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규 기자] 차기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후보로 나선 이들이 "새맞이/학기 초 전도 제재"를 공약으로 내걸어 기독교계의 학원선교 위축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대 제58대 총학생회 '디테일' 선본의 총학생회장 후보 김보미 씨와 부총학생회장 후보 김민석 씨는 서울대 총학생회 홈페이지(we.snu.ac.kr)에 공개한 '공동정책자료집'을 통해 '새맞이 학내 구성원의 전도'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주는 건 지양하자는 캠페인을 진행 하겠다"고 밝히고, '학기 초 외부인 기숙사 전도'에 대해서는 좀 더 강력하게 "청원경찰과 협력, 기숙사 입주 시기에 무단 침입하는 전도인을 제재 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약을 설명하며 이들 선본은 "새맞이 기간이나 학기 초 새내기들과 기숙사 입주생 등을 타깃으로 한 전도인들이 있다"고 말하고, "이들 중엔 스스로가 선배라고 밝혀 새내기들의 거부 의사 표시를 어렵게 만들거나 싫다고 해도 따라오며 말을 걸며 불쾌감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또 "외부 교회 사람들이 기숙사 입주철을 노려 내부까지 들어오기도 한다"면서 "이렇게 학내 구성원에게 불편을 주는 외부 전도인을 청원경찰과 협조해 제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58대 선거 공동정책자료집에 등장한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58대 선거 공동정책자료집에 등장한 "새맞이/학기 초 전도 제재"에 대한 내용. '전도'가 '잡상인'과 '포스터 노상 부착' 등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듯 하다. ⓒ 공동정책자료집 갈무리

이러한 공약으로 학내에서 논란이 일자 '서울대 동아리연합회 종교분과'와 '한기연' 등이 선본에 질문을 던졌다. 서울대 커뮤니티 포털 SNULife(snulife.com) 선거게시판에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동아리연합회 종교분과는 먼저 불쾌감을 주는 전도의 정의와 수준, 그리고 그것이 방식의 문제인지 아니면 '전도' 자체에 대한 의견인지를 물었다. 또 '청원경찰' 협력에 대한 설명과 공약 속 캠페인의 내용은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선본은 첫 질문 ‘불쾌감을 주는 전도의 경우’에 대해 '집요함'과 스스로의 소속을 밝히지 않고 '선배다'라고 칭하는 것 등이 문제라고 이야기 했다. 선본은 "처음에 말을 걸 때 구체적인 소속을 밝히고, 거부 의사를 피력하면 곧바로 그만두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약의 의도는 '학내에서 학생이 불편을 겪는 일이 없게 하자'는 것"이라 했다. 더불어 "그 절충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전도 시 너무 집요하거나 그 정도가 과해 불편함을 겪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이라며 "전도 자체를 금지하자는 것은 아니"라 했다.

청원경찰의 건에 대해서는 "기숙사 입주기간을 이용해 기숙사 내부까지 들어오는 외부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이는 전도이기 이전에 명백한 침입이고 학생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라고도 했다. 캠페인에 대해서는 "수준과 방법에 대해선 추가적으로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 내부에서 회의를 하는 한편 학우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구하여 정할 것"이라 말하고, "큰 틀에선 '전도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과도하게 집요하거나 잘못된 방식의 전도는 서로에게 불쾌감을 준다' 는 것을 주요한 메시지로 삼을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논란을 의식한 듯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전도 자체에 대한 거부보다는, 전도를 하되 불편함을 주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것을 취지로 한다"고 전했다.

한기연은 '전도'와 '전도로 인한 피해'의 개념, 전도로 인한 피해사례의 수집 방법과 경로, 전도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에 대한 수치 및 통계자료, 대책 등에 대해 물었다. 이에 선본은 "'전도로 인한 피해'란 특히 노상전도의 집요함과 그 방식의 문제점 때문에 학우들이 겪는 심리적 불편함 및 불쾌함"이라 대답하고, 학내 커뮤니티 등의 부정적인 의견들을 참고했다면서 "온라인상에서 일반적인 여론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선본은 "구체적 수치는 당선 후 진행과정에 있어 이에 대한 여론조사 및 의견 수렴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만 말해 한기연이 문의한 수치 및 통계자료 등은 없음을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정후보 김보미 씨
서울대 총학생회장 정후보 김보미 씨 ©서울대 제58대 총학생회 선거 공동정책자료집 갈무리

한편 선거기간 중인 지난 5일 저녁 김보미 씨는 교내 선거운동본부 공동정책 간담회에서 스스로 레즈비언이라고 밝혀 커밍아웃을 선언했다. 그는 커밍아웃을 하면서 자신의 삶과 관점이 바뀌는 뜻 깊은 경험을 했다고 밝히고, "총학생회장으로서 학교에 불러오고 싶은 변화 또한 이 경험과 맞닿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 학칙반영을 위한 학생·교사 대표단 활동' '군인권센터 인턴' 등의 경험이 있음을 경력을 통해 드러냈으며, 총학생회 후보 출마사를 통해서는 "(과거) 생활대 학생회장을 하며 '동성혼과 성소수자 차별' 세미나 등을 통해 우리 내 문제를 해결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김보미 씨의 경험과 경력, 발언 등을 의식한 듯 선본은 "'새맞이/학기 초 전도 제재' 공약은 정후보 개인의 공약이 아닌, 선본의 공약이며 제시한 사람은 부후보 김민석 임을 밝힌다"고 전하고, "질문이 지속적으로 정후보를 지칭하기에 이를 바로 잡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운동기간은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까지였다. 현재는 투표기간으로, 16일부터 시작된 찬반투표는 19일 오후 6시 종료되어 이후 현 후보들의 당락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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