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개최된 가운데 이날 <정글만리>의 저자인 소설가 조정래와의 '저자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박성민 기자

18일부터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개최됐다. 개최 당일인 이날 <정글만리>의 소설가 조정래의 '저저와의 대화'가 있었다. 사회는 한겨레신문 문화부의 최재봉 기자가 맡았다.

먼저 사회자는 "책을 내신지 만 2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오래 구상하신 책이다. 중국 대륙이 무대이고, 현장 취재를 하면서 쓴 작품이라는 점에서 감명을 줬고 생각할 거리를 줬다. 중국 무대를 소설로 쓰고자한 계기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했다.

이에 조 작가는 '천안문 사태'가 벌어졌던 당시의 상황을 말하며 "당시에는 중국에 절대 작가와 기자는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1989년에 천안문 사태가 벌어져 몇 천명이 죽는 불상사가 있었다. 등소평은 막대한 힘을 가지고 진압했다. 그것이 세계적 사건이 됐기 때문에 작가와 기자는 안좋은 것만 쓰기 때문에 들어올 수 없게 했다"며 "저는 당연히 작가니까 들어갈 수 없었는데, 그때 여행사로부터 200만 달러만 내면 비자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게 됐고 그렇게 비자를 받아 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에게는 의문이 있었다고 한다. 20세기에 거대한 실험을 한 것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인데, 사회주의의 소련은 몰락해서 없어져 버렸는데 중국은 왜 건재할까하는 것이었다. 조 작가는 "이건 저만의 의문이 아니고 세계의 역사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들 모두가 풀고 싶어하는 숙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가서 4~5일이 지났는데 의문이 풀렸다. 가니 환히 보였다"며 "소련은 몰락해서 가게 마다 먹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중국에 가보니 밥이 남아 돌았다. 이것 이외의 샴푸 등도 그랬다. 물적 토대의 있고 없음이 이데올로기를 결정지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 작가는 "이말은 무엇인가하면 인류사 5000년, 짧게 2500년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백성을 헛벗고 굶주리게 하면 그 권련은 반드시 망한다. 그래서 동양에서 정의하기를 백성은 바다요 권력은 그 바다 위에 떠 있는 하나의 돗단배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 인류사의 진리를 20세기에 와서 또 한번 입증한 게 소련이다. 등소평의 개혁·개방의 10년의 결과가 그 당시 12억 인구를 배 불리게 먹게 함으로서 중국 공산당은 건재했던 것이다. 개혁·개방 하기 전 1980년 그때의 중국은 인구가 10억이었다. 그 인구가 밥을 굶었다. 그런데 개혁·개방 이후 모든 농민들에게 농사를 지어서 수확의 25%를 세금을 내고 나머지는 가져라라고 했더니 수확이 6배가 나왔다. 중국은 앞으로 끝없이 뻗어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받았다"고 당시 받았던 생각을 전했다.

그는 "10년의 중국이 이렇다면 중국이 앞으로 20~3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란 생각이 들었고 이에 소설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설은 그냥 씌여지는 게 아니다. 20~30년의 갈무리를 머리 속에서 굴려야만 비로소 소설이 된다. <태백산맥>은 내 작가 인생 40년의 결실이다. 공짜로 먹는 것이 없다"는 말도 했다.

이어지는 질문으로 "중국의 경제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고 강조하셔다. 그런 측면에서 말씀해달라"고 물었다.

"<정글만리>라고 한 것은 중국이 경제력 2위다. 1910년 2위 국가가 됐다. 이것은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사건이었다. 왜나하면 세계 경제학자들이 중국을 바라보며 개혁·개방이 성공할 것이냐, 실패할 것이냐에 전망하고 10년의 결과를 본 후 시기를 2050~2060년으로 잡았는데 그런데 예상 외로 40년을 앞당겼다. 그러니 이건 엄청난 사건이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후지산이 무너지고 일본 열도가 바다로 가라앉았다고 표현했다. 또 천황 폐하가 항복 선언한 이후 가장 큰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세계 2위가 되면서 그 전까지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고 이름 붙였었는데 세계의 소비 시장으로 바뀌었다."

이어 조 작가는 "개혁·개방을 빨리한 동쪽 연안 지역을 합하면 2만 달러가 넘는다. 그럼 한국의 몇 배인가? 한국이 잘한다고 뽐낼 수 있나? 없다"며 "한국 사람들이 중국을 세 가지로 정의한다. '짝퉁 천국, 게을러, 더러워'라고. 그들이 게을렀으면 예상보다 40년이나 앞당길 수 있었겠나?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일깨웠다.

소설가 조정래   ©박성민 기자

책 제목을 <정글만리>라고 정한 이유에 대해 "정글에는 오로지 힘쎈 자만 살아남잖아요. 그래서 중국 소비 시장은 '정글'이다. '인간 정글'이다라는 뜻"이라며 "그리고 중국의 상징인 만리장성을 따서 '만리의 정글'이라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 소설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눈 뜬게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조 작가는 "중국에서 20년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 중국을 떠나며 후배에게 중국을 알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안다고 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말했다"라며 "중국에 대한 얘기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또 기술 격차가 없는 시대에 와 있다. 그러므로 이성애적 사랑으로 중국 사람을 대해야만 그들의 그 광대한, 망망대해 같은 소비 시장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정글만리>에서 하고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조 작가는 다음 소설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사회자는 다음 소설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소설은 그 동안에 제가 인터뷰 했던 것을 모아서 7월쯤 나올 것이다. 여기에 상당히 심각한 얘기를 많이 했다. 대한민국이 파산 상태에 빠져있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살율 1등, 이혼율 1등, 출산율 꼴지, 행복 지수 꼴지다. 대한민국은 천국인가, 지옥인가? 자살율 중에 거의 절반 가까이가 10대들이다. 무한 경쟁 때문이다."

조 작가는 "자기 자식만 잘되게 하기 위해, 몸까지 팔아서 까지 등록금을 대는 부모들"이라며 "무한 경쟁 시대로 인해 엄마들이 학력이 높을수록 환장들을 하고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다. 이 얘기를 다음 소설로 쓰고자 한다. 사회에 유익하도록"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 작가는 "사고로 20대 선생님들이 한 명도 살아남지 않고 다 죽었다. 국가 권력을 줬을 때, 국가 유사시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라는 책임을 준 것이다. 헌법에 명시 돼 있다. 국민만 국가에 대한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며 "그런데 세월호에서 아이들이 죽었다. 그때 선장과 선원들은 배만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먼저 승객들을 구해내고 그리고 자기들은 죽어야된다. 그런데 다 살아났다"고 비판했다.

질문 시간에서 아버지 밑에서 소설을 쓴지 1년이 좀 넘었다는 한 참여자의 질문에 "재능이 절대로 절대적이지 않다. 그 재능을 최대한 발현시켜서 일차적으로 내가 만족하고 2차적으로 세상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야말로 뼈를 깍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제가 인생이라고 하는 것은 끝없이 채찍질을 가하며 달려가는 노정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소설을 쓰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자신에게 물어야 된다. 내가 소설을 정말 쓰고 싶은가라고. 인간으로 태어나서 한번 살다가는 것이고 실패 확률이 90%인 이 길을 자신이 가야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 해서 즐거우면 하라. 질문을 하고 확인한 다음에 비로소 이 길로 들어서면 된다. 그럼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권면했다.

한편,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며 저자와의 대화, 인문학 아카데미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소설가 조정래는 서울국제도서전의 홍보 대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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