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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0 (월)

생명윤리협, 존엄사 법안 발의에 반대 의견서 제출

기독일보 편집부 기자

입력 2015. 07. 17 06:44  |  수정 2015. 07. 1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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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준수 대표

[기독일보] 지난 6월 9일 신상진 의원이 11명 의원의 동의하에 존엄사 법안(입법의안번호 15510)을 대표 발의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위 법안에 대해 의견서 제출을 요청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상임공동대표 함준수, 이하 윤리협)가 목소리를 냈다. 윤리협은 "법안을 검토해 본 결과 본 법안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다음은 의견서 전문.

신상진 의원의 존엄사 법안에 대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의 의견

1. 본 법안의 "제목" 및 "제안이유"에서 "존엄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존엄사는 "안락사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존엄사"라는 용어 표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재고되어야 합니다. 즉 ① 통상적으로 존엄사는 소극적 안락사를 뜻하는 용어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소극적 안락사는 인위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중단시키는 조치라는 점에서 안락사의 한 유형입니다. ② 2009년과 2010년에 걸쳐서 보건복지부 주관 하에 진행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관련 사회적 논의에서 존엄사라는 명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 위원들의 합의가 이루어져서 논의의 결과 발표에는 존엄사라는 명칭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첫째로, 존엄사는 소극적 안락사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둘째로, 존엄이라는 단어는 생명을 보존하고 살리는 일에 적합한 용어이지, 생명을 죽이는 일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용어는 아니다. ③ "존엄사"라는 용어는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개념이 정립되어있지 않습니다. ④ 본 법안은 존엄사와 소극적 안락사를 혼동하고 있는 동시에 존엄사와 무의미한 진료의 중단도 혼동하고 있습니다.

2. 본 법안은 연명치료를 인위적인 의학적 간섭을 통하여 말기환자의 필수적 기능을 유지하여 죽음의 과정을 연장하는 형태의 시술로서(제2조 제4항),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수개월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제2조 제2항)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하여 연명치료에 대한 이 정의는 매우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반생명적인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첫째로, 본 법안에 말하는 연명치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본 법안은 제2조, 제5항에서 기관 내 삽관 또는 체외의 심장마사지, 심장 전기충격 등을 "응급의료처치"로 따로 분류하여 정의하고 있는데, 연명치료와 응급의료처치가 같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가 명확히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둘째로, 연명치료가 인위적인 의학적 간섭을 통하여 수액공급, 자양분 공급, 산소공급을 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런 유형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제도화한다면, 이 법안은 매우 위험한 법안이 될 수 있습니다. 수액, 자양분, 산소 등은 모든 사람들 - 건강한 사람이든 병든 사람이든 . 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입니다. 비록 의학적 간섭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공급된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의 공급은 어떤 경우에도 중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셋째로, 환자의 명확한 의사표명을 통한 무의미한 진료의 중단은 일부 응급의료처치에 한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응급의료처치라 하더라도 의료기관의 수준이나 의료기술의 발달수준에 따라서 일반적인 연명치료로 전환될 수 있으므로 응급의료처치의 유형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넷째로, 어떤 사람의 생명의 가치는 그 사람에게 남은 잔여수명의 길이나 신체의 상태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잔여수명이 10년 남은 사람과 일주일 남은 사람의 생명의 가치는 동등한 것이며, 차별을 두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이 신체적으로 연약한가, 강한가의 여부, 특정한 질병이 있는가, 없는가의 여부도 그 사람의 생명의 가치를 다르게 보아야 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근거로 생명의 가치에 차별을 두는 것은 심각한 차별행위이며, 건강한 공화국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병든 유아들과 노인들을 인위적으로 제거했던 고대 희랍사회의 범죄와 독일 나치 제국의 악명 높은 안락사 프로그램의 전철을 따라가는 조치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모든 인간의 생명은 잔여수명이나 신체 상태와는 무관하게 모두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합니다. 심지어 어떤 말기 환자의 질병상태가 회복 불가능하다고 해서 그의 생명의 가치를 건강한 사람의 생명의 가치보다 낮게 평가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의 생명도 회복이 가능한 환자나 건강한 사람의 생명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3. 법안 제2조 제2호에 의하면, "'말기상태'란 상해나 질병으로 인하여 의학적 판단으로 회복가능성이 없어,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수개월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고 정의하고 있으나, 말기상태인지 여부에 따라 연명치료의 보류·중단이라는 생명에 대한 종국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는 바, 말기상태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정의가 되어야 할 것인데, 그 정의 규정에서 "연명치료"가 무엇이며, "수개월"이라는 시간적 개념이 명백하지 않다 할 것입니다.

4. "말기환자"를 판단하는 절차나 기준 등을 정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19조에 의하면 "담당 의사를 포함한 2인의 의사가 환자가 말기상태임을 확인하였을 것"을 연명치료 등의 보류·중단 이행의 요건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나, 2인의 의사 중 담당의사 이외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가 포함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5. 본 법안은 제10조에서 말기환자는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연명치료의 정의가 모호한 상황에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요구를 허용하는 것은 환자의 자살을 도와주는 의사조력자살 곧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6. 본 법안은 제15조 제1항에서 의료지시서를 등록하지 아니한 말기환자가 연명치료 등의 실시 여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경우에 환자의 진술이나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추정판단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추정판단을 제도화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판단됩니다.

첫째로, 조변석개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마음은 수시로 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명의 중단과 관련된 결정은 막상 결행해야 할 상황에 이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이 바뀝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에게는 생명을 향한 본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환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환자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피상적인 인간 이해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신체에 찾아오는 고통, 가족들에게 부담을 안겨 준다는 죄의식, 병원 측의 보이지 않는 압력 등에 둘러싸여 있는 환자는 자기 의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7. 본 법안은 제16조, 제3항에서 의료지시서를 등록하지 아니한 말기환자를 대신하여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전원이 동의할 경우에 한하여 대리판단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라매 병원 사건이나 세브란스 병원의 김할머니 소송사건의 경우에 드러난 것처럼 가족들은 환자 자신의 의사 보다는 가족들 자신의 의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누구도 환자를 대신하여 환자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간학적인 사실을 고려할 때 대리판단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8. 법안 제28조에 의하면,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여 말기환자의 의사표시에 반하는 연명치료를 한 담당의사 및 제18조 제2항에 위반하여 담당의사 등을 교체하지 아니한 의료기관의 장을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은 의사의 환자에 대한 진료여부에 대한 판단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생명의 유지 상태를 처벌하게 되는 것으로 반규범적이라 할 것이며, 이는 환자와 의사 또는 의료기관 사이의 민사적 문제로 전환하거나, 의료기관에 대한 과태료 정도로 규제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9. 어떠한 의료적 조치를 취하여도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환자의 경우에 환자의 명확한 의사표현에 근거하여 신중한 의료인들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서 의미가 없는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故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조치는 별도의 법을 제정하지 않아도 현재 얼마든지 자유롭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 법안은 존엄사와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개념상의 혼동, 연명치료의 개념에 대한 모호한 입장, 위험한 추정 및 대리판단의 허용 등으로 사실상의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위험한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본 협회는 이 법안의 제도화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는 바입니다.

2015년 7월 16일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공동대표 함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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