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앞두고 신장기증인 한준희 씨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수술을 앞두고 신장기증인 한준희 씨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박진탁 이사장, 이하 본부)는 23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하는 수술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한 생명을 살리고자 수술대에 오른 주인공은 바로 한준희 씨(38세 울산광역시)다. 이로써 본부를 통해 자신의 신장을 대가없이 나눈 968번째 주인공이 탄생했다.

“건강해서 수술대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합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시원한 단비처럼 우리의 마음을 환기시켜줄 특별한 나눔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23일,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자 신장기증을 실천한 한준희 씨가 그 주인공이다. 생명나눔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한 씨는 올 해 본부를 통해 사후 장기기증 서약에 참여하며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할 수 있는 순수 신장기증 또한 결심하게 됐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통해 장기기증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어요. 그 영향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것 같아요.”

그러던 중, 한 씨는 친구의 가족 중 한 사람이 갑작스레 뇌사 상태에 빠져 장기기증을 논의하는 상황을 우연히 알게 됐다. 당시 친구 가족들은 장기기증을 동의하는 이들과 동의하지 않는 이들로 의견이 나누어졌다. 결국 반대하는 가족들로 인해 장기기증이 무산되는 모습을 보면서 한 씨는 큰 안타까움을 느끼게 됐다.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직까지도 장기기증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죠.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하면 여러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일인데 참 안타까웠어요.”

당시 한 씨는 언젠가 자신에게 생명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꼭 나누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던 지난 4월, 본부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장기기증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미담사례를 접하며 특별한 결심을 하게 됐다. 사후 장기기증 서약은 물론이고 생존 시 순수 신장기증을 결심한 것이다.

“그동안 본부를 통해 신장기증으로 생명을 살리신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저도 지금 이 순간이 남은 제 생애 중에 가장 건강한 순간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신장기증을 결심한 한 씨는 우선 가족들에게 신장기증 의사를 밝혔다. 한 씨의 어머니는 “나쁜 일도 아니고 사람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겠다는 아들의 뜻에 동의해야지”라며 격려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평소 아내와 자녀들에게 모범 남편이자 아빠였던 한 씨의 신장기증을 모든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한 씨는 평소 한 번 마음먹은 일은 제대로 해내고 마는 열정이 가득한 그는 일식, 한식, 중식, 서양요리 등의 4개 요리 자격증을 취득했고, 자동차 정비, 대형 면허 등과 다양한 자격증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신장기증에 앞서서도 보다 건강한 신장을 기증하고자 수술 3개월 전부터 매일 요가와 스피닝을 통해 체력을 단련하며 무려 13kg을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한편, 한 씨의 생명나눔으로 울산지역에서 최근 9개월 동안 벌써 3명의 순수 신장기증인이 탄생하게 돼 더 큰 의미가 있다. 2017년 12월, 순수 신장기증인 윤은숙 씨와 2018년 1월, 순수 신장기증인 황아현 씨가 이번 한 씨의 신장기증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 20일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끼를 나눴다. 또한 울산에서 연이어 순수 신장기증인이 탄생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울산 중구) 정갑윤 국회의원이 수술 하루 전날인 22일 병원을 찾아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술대에 오른 한 씨의 용기와 나눔을 격려하기도 했다.

“오랜 기도로 간절히 신장이식만을 꿈꿔왔습니다”

한 씨의 신장을 이식받아 새 삶을 살아가게 된 주인공은 이규호 씨다. 이 씨는 일곱 살 때부터 원인모를 혈뇨 증세를 보이다 고등학교 시절 만성신부전을 진단받아 투석을 시작하게 됐다. 긴 투병생활에 경제적, 육체적 이중고를 겪어 온 이 씨에게 남모를 고통은 또 있었다. 바로 가족력으로 인해 가족이 함께 신장병을 앓게 된 것이다. 점점 신장 기능이 나빠졌던 이 씨의 어머니는 지난 2012년 혈액투석을 하게 됐고, 둘째 동생 또한 신장내과 진료를 통해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 또한 막내 동생 역시 혈액투석을 하다 지난 2011년 기적적으로 뇌사 장기기증인으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아 건강을 회복하게 됐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상태였는데, 신장을 이식받게 되다니 무척 꿈만 같아요. 애써주신 본부와 기증인 분, 그리고 하나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앞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새로운 삶을 꿈꾸며 기증인과 본부를 위해 계속해서 기도하겠습니다.”

한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018년 두 번째이자 본부 통상 968번째 신장기증인인 한 씨의 생명나눔을 통해 신장기증이 보다 활성화되어 매해 늘어가는 신장이식 대기 환자들에게 희망이 전해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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