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총무 이홍정 목사.
NCCK 총무 이홍정 목사. ©기독일보DB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가 부활절을 맞아 2019년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NCCK는 2019년 “더불어 흔쾌한 부활”을 주제로 사순절에서 부활절까지 영적 순례를 이어오고 있다.

특별히 고난주간에는 고난의 현장을 방문한다. 4월 18일부터 19일까지 1박 2일간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서울), 산내 골령골 학살지(대전), 노근리 학살지(영동), 5.18 민주광장(광주)를 순례할 예정이다.

올해 부활절 새벽예배는 4월 21일 오전 5시 30분 대한예수교장로회 연동교회에서 “그리스도와 이웃과 “더불어 흔쾌한 부활!” - 3.1운동 100년 함께 만드는 평화”라는 주제로 드려진다. 다음은 NCCK 부활절 메시지 전문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2019년 부활절메시지]

그리스도와 이웃과 “더불어 흔쾌한 부활” - 3.1운동 100년, 함께 만드는 평화

“그들이 서로 말하되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하고, 곧 그 때로 일어나 예루살렘에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 및 그들과 함께 한 자들이 모여 있어 말하기를 주께서 과연 살아나시고 시몬에게 보이셨다 하는지라. 두 사람도 길에서 된 일과 예수께서 떡을 떼심으로 자기들에게 알려지신 것을 말하더라.”(누가복음 24:32~34)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으며, 진리가 우리와 함께 나아가는도다. 남녀노소 없이 어둡고 답답한 옛 보금자리로부터 활발히 일어나 삼라만상과 함께 기쁘고 유쾌한 부활을 이루어내게 되도다.”(3.1 독립선언문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삼라만상과 하나님의 창조세계 모두에게 더없이 유쾌한 사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사건의 진정한 의미는 고난당하는 삶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의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서 더욱 분명히 드러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를 낮추시고 몸소 약해지심으로 이 땅에 오셨고, 스스로 가난해지심으로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고난을 기꺼이 짊어지는 거룩한 수난자가 되심으로 죽임의 자리에서 부활을 소망하는 이들에게 참 소망이 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생명을 억압하고 죽이는 권력의 어둠이 집어삼킬지라도 결코 죽임을 당하거나 꺼지지 않는 세상의 참 생명, 참 빛이 되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을 자신들의 역사의 끝으로 인식하고 공포에 잠긴 채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처럼,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자신의 염려와 안위만을 위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으로 표출되는 시대의 많은 문제들은 ‘빈곤’, ‘불평등’, ‘차별’, ‘혐오’, ‘대립’, ‘인간성 상실’, ‘생태계 파괴’ 등의 이름으로 우리 안에 축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땅 위의 많은 교회들은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길을 걷지 못한 채 오히려 ‘교회’의 안위를 추구하며 살아왔습니다. 낯선 행인의 모습으로 절망의 길 위에 선 제자들과 동행하신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이야말로 하나님의 장대한 구원과 해방의 역사를 완성인 부활을 향해 가는 정점인 것을 깨우쳐 주십니다. 성만찬의 기억을 되살리며 떡을 떼는 제자들의 눈은 밝아졌고 진리 안에서 치유되고 화해된 존재로 변화되었습니다. 이제 제자들은 절망의 자리를 접고 부활의 산 소망을 간직한 채 결단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의 자리,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부활의 생명의 복음을 증언합니다.

100년 전 이 땅에 울려 퍼졌던 역사적 부활의 선언은 오늘 분단과 냉전의 삶의 자리에서 고통당하는 우리들을 새롭게 눈뜨게 합니다. 3.1운동의 주체인 하나님의 백성들은 일체 치하에서 기울어져 가는 민족의 운명 앞에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뜨거운 가슴으로 떨치고 일어나 민족의 자주와 해방, 민주와 평화를 선포하므로, 하나님과 함께 더불어 흔쾌한 역사의 부활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제국주의의 폭압 속에서, “아,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도다.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왔”다는 그들의 평화의 외침은, 마침내 “남녀노소 없이 어둡고 답답한 옛 보금자리로부터 활발히 일어나 삼라만상과 더불어 흔쾌한 부활”을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역사의 부활에 대한 그들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지난 100년, 우리 역사의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빛이 되었습니다.

2019년 부활절, 부활이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의 교회들에게 죽음의 우상을 물리치고 세상을 향하여 “더불어 흔쾌한 부활”을 선포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둠의 제국의 침탈 앞에서 만국의 평화를 선언했던 그날의 기억과 함께, 3.1운동 100년의 역사를 복음의 빛에서 성찰하고 평화의 길로 나설 것을 요청하십니다. 수난당하는 모성의 영성으로 일제식민시대와 분단·냉전시대가 드리운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거룩한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고난을 뚫고 솟아오르는 흔쾌한 부활만이 이 땅에 온전한 자유와 해방, 민주와 평화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자발적 약함과 가난함의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분단·냉전시대의 억압과 모순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지 못한 채 주변화 된 사람들을 위해 성문 밖으로 나아가 복음과 함께 고난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 오늘의 부활의 산 소망이 있습니다.

2019년 부활절이 지난 역사의 뿌리 깊은 모순들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유와 해방, 민주와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새 역사의 마중물이 되기 바랍니다. 3.1운동은 이념과 종교, 계층과 지역, 성별과 나이를 넘어 민족의 온전한 자유와 해방을 부활의 빛으로 선포했던 귀중한 신앙의 유산입니다. 100년 전 그들은,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으며, 진리가 우리와 함께 나아”간다고 선언했습니다. 2000여 년 전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서 우리 편이 되셨으니 누가 감히 우리와 맞서겠습니까?”라고 항변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안위를 위한 길에서 나와 ‘모두’의 안녕을 위한 길 위에 서야 합니다. 생명 죽임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을 멈춰 세우고 치유와 화해에 이르는 정의와 평화의 복음을 나누어야 합니다. 뜨거운 마음으로 ‘모두’의 광장으로 뛰어나와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를 외쳐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우리 민족 역사의 한복판에서 모두에게 “더불어 흔쾌한 부활”로 선포해야 합니다. 이 세상 모든 생명이 하나도 빠짐없이 누리게 될 “더불어 흔쾌한 부활”을 선언하는 하나님의 백성공동체를 통하여 하나님께서는 이 땅 위에 부활의 산 역사를 이어가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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