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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daily.co.kr
2017.05.25 (목)

"이중장애 있어도 제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 하나님의 섭리"

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saoh@cdaily.co.kr)

입력 2017. 05. 16 09:59  |  수정 2017. 05. 1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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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복장애인 복지 위한 미국 헬렌켈러 센터, 국내 도입이 꿈

숭실대 조원석
▲ 13일 숭실대에서 만나 인터뷰한 조원석씨와 그의 안내견 평등이. ©오상아 기자

[기독일보=사회] 시각장애와 고도 난청이라는 이중 장애를 가졌지만 자신과 같은 시청각중복장애인의 권익 증진을 위해 살고 싶은 조원석 씨(숭실대 사회복지학부 4학년·24)를 지난 13일 숭실대에서 인터뷰했다.

조원석 씨는 7살 때 고열로 인한 내수막염으로 시각 장애를 얻었다고 했다. 청각 장애도 그 무렵부터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조용한 경우 목소리도 조금만 크면 들을 수 있어서 친구들이랑은 그냥 이야기해요. 점자를 친구 손등에 찍어서 대화하는 손가락 점자, 촉수어, 타이핑을 사용하기도 하고요."

조 씨와의 인터뷰는 점자 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진행됐다. 점자 정보 단말기에 연결된 노트북에 도우미가 타이핑을 해주면 그 내용이 점자 정보 단말기에서 점자로 표시돼 조 씨가 읽을 수 있다.

이날은 지난 4월 조 씨가 주축이 돼 만들었다는 시청각중복장애인 권익옹호단체 '손잡다'의 멤버인 한 친구가 도우미로 도왔다.

조 씨의 옆에는 그의 눈이 되어 길을 안내하는 안내견 '평등'(삼성화재 안내견 숭실대 소속)이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조원석 씨는 "7살 때 내수막염으로 전신 장애가 될 뻔했다"며 "제 삶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합리로 생각할 수 없는 기적적인 일이 너무 많았고, 지금 제 삶에 만족하면서 행복하면서 살 수 있는 이것조차도 논리나 합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의 섭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들 때 가족들이 지지해주고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고 한다고 해도 그들한테조차 기댈 수 없는 내면의 힘든 상황이 있을 때, 그랬을 때조차도 기댈 수 있는 분이 신이었다. 하나님"이라고 했다.

또래의 청년들처럼 SNS도 열심히 하고, 드럼도 치지만 장애 관련 포럼에서 강의도 하고, 장애인 인식 개선 패션쇼에도 서는 등 조원석 씨는 또래의 청년보다 더 새로운 일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며 살고 있었다.

조원석 숭실대
▲ 조원석 씨는 중3때 드럼을 배우기 시작해 숭실대 채플 찬양을 담당하는 도브, 밴드 동아리 황토, 사회대 밴드동아리 TORN, 시각장애인으로만 구성된 밴드 절대음감 등에서 드러머로 활약하고 있다. ©조원석 페이스북

그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조원석씨는 "장애가 원동력"이라며 "제 장애 때문에 시청각중복장애인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 수 있게 복지를 구축하겠다는 꿈을 굳게 잡게 됐다"고 말했다.

조원석 씨는 "시청각중복장애인을 영미권에서는 데프블라인드(Deaf-blind)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법적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관련 정책이나 제도도 없고 지원도 받지 못한다"며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가족들조차도 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의사소통 방법이 없어서 방치된 상태"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한국은 미국과 달리 '시청각장애(Deaf-Blind)'를 정의하는 법 조항이 없어 해당 장애인들이 차별받기 쉽다"며 이들을 위한 교육ㆍ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조 씨는 장애가 생긴 이후에 교회가 갔을 때 설교를 듣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님들이 마이크에 말씀하셔도 목소리는 들리는데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어요. 그런데 제대로 통역 받지 못한 채 억지로 가서 앉아 있었다"며 "그렇게라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이 시간을 내가 하나님께 드리는 시간이다' 이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0년을 다녔던 교회인데 지금은 그런 이유를 포함해 여러 사정으로 교회에 다니지 않고 있다는 그였다. 하지만 정시기도와 성경 읽기 등 신앙생활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원석 씨는 "국내에도 미국의 헬렌 켈러 센터를 도입하고 싶다"며 "센터를 운영하면서 같은 시청각중복장애인의 고충을 들어주는 일부터 시작해서 의사소통 교육, 통역 제공 서비스 등 지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의 헬렌켈러 센터는 1969년 정부 주도로 설립돼 미국 10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16세 이상 시청각중복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흑인 노예들을 노예나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 가장 먼저 바라본 미국 대통령 링컨"을 롤 모델로 꼽는 조원석 씨. 그의 꿈을 강영우 장학회에서도 응원하고 있다.

이에 그는 오는 8월 8일부터 강영우 장학회를 통해 20박 22일로 미국으로 단기 연수를 다녀올 예정이다. 지난 2014년에도 장영우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았는데, 지인의 추천으로 이번에는 미국 단기 연수에도 합류하게 됐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는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길을 찾는 그를 하늘도 돕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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