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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5 (월)

“각막기증 중도 포기 막으려면 시스템 개선돼야”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press@cdaily.co.kr)

입력 2019. 03. 09 17:14  |  수정 2019. 03. 0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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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막이식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열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최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주관해 진행됐다.

이번 정책토론회에는 미국 LA지역의 장기구득기관이자 아이뱅크를 운영하고 있는 기관 ‘OneLegacy’의 톰 몬 회장이 강연자로 나서 미국 각막기증 현황과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아이뱅크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의 아이뱅크 시스템은 이식대기자보다 각막기증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소개에 따르면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각막기증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아이뱅크’가 62개 존재한다. 아이뱅크에는 일정 교육을 받아 자격을 갖춘 각막적출 전문가인 테크니션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어 각막기증자가 있는 현장이 어디든 신속하게 출동하고 있다. 안과의사들이 직접 각막적출을 위해 출동하는 우리나라의 시스템과는 가장 다른 점이다.

또한 아이뱅크에는 각막기증만을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코디네이터도 존재해 기증자와 유가족들이 보다 쉽게 각막기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이뱅크를 통해 미국에서는 지난 2016년에 82,994건의 각막기증이 이뤄졌고, 이 중 26,057개의 각막은 해외에 있는 각막이식 대기 환자를 위해 기증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미국장기구득기관 원레거시 톰 몬 대표
미국장기구득기관 원레거시 톰 몬 대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톰 몬 회장은 “세포 수가 많은 건강한 각막을 미국 내 각막이식 대기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이식하고, 이에 비해 세포 수가 적고 연령대가 높은 기증자의 각막은 수출하거나 연구용으로 사용한다”며 “국가는 국민에게 양질의 각막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의료선진국인 만큼 법과 제도가 보완된다면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치료에 집중하고, 각막적출과 같은 일은 전문가를 양성해 맡긴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각막기증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선 지난 2009년 20여 년 동안 각막이식을 기다린 끝에 수술을 받은 노기자 씨(여, 75세)와 지난 2018년 아버지의 각막을 기증하고자 했으나 상담 과정에서 각막기증을 포기한 이선영(여, 49세)씨가 참석해 국내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피력했다.

특별히 이 씨는 지난해 아버지 故 이태원 씨가 사망한 후 진주에서 각막을 기증하고자 했으나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직원과의 상담과정에서 “가까운 병원이 없어 부산에서 각막기증을 위해 출동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는 등 이야기를 들어 각막기증을 포기했다. 이 씨는 “당시 상담사의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각막기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뉘앙스로 들려서 각막기증을 포기했다”며 “기증인과 유가족의 마음을 잘 헤아려 상담할 수 있는 전문적인 상담사와 또 어느 지역이든 기증자가 발생하면 신속히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비록 아버지의 각막을 기증하지는 못했지만 다시는 우리 가족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기증을 결정한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각막기증을 권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제도 개선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체조직인 각막이 이례적으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속해있다. 이에 각막기증 건이 발생하면 의사가 출동해 각막을 적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 씨의 사례처럼 각막 적출을 위해 의료진이 출동할 병원이 없는 지역이 있어 각막기증의 경우 지역적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넓은 면적과 인구를 담당하면서도 아이뱅크 시스템을 통해 지역적 격차 없이 효율적으로 각막기증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씨의 아버지와 같은 각막기증 희망 등록자는 우리나라에 총 144만 명이 있다. 이들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 가장 실천할 확률이 높은 기증은 사후 각막기증이다. 그런데 막상 이들이 실제 각막을 기증하고자 할 때 제대로 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앞으로 각막기증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를 위해 각막기증만을 전담하는 전문기관인 ‘아이뱅크’의 도입이 시급하다.

아이뱅크의 도입을 위해서는 우선 인체조직인 각막을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서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로 옮겨야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의사 대신 각막 적출 전문 인력이 출동해 신속하게 각막기증 건을 처리할 수 있다. 이처럼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각막기증이 활성화된다면 각막을 이식받기 위해 20여 년을 기다린 노기자 씨처럼 보이지 않는 고통 가운데 오랜 시간 견뎌야하는 환자들의 대기기간을 줄일 수 있다.

한편 톰 몬 회장의 강연 후, 이를 바탕으로 진행된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서종환 상임대표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보건복지부 이영우 생명윤리정책과 사무관과 대한안과학회 최철영 강북삼성병원 안과교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에서는 전문성과 비용 등 각막은행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토론자들은 “당장 미국처럼 대기기간 없이 각막을 이식받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렵겠지만, 각막이식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제도 보완 등을 비롯한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우리나라 각막이식대기 환자는 2,176명(2018년 기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각막기증을 통해 수술이 된 건은 311건(뇌사기증자 245건, 사후기증자 66건)에 불과해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수에 비해 기증자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해외로부터 수입된 각막으로 수술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각막이식 현황에 의하면 지난 2017년 국내 각막이식 대기 환자는 2,122명이었고, 같은 해 뇌사기증자로부터 기증된 각막은 275건, 사후 기증자로부터 기증된 각막은 82건으로 국내 기증자에 의한 각막이식 수술은 총 357건이 진행됐다. 이에 비해 해외로부터 각막을 수입해 사용한 것은 414건으로 국내 기증자의 각막기증 건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톰몬 회장은 “미국은 365일, 항상 각막이식 대기자가 0명이다. 각막이식을 받기 원한다면 언제든지 기다리지 않고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라는 말을 전했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하루 빨리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한 제도가 정착되어 각막이식을 원하는 이들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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