래전 대두되었지만 인류의 번영과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무시해왔기 때문입니다. 이기적 인간중심주의는 자연을 정복과 욕망 충족의 대상으로 전락시켰으며 생태계 파괴와 급격한 기후 변화를 불러온 인간은 이제 스스로를 멸종 위기에 몰아넣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금 당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창조세계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 위기는 교회의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합니다. 인간과 인간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 선교개념을 넘어 모든 생명에 대한 봉사가 교회의 존재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빠른 시간 안에 정의로운 경제모델을 제시해야 합니다. 무제한의 경제성장주의가 지속되는 한 파멸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무분별한 핵의 사용도 중지되어야 합니다. 핵의 사용은 당장의 편리함을 얻고자 몇 만 년에 걸쳐 창조세계의 안전을 위협할 극도의 이기주의입니다. 또한 오늘날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은 윤리성을 담보해야 합니다. 근래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예술가들이 계속해서 디스토피아를 묘사하며 윤리성을 잃어버린 과학기술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과학기술 발전의 결과가 자연과 인간의 지속과 조화를 지향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모든 생명 사이의 평화는 이 위기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벌써 십 수 년 째 교회의 반성과 개혁을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수렁은 깊어지고만 있으며 그동안의 고백은 무의미한 동어반복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말을 실천할 의지입니다. 또 다시 실천을 등한시한다면 우리의 잘못으로 인한 현재의 모순과 지구의 위기는 더욱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무고한 다음 세대의 고통으로 넘겨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선언의 내용을 실현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확인하면서 하나님과 교회, 그리고 세상 앞에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할 것을 선언합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눈앞에 둔 지금 자비로운 주님께서 다시 그때와 같이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이 우리 안에 샘솟게 하시고 모든 생명과 함께 ‘흔쾌한 부활’을 이루게 하실 것입니다.

2018년 11월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67회 총회 대의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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