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성 박사(삼성의료원 HR혁신실장, 기독경영연구원 운영위원)
류지성 박사(삼성의료원 HR혁신실장, 기독경영연구원 운영위원)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故필립 세이 모어 호프만이 열연한 영화 ‘마지막 4중주’는 단원들의 관계망이 연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준다. 리더가 파킨슨병을 진단받자 25년 동안 그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망이 폭발되면서 콘서트를 망친다. 스승과 제자, 2인자의 열등감, 옛 연인 관계 등 억눌렀던 단원들의 감정이 불거져 나오자 ‘4중주단 해체’라는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하지만 갈등을 소통과 존중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가면서 그들은 이전보다 더 깊고 농밀한 협연을 보여준다.

이는 비단 음악 뿐 아니라 사활이 걸린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의료원 류지성 HR혁신실장은 “구성원들의 대화와 소통이 100% 향상되면 입원기간은 31% 줄고 환자가 느끼는 의료 서비스의 질은 22% 향상된다"고 전했다.

성 누가회는 23일 오후 6시 고려대 의과대학 본관 최덕경 강의실에서 ‘효과적인 병원 인사/조직관리’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개최했다. 특히 기독교 의료인으로 병원 조직의 인사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리더와 팀원 간 효율적인 소통을 제시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강연을 맡은 류지성 박사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을 병원/인사관리에 대표적인 혁신 사례를 들었다. 만성적자와 직원 3명 중 1명만 업무 만족도를 보인 병원이었지만, 2018년 미국 100대 일하기 좋은 직장 17위에 등재될 정도로 성장했다. 이어 그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성공 요인으로는 ‘Care’와 ‘Caregiver’의 개념을 뽑았다.

그는 'Care'의 패러다임을 설명하면서 “소비자와 달리 환자는 생명의 문제가 달려있다”며 “환자의 생각은 자신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주길 원하고, 구성원들이 환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함께 힘을 합치’고, 가장 효율적으로 ‘지체 없이’ 해결해 주기 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존병원의 구성원들은 환자의 질병 치료에만 집중하지 서로 협력하여 환자의 두려움, 염려 같은 감정을 세심하게 돌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령 당시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입원한 한 환자는 마주친 직원들의 표정을 관찰해서 일지를 작성했다. 의사, 간호사, 청소미화원들의 표정이 무덤덤하고 어두워 보여 환자는 ‘내 병이 심각한가?’라는 생각으로 구성원의 모든 행동을 자신의 상태와 부정적으로 연결 지어 생각했다고 한다.

이어 류지성 박사는 “환자 입장에서 의사든 수납창구 직원이든 청소미화원이든 환자의 치료를 위해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당시 클리블랜드 병원은 의사와 일반직원을 구분하는 개념에서 모든 구성원을 ‘Caregiver’로서 대우하는 방식으로 혁신을 꾀했다”고 전했다. 병원 직원은 종업원이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Caregiver’가 되고 역할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환자의 케어를 위해 모든 사람이 협력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를 위해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43000명의 직원 모두가 의사, 간호사, 청소미화원, 수납창구 직원 등 직종을 섞어 8-10명 단위로 테이블에 둘러 앉아, 환자를 Care하는데 각자의 경험과 방안을 토론하는 교육 시간을 가졌다. 당연히 진료에 바쁜 의사와 간호사들의 반대가 많았고 100억 적자가 예상되는 험로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클리블랜드 클리닉 CEO인 Meliner는 강력히 추진했다.

이후 Caregiver 교육을 받은 모든 참가자들은 “We are all caregivers"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비의사직 직원들의 고충을 깊이 공감하고 또한 비의사직 직원들도 의사와 대등하게 이야기 한 경험으로 단순히 직원이 아닌 환자의 치료를 위해 적극 협력하는 Caregiver의 사명의식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어 류 박사는 “은사가 사람마다 다르고 ‘발이니까 넌 중요하지 않다’가 아닌 모든 지체가 다 한 몸을 이루는 소중함 존재”라며 고린도 전서 12장을 예로 설명하고, “병원 안에서 예수를 믿든 아니든 환자를 위해서 모두가 협력하는 소중한 사람들이며, 환자는 예수님이 우리 병원에 보낸 분”이라며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강조했다.

성누가회 제6회 의료인 리더십세미나를 마치고.
성누가회 제6회 의료인 리더십세미나를 마치고. ©성누가회 제공

한편 그는 한국 병원의 인사조직 시스템에 대해 한계를 지적했다. “의사 외에 간호사, 약사, 행정 직원 들은 일반 직원으로 칭하고 있다”며 “물과 기름같이 의사와 간호사, 행정직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할 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보통 의사들이 문책 중심의 피드백을 하고 있는데 이러면 간호사, 약사 등으로부터 오는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소통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구성원들의 애로사항을 잘 듣고 공감하고 사과하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문제에 대해 간호사들의 구체적인 맥락을 듣고 긍정적 평가를 해주는 것이 올바른 피드백의 핵심임”을 전하며 "잘못 자체에 대한 문책 대신 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피드백 해줄 것"을 당부했다.

2시간 정도 진행된 이번 강의에는 기독의료인을 비롯해 수많은 기독인들이 참여하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질의응답과 성 누가회의 소개를 끝으로 모든 일정은 마무리 됐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