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신대에서 WCC 관련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지난 9월 WCC 중앙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세계교회협의회의 새로운 선교와 전도 문서(a new WCC Affirmation on Mission and Evangelism)’가 한국교회에 주는 의미를 모색하는 학술대회가 20일 오후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박사) 소양주기철기념관에서 개최됐다.

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CWME)에서 만든 문서 ‘함께 생명을 향하여: 기독교의 지형변화 속 선교와 전도(TOGERHER TOWARDS LIFE: MISSION AND EVANGELISM IN CHANGING LANDSCAPES)’는 ‘변화하는 지형 속에서 선교와 전도를 새롭게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 비전과 개념과 방향을 찾는 에큐메니칼 통찰’을 목적으로 했으며, 2013년 제10차 부산총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961년 뉴델리에서 IMC와 통합 후, WCC가 선교와 전도에 대해 발표한 공식성명서는 1982년 ‘선교와 전도: 에큐메니칼 확언(Mission and Evangelism: An Ecumenical Affirmation)이 유일했는데, 30년 만에 새로운 문서가 나오게 된 셈이다. WCC는 그간 선교와 전도 부문에서 보수·복음주의 진영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대회를 주관한 장신대 세계선교연구원 한국일 원장의 인사말 이후 이형기 명예교수(장신대)가 ‘WCC 선교이해와 패러다임 변화’, 홍인식 박사(전 남미선교사)가 ‘2012년 선교문서가 한국 선교사역에 주는 의미’, 최형근 교수(서울신대)가 ‘로잔운동에서 보는 2012년 선교문서의 의미’를 각각 강연했다.

“1982년과 2012년 문서… 30년간 신학계 패러다임 변화 감안”

이형기 교수는 ‘1982년 에큐메니칼 선교와 전도신학 지침서로부터 2012년 에큐메니칼 선교와 전도신학 지침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2012년 지침서가 1982년 이래 발전된 선교와 전도신학을 잘 담아내고 있는지 살피고, 향후 CWME가 추구해야 할 ‘화해와 치유를 통한 생명공동체’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1982년 문서를 간단히 설명했다. 이 문서는 에큐메니칼 운동이 지향하는 선교신학의 고전적 지침서로, 복음을 통해 성령으로 개인이 회심에 이르고 개교회를 세우고 성장시키며 복음을 전한다는 ‘복음주의’ 전통의 복음전도와 WCC 전통의 선교신학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그는 “1982년 문서는 ‘하나님의 선교’와 같은 에큐메니칼 선교신학을 비판하고 나온 1974년 ‘로잔 복음주의 세계대회’와, ‘온전한 복음, 전 인격, 전 교회, 온 누리’를 주장했던 1975년 WCC총회의 통전적 측면을 염두에 두면서 복음설교를 통한 개인 회심과 개교회 개척·성장을 부가시키면서 하나님의 선교로 나갔다”고 했다.

이형기 교수는 1982년 문서 이후 30년 동안 일어난 신학적 변수들로 7가지를 꼽았다. ①창조세계 보전과 생명 ②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글로벌화와 이 과정 속 교회와 신학의 주변화 ③포스트모더니즘과 다민족·다문화·다종교 ④오순절주의를 비롯한 세계 기독교의 지형변화 ⑤그리스도 중심적 보편주의로부터 삼위일체 중심적 보편주의로 ⑥미래 지향적이면서도 현재적인 ‘하나님 나라’ ⑦‘신앙과 직제’, ‘삶과 봉사’, 그리고 ‘세계선교와 복음전도’의 다양성 속 통일성 등이다.

이후에는 2012년 문서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제1-11항은 주제(Together Towards Life)를 소개하면서 ①과 ⑤를 드러냈는데, 1982년 지침서가 여전히 기독론 중심이라면 2012년 문서는 삼위일체 하나님, 삼위일체론적 성령, 생명,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 대한 희망과 같은 ‘신앙과 직제’ 전통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복음의 우주적 범위, 선교와 전도 중심축의 이동, 신자유주의의 맘몬 숭배에 대한 대응, 복음과 종교간 대화문제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제12-35항은 ‘선교의 성령: 생명의 숨결’을 제목으로 성령의 선교, 선교와 창조세계 번영, 영적 은사들과 분별력, 변혁적 영성 등을 이야기하고, 제36-54항은 ‘해방의 영: 주변들로부터의 선교’, 제55-79항은 ‘공동체의 영: 움직이고 있는 교회’, 제80-100항은 ‘오순절의 성령: 모든 인간과 창조세계를 위한 좋은 소식’, 제101-112항은 ‘생명의 축제: 결론적 확언들’ 등을 각각 정리했다.

▲ 이형기 교수(맨 왼쪽)가 발표하고 있다. 차례로 홍인식 박사, 최형근 박사가 앉아있다. ⓒ크리스천투데이

이형기 교수는 “2012년 지침서는 앞에서 소개한 7가지 변수들을 잘 담아내고 있고, 대체로 ‘삼위일체 하나님, 삼위일체론적 성령론, 생명,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신학적 전거의 틀로 삼고 있다”며 “그런데 7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⑤와 ⑥으로의 신학적 패러다임 이동이고, 이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는 크게 동서방교회 삼위일체의 합류이고, 특히 정교회의 ‘영 그리스도론(the Spirit-Christology)’”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같은 신학적 패러다임 이동에서 다시 부상하는 문제는 서방교회들 가운데 ‘기독론’을 강조하면서, 성령론에 관해 ‘기독론적 성령론’에 갇힌 개신교 대부분의 교회들과 성령론으로 편중된 오순절 계통 복음주의 교회들로부터의 비판”이라며 “그러므로 라이저가 제시한 ‘그리스도 중심적 보편주의’를 삼위일체론, 삼위일체론적 성령론, 생명,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전거 틀 안에 재정위시켜야 하고, 그리스도 중심적 보편주의에 더해 복음서 내러티브들에서 발견되는 ‘아래로부터의 기독론’을 더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야 칼빈과 칼 바르트가 공히 주장하는 ‘기독론적이고 삼위일체론적인 화해의 복음’이 성령을 통해 인간에게 적용됨으로써,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교회 공동체와 예배예전, 말씀설교, 코이노니아, 교육, 봉사, 복음전도 같은 교회의 본질적 기능이 강조되며, 이신칭의, 회심과 성화, 교회의 제사장적·예언자적·왕적 기능 등 본질적 기능들이 잘 발휘될 수 있고, ‘아래로부터의 기독론’은 교회에게 예수님을 따르는 기독교적 제자의 도와 교회의 사회참여의 길이 무엇인가를 잘 보완하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 나라에 대한 미리 맛봄”이 강조돼야 한다.

“여전히 복음주의 진영에서 우려할 만한 요소들 발견돼” 의견도

최형근 교수는 로잔운동을 통해 본 2012년 선교문서의 의미를 짚었다. 최 교수는 “이번 문서는 2년 전 로잔 케이프타운 서약 내용의 많은 부분들과 유사해,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간의 간극이 많이 좁혀지리라 기대한다”면서도 “여전히 복음주의 신학자들과 교파들, 선교 지도자들이 우려하는 요소들이 문서 내에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먼저 이 문서에는 성경과 복음에 대한 명확한 주장들이 나타나지 않고,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아, 복음주의자들이 WCC를 의구심의 대상으로 보게 만들었다. 둘째, 문서가 제시하는 ‘성령 안에서 얻는 온전한 혹은 새로운 생명’은 ‘복음의 능력과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로 성령 안에서 새롭게 된 하나님과의 관계’라는 초월적 지평을 간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셋째,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정체성을 사회문화적 연속성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과의 연대성으로 제한시킨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죄의 문제가 불의와 구조적 차원으로 환원될 소지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며 “교회의 일치와 연합이 어려운 근본 이유를 인간의 타락과 죄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넷째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의 관점에서, 성령의 선교도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심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며 “성령론에 대한 보다 깊은 성서적·신학적 연구와 숙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문서는 통전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지만, WCC 특성상 교회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들을 다루는 쪽으로 경도돼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2013년 부산총회시 참가자들이 선교와 전도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보다 값진 결실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세계교회와 한국교회의 미래를 내다보며 어떻게 양 진영이 대화를 통해 일치를 모색하고 협력할 수 있을지는 이 문서와 로잔 문서들을 보다 깊이있게 숙고하고, 지역교회와 타문화 선교현장에서 실천하느냐에 달렸다”며 “이는 한국교회가 일치와 연합을 통해 하나님의 선교를 실천하는 가운데 미래 한반도의 통일을 대비하는 신학적·실천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두번째로 발표한 홍인식 박사는 2012년 선교문서가 한국 선교사역에 주는 의미를 살폈다. 홍 박사는 “한국교회는 최단기간에 최대 수적성장을 자랑하면서 최근 30년간 세계 선교계에 혜성처럼 등장했고, 이같은 한국 선교의 열정과 헌신에는 긍정적 평가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그간 분리적이고 선교신학적으로 편향적이었던 모습은 반성하고, 본 문서가 주장하는 생명의 풍성함을 향한 선교를 성찰하면서 오늘 한국 선교의 미래를 꿈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문서가 한국 선교에 주는 도전과 과제로 ①생명 중심의 선교 ②생태학적 선교 ③에큐메니칼 협력선교 ④지역교회 안의 선교 ⑤성육신적 겸손의 선교 ⑥변혁, 그리고 비전과 저항의 선교 ⑦대화의 선교 ⑧성령의 선교 등 8가지를 열거했다.

세 차례 강연 이후에는 이번 문서가 한국교회에 주는 의미를 패널들이 NCCK 관점에서(이근복 NCCK 선교훈련원장), 한국교회사 관점에서(정병준 서울장신대 교수), 조직신학적 관점에서(장윤재 이화여대 교수) 각각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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