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한국YMCA전국연맹이 최근 제44차 전국 대회 및 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한국사회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제주도 예멘난민 문제에 대한 결의문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결의문을 통해 "예멘 난민은 인권 문제이자 평화의 문제"라 정의하고,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난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난민 문제에 대한 YMCA 차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 결의하고, "난민 문제에 대한 아시아태평양YMCA와 세계YMCA 차원의 공동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한반도와 지구 시민사회의 평화를 위한 일꾼으로서 노력할 것"이라 천명했다. 다음은 결의문 전문이다.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한국YMCA전국연맹 제44차 전국 대회 및 총회 결의문]

"나그네 대접하기를 게을리하지 마십시오. 어떤 이들은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대접하였습니다(히 13:2)."

제44차 전국 대회 및 총회에 참여한 한국YMCA전국연맹 대의원들과 회원들은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한 공동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이것은 제주도에 입국한 500여 명의 예멘 난민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다루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한국 시민사회와 기독교가 혐오와 배제를 넘어 화해와 평화의 한반도를 가꾸고, 상생과 공존의 지구 시민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난민 문제에 대한 한국YMCA의 입장은 다음과 같은 성서적, YMCA 운동사적, 역사적인 맥락에 기반하고 있다.

첫째, 성서적 전통이다. "외국 사람이 나그네가 되어 너희의 땅에서 너희와 함께 살 때에, 너희는 그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너희와 함께 사는 그 외국인 나그네를 너희의 본토인처럼 여기고, 그를 너희의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고 가르치며 "너희도 이집트 땅에 살 때에는 외국인 나그네 신세"(레 19:33~34)였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나그네였고 "선행을 배우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받는 자를 도와주며"(사 1:17), "한 몸으로 그리스도의 평화 속으로 부름 받은 자들이라"(골 3:15)고 말씀하신다. 나그네를 환대하는 것은 상생과 평화의 하나님나라를 선포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시려고 여러분을 받아들이신 것과 같이, 여러분도 서로 받아들이십시오(롬 15:7)."

둘째, YMCA는 19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난민 및 긴급 구호 활동에 대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YMCA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11월 11일을 '국제 평화 주간'으로 선포하고 전 세계 YM/YWCA와 함께 '평화를 위한 공동 연합 예배'와 '공동 기도 주간'을 지키고 있다. 최근 2016년에는 전쟁과 내전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난민을 위해 '세계난민구제활동(Global Refugee Response Initiative)'을 조직하고 이들을 위한 긴급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세계YMCA 각 국의 YMCA가 이 일에 함께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YMCA는 종교·성별·인종 또는 문화에 관계없이 난민들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YMCA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을 위한 헌신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셋째, 한국 시민사회가 갖는 역사적 경험이다. 한국 사회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 지배를 피해 중국·일본·러시아·미국·남미 등으로 그리고 해방 정국의 분단과 내전으로 학살과 전쟁을 피해 이 땅을 떠나 외지를 떠돌았던 수난을 겪었다. 특히 제주는 4·3 항쟁 시기, 많은 제주도민이 식민 제국의 땅, 일본으로 떠났던 아픔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 시민사회의 수난의 역사는 198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기에까지 지속되었다. 근대 한국 시민사회 100년의 역사는 이국의 땅에 의해 초대되고 환대받았던 디아스포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YMCA는 자주와 독립 국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한국 시민사회를 만들어 왔던 근현대사의 아픔을 기억하고자 한다. 특별히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지금, 난민 문제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책임적인 응답은 상생과 평화의 동아시아를 만들고자 했던 3·1운동 정신을 잇는 일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공동의 인식 아래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한 한국YMCA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예멘 난민은 인권 문제이자 평화의 문제이다.

예멘은 3년이 넘도록 내전이 계속되고 있고 1만 명이 숨지고 약 2000명이 콜레라로 사망하였으며, 인구의 70%인 2000만 명이 끼니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하여 19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예멘을 떠났으며 유엔난민기구는 예멘을 위급한 상황에 놓인 국가로 지정하였다. 한반도와 함께 마지막 분단 국가로 남아 있다 통일되었던 예멘이 이제 '21세기 최대의 비극'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한국 땅을 찾은 예멘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식민지와 전쟁으로 조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한국인들의 얼굴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시민사회가 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거나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배제와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한국 시민사회의 인권과 평화에 대한 감수성과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국제적인 지지와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시민사회와 교계 또한 이에 걸맞는 지구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평화 감수성과 인권 의식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

2.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난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난민 정책, 인종차별, 혐오 방지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박해의 위험을 피해 한국을 찾아온 난민들에 관해 신속하고 선명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1992년 '난민 협약과 의정서'를 비준하고 1993년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난민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했다. 2013년에는 '난민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낮은 난민 인정율에서 드러나듯 국제 기준과는 동떨어져 있고 그 절차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난민의 신체적 자유와 처우에서 부실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평화를 구하고자 하는 정부답게 이를 시급히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제44차 전국 대회 및 총회'에 참여한 한국YMCA 대의원들과 회원들은 난민에 대한 위와 같은 입장을 공동으로 인식하며 난민 문제에 대한 YMCA 차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을 결의한다. 또한 난민 문제에 대한 아시아태평양YMCA와 세계YMCA 차원의 공동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한반도와 지구 시민사회의 평화를 위한 일꾼으로서 노력할 것을 천명한다.

2018년 6월 30일

한국YMCA전국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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