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는 NCCK 비상시국대책회의 관계자들.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는 NCCK 비상시국대책회의 관계자들. ©NCCK 제공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비상시국대책회의(상임의장 김상근 목사)가 20일 다섯번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 왜곡을 중단하십시오!”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다섯 번째 시국선언은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건국절 논란에 대해 NCCK의 입장을 밝히고 역사왜곡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다음은 시국선언 전문이다.

시국선언문(다섯번째) "박근혜 정부는 역사 왜곡을 중단하십시오!"

박근혜 대통령은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정으로 올바른 역사교육을 원한다면 대통령은 자기 개인적 역사인식을 온 국민에게 강요하지 마십시오. 국민에게 언제나처럼 역사인식까지 가르치려드는 오만을 멈추십시오. 역사인식의 독점주의적 태도를 버리십시오. 자기의 역사인식이 자칫 편협하고 주관적일 수 있다는 겸손한 자세를 가지십시오.

우리 기독교인은 역사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거기에 하나님의 계시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신앙인의 역사해석입니다. 시민의 지성 또한 자유로운 학문의 장에서 역사를 해석합니다. 이것이 종교다원사회와 민주사회의 기본질서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역사해석을 독점하고 왜곡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그것을 주입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본 대통령의 역사인식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대한민국헌법 정신을 반하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합니다. 개인적 인식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기 때문에 잘못된 인식의 결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래와 같이 요구합니다.

1.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전면 철회하고 검인정 제도를 유지하십시오.

정부가 주도하는 왜곡된 역사 해석을 모든 국민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역사 교육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양심을 형성하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기독교 전통은 양심을 “내 안의 하나님의 목소리”라고 여깁니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자신의 양심을 형성할 자유가 있으며 우리는 그 자유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권리라고 믿습니다. 정부가 인간이 소유한 양심형성의 자유를 유린하고 지배세력의 입맛에 맞는 인간상을 형성하려고 들면 국민들은 조작한 양심의 소리를, 기독교 신앙인들은 정치권력에 의해 왜곡된 “우상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이를 묵과할 수 없습니다.

2.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백지화하고 일본으로 하여금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도록 노력하십시오.

애당초 정부가 피해자들을 무시하고 나서서 진행할 합의가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합의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이 그동안 피해자들이 주장해온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책임 있는 배상,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이 아니라 수혜적인 금전을 통한 책임 회피라면 어느 국민이 그 합의를 환영할 수 있겠습니까. 역사는 무책임한 금전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역사가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가슴에 여전히 고통을 주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한일 양국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합의라는 이름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양국의 국민들이 앞으로 써가야 할 화해의 역사를 심각하게 훼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 것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피해자들을 또 다시 능욕하는 정부의 행위를 규탄합니다.

3. 헛된 건국절 논란을 야기하지 마십시오.

우리 기독교인들은 3.1독립운동을 비롯한 초기 한국독립운동에 기독교가 혁혁한 공로를 세웠음을 기억하며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3.1독립운동을 통해 한국의 민중이 ‘대한제국의 신민’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역사에 등장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 기독교의 기여가 있었다는 사실에 신앙의 선배들과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정부의 수립이 국가의 시작일 수 없습니다.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등장이 국가의 시작입니다. 그 의미를 애써 퇴색시키려하는 정부의 의도가 있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역사가 세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찌 고통 받는 이웃을 외면하고 나아가 압제자의 편에 서서 이웃을 핍박하며 자기 혼자 호의호식을 누렸던 친일인사들을 민주독립국가의 건국 공로자로 둔갑시키려 합니까? 남의 공로를 가로채려 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도둑질입니다.

정부가 모든 역사 해석에 대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오만입니다. 역사가들과 시민들에게 역사를 자유롭게 해석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십시오. 그것이 정부의 임무입니다. 우리는 큰 걱정과 깊은 염려로 박근혜대통령께 간곡하게 당부합니다. 정치권력을 가진 이들이 우리의 역사 앞에서 진솔한 마음으로 자랑스러움이나 반성의 자세를 가질 때만 비로소 나라를 운영할 기본적인 자격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2016년 10월 2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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