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바티
▲폴 바티 박사. ⓒPaul Bhatti/Facebook.

[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파키스탄에서 비무슬림 박해에 악용되어 온 신성모독법 폐지를 주장하다 살해당한 샤바즈 바티(Bhatti) 장관의 형인 폴 바티 박사가 동생의 유지를 이어 신성모독법에 맞서 싸우고 있다.

2011년 3월 2일 오전, 이슬라마바드 부모의 집에서 나서던 샤바즈 바티(Bhatti) 파키스탄 연방 소수 보호국 장관을 향해 총격이 가해졌다. 바티 장관은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현장에는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이름으로 '신성모독법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의 최후'라고 쓰인 전단이 뿌려졌다.

바티 장관은 자신과 함께 신성모독법의 부당함을 주장해 온 살만 타세르 푼잡 주지사가 살해된 지 두 달만에 똑같은 비극을 당했다. 두 사람은 2010년 11월 신성모독법에 의거해 사형 선고를 받은 기독교인 여성 아시아 비비의 석방을 위해 싸워 왔으며, 비비와 같이 무고한 비무슬림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의 희생양이 되지 않아야 한다며 신성모독법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살해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신성모독법에 대한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피살 한 달여 전 가진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살해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계속해서 따라갈 것이고 힘 없는 자들의 편에 설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바티 장관의 형인 폴 바티 박사는 당시만 해도 파키스탄과 유럽에서 외과의사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바티 장관의 죽음 후 그는 동생의 뒤를 이어 두번째로 파키스탄의 유일한 기독교인(가톨릭) 장관이 되어 비무슬림들인 소수 민족 보호 임무를 맡게 됐다.

"내 삶과 직업은 동생이 살해당한 이후 바뀌게 됐다"고 그는 가톨릭 뉴스 에이전시인 릴리전뉴스서비스(RNS)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 "이런 상황이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정치인이 되고 싶은 바람이 없었지만 이렇게 됐다. 하나님의 길과 나의 길은 다른 것 같다. 하나님이 뜻하신 대로 되었다"고 말했다.

바티 박사는 동생의 뜻을 이어 신성모독법이 무고한 비무슬림들을 불법으로 체포하고 부당한 처벌을 내리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있다.

그는 최근 로마에서 열린 기독교 박해 관련 국제 컨퍼런스에서도 파키스탄 소수 종교인들이 신성모독법으로 인해 겪는 고초에 대해서 증언했다.

현재 파키스탄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살고 있는 바티 박사는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면담하고 파키스탄의 박해 상황을 전하는 등 신성모독법 폐지를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티 박사는 또한 비무슬림들에 대한 박해를 막기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은 의식 개선이라고 믿고 무슬림들을 상대로 한 교육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기독교인이나 다른 소수 종교인들을 한번도 접해 보지 못한 무슬림들은 비무슬림들을 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듣고 배웠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바티 박사는 동생이 활동할 때보다 현재 파키스탄의 정치적 환경이 더욱 안정적이라며 이를 통해 관용이 중시되는 파키스탄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도 상황이 더 나았지만 한 때 폭력이 극심했던 기간이 있었다. 지금은 그보다는 상황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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