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호 목사
한기총 대표회장엄기호 목사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1일 대법원이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린 후, 교계에서는 보수와 진보 성향을 띤 단체에 따라 찬성과 반대 상호 엇갈린 반응들이 나왔다.

먼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이하 한기총)는 2일 성명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히고, "종교적 병역기피자에 대해서 대법원이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병역거부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사건은 법의 잣대가 소위 ‘마음대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심각한 판결"이라며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부과된 국방의 의무를, 개인적인 이유로 거부할 수 있도록 하여 법원 스스로 법질서를 무너뜨린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기총은 "병역거부는 병역기피의 일환일 뿐이며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표현보다 ‘특정 종교의 병역기피’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집총 및 군사훈련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며 "병역기피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들에게 특혜를 주는 목적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또 대법원이 제시한 양심의 기준에 대해서도 한기총은 "절대적일 수 없는 애매모호한 것이며, 이를 근거로 한 판단 역시 재판 당일의 판사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불명확한 근거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키기보다 오히려 징집제를 모병제로 바꾸는 국가적 논의와 헌법 개정이 있은 후에 그것을 근거로 사법부가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성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 제시하기도 했다.

한기총은 다시금 "입법부보다 앞서가는 사법부의 과도한 권력 행위로 이미 병역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허무함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앞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할 청년들에게는 병역의무를 피해갈 수 있는 꼼수를 알려준 꼴이 됐다"고 지적하고, "벌써부터 특정 종교의 병역기피자를 사면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법의 권위를 무시함과 동시에 법질서가 흔들리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이야기 했다.

마지막으로 한기총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가의 안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마땅하며, 더욱이 대한민국의 남자는 내 가족과 우리의 이웃, 그리고 나라를 지킨다는 확고한 마음으로 국방의 의무를 완수해야 한다"며 "전쟁을 위해 군대가 존재하지만 오히려 강력한 군사력으로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면 집총과 군사훈련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일 뿐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예성 총회장으로 선출된 능력교회 이동석 목사.
한기연 대표회장 이동석 목사.

한국기독교연합(대표회장 이동석 목사, 이하 한기연)은 1일 성명을 통해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한기연은 "대법원이 오늘 종교 등 자신의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함으로써 병역 거부자에 대해 처벌해 온 판례를 14년만에 스스로 뒤집었다"며 "이는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안보 현실을 무시한 판결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 낳을 우리 사회의 혼란에 대해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기연은 "헌재에 이어 대법원까지 병역 거부자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앞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는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 지적하고, "이제 대한민국은 군대 가지 않기 위해 '나도 종교 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다'라고 자칭하는 자들이 줄을 서고,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는 애국심을 양심으로 둔갑시킨 자들의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뻔하다"고 했다.

때문에 한기연은 국가 안보 위기와 사회 혼란은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비판하고, "남북 관계가 호전되고 교류 협력이 강화되면 대한민국 군대가 필요없어 지겠느냐"고 했다. 또 재판관이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때는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한지 심사해야하고, 성장과정과 사회 경험 등 전반적인 삶도 살펴봐야 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내가 양심상 또는 종교적 신념이 있어 군대 안가겠다는데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강제하라는 것인가"라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되묻기도 했다.

한기연은 "대법원 재판부의 이런 주문은 그들도 앞으로 혼란이 야기될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는 증거"라 지적하고, "마치 빌라도가 손을 씻으며 예수님에 대한 사형 언도의 책임을 유대인들에게 떠넘긴 것이나,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내면서 판결에 대한 책임과 뒷수습은 징병 심사기관에 떠넘긴 것이나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또 한기연은 (법원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형사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며, 소수자 관용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힌 것 역시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소수 인권이 다수 인권을 함부로 침해하고 공공의 안녕과 이익이 소수에 의해 침해 또는 위협받는 역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뿐 아니라 국가 안보의 ‘싱크홀’ 사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나아가 "병역 문제 뿐 아니라 납세 등 다른 국민의 의무까지 확대되어 인권과 양심이라는 이름의 국민 불복종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유만석 목사
한국교회언론회 대표 유만석 목사.

보수 성향의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 역시 즉각 우려의 논평을 냈다. 언론회는 이번의 결정에 대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라며 "그러나 현재 ‘대체복무제’등 제도적인 장치가 되어 있지 않고, 불과 3개월 전에 헌법재판소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의 처벌이 합헌’이라는 결정에 대하여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이라 지적했다.

또 언론회는 "남북의 대치 상황과(지금은 결코 평화가 정착된 것이 아님) 우리 군의 병력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법률이 가진 공공성과 공익성을 도외시한 것이 아닌가"라며 "사실상 양심적이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특정종교인이 99%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회는 이번 일을 "최근 대법관들의 성향이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라 봤다. 언론회는 "최고 법률기관(헌법재판소, 대법원) 사이에서도 결정이 다르고, 법 해석이 다르다면, 그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되면, 국방의 의무는 누가 책임지게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언론회는 "이날 결정에서,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 등은 소수 의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는데, 이것이 맞는 것"이라며 특히 "박상옥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처럼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 주관적인 사유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는 것이, 전반적인 국민적 정서요, 감정이라 봤다"고 설명했다.

언론회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특정 종교를 위하여, 헌법적 우선순위를 뒤바뀌게 하고, 법률로써, 국가의 안위와 안보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 법 조항을 무력화 시킨 결정"이라 지적하고, "이제 ‘양심’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기피자를 가려내고 막는 것과, 대다수의 성실하게 병역의 의무를 감당하려는 사람들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맞출 것인가?"라며 "대법원의 결정이 너무 빨리 앞서 가므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홍정 목사
NCCK 총무 이홍정 목사

한편 반대로 진보 진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 NCCK)는 대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NCCK 인권센터는 "더 이상 전쟁을 위한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결심한 젊은이들에게 큰 용기를 준 일"이라 밝히고, "특별히 남북 군사 적대행위가 전면중지 된 11월 1일, 판결된 이 결정은 우리 사회의 평화정착과 화해의 길에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면서 "이제 한국 정부는 오늘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인권과 평화의 새 시대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할 것"이라 했다.

NCCK는 이번 판결에 대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양심적 신념을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는 옳은 결정"이라 밝히고, "한국사회의 평화정착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 증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 봤다.

나아가 NCCK는 "이제 남은 과제는 실질적인 대체복무제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는 징벌적 성격이 아닌 개인의 양심을 존중하며 현역 복무와 형평성에 맞는 복무를 부과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자유는 헌재와 대법원의 결정이 바르게 이행되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대체복무가 실질적으로 현실화 되어감에 따라 마침내 성취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 했다.

이어 NCCK는 "자신의 양심적•종교적 신념을 보장받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긴 세월을 걸어온 병역거부자들 위로하며,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인 이들에 대해 법무부가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현재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사건에 대해 법원이 오늘과 같은 옳은 판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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