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숭실대, 한국생명윤리학회 이사)
김광연 교수(숭실대, 한국생명윤리학회 이사)

배아줄기세포는 무엇인가?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인류는 유한한 삶에서 벗어나 마침내 무한한 삶을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질병치료를 위해 생명공학자들은 복제 기술을 선보이고 그 기술이 인간에게도 적용되었다. 복제 양 돌리(Dolly)가 태어난 뒤, 생명복제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였다. 지금은 단순한 동물복제 기술의 수준을 넘어 인간의 배아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고, 심지어 인간복제(human cloning)를 시도할 정도로 무섭게 발달했다.

배아(embryo)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이후, 자궁에 착상되어 태아가 되기 이전 단계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배아가 자궁에 착상된 이후, 대략 7~8일째 초기 배아(early embryo)에서 배반포(blastocyst)의 단계로 넘어가 내세포괴(inner cell mass, ICM)가 생겨난다. 이 단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해서 여러 신체세포를 얻어 내는 기술이 배아줄기세포(human embryo stem cell, HESC) 복제 기술이다.

줄기세포(Stem Cell, SC) 복제 기술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 줄기세포는 모든 신체기관이 형성되는 세포이다. 줄기세포를 쉽게 설명하자면, 나무의 줄기에서 여러 가지들이 뻗어나고 그 가지에서 잎이 생기고 열매를 맺는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줄기세포에서 여러 신체 기관들이 형성되는데, 특히 배아줄기세포는 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로서 모든 신체 기관이 형성될 수 있고 신체 분화능력이 마치 전능한 힘을 가졌다고 해서 ‘만능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라고 부른다.

이러한 배아줄기세포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종교계에서는 배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반대를 했다. 이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는 여러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조건부로 복지부에서 연구를 승인하였다. 보건복지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난자의 합법적 사용과 폐기 과정 및 배아복제 기술 실험과정에서 인간복제 기술의 개연성을 차단하기 위해 철저한 관리와 모니터링 하는 조건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가했다.

'배아의 지위(The State of Embryo)'

배아줄기세포 실험에서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과연 “배아가 사람인가?”에 관한 논의이다. 초기 배아단계를 거쳐 배반포 이후, 배아에서는 작은 씨가 생겨나는데 이를 원시선(primitive streak)라고 부른다. 이 원시선에서 인간 신체를 형성하는 여러 개체들이 발생하고 사람의 신체 기관들이 이 시점을 기준으로 형성된다. 이 세포덩어리가 나중 태아가 되는 데 이 시기는 대략 14일을 기준으로 생겨난다. 그래서 생명공학자들은 이 14일을 기준으로 ‘원시선’이 등장하면 인간 생명으로 간주하고, 원시선이 생기기 이전에는 세포로 여긴다. 그렇다면 이 14일을 기준으로 배아의 지위를 나눌 수 있는가?

종교계에서 배아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선물로서, 태아가 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출발점으로 간주한다. 수정란, 배아 그리고 태아 모두 인간 생명과 동등하게 간주한다. 그래서 배아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은 비윤리적 행위로 보고 있다. 배아는 말 그대로 태아로 이어지는 ‘연속선상’에 놓여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수정란에서 배아 그리고 태아로 이어지는 연속선상에서 ‘어느 한 순간’을 ‘여기부터 인간이다’라고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이클 샌델(M.Sandel)은 배아를 사람과 동등하게 간주하지 않고, 배아와 태아 사이의 지위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예를 들어, 산부인과에 불이 났을 때, 냉동 트레이(실험접시)에 담겨져 있는 배아와 아기 중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배아를 먼저 구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비유를 든다. 이는 배아보다 태아(아기)가 지위에 앞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기독교 전통에서 한 생명이 탄생하는 것은 신비로운 영역이며, 인간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은총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생명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수정란에서 배아와 태아로 이어지는 과정은 일련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어서 ‘어느 한 순간’을 인격체로 규정할 수 없다. 그리고 생명공학자들이 말한 14일(원시선 발생)도 세포마다 그 시간이 정확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 다만 그 14일 원시선의 발생은 상징적인 숫자이다. 배아는 인간으로 이어지는 연속선상에서 놓여 있고, 자궁에 착상된 배아는 인위적인 없이 ‘자연적으로’ 두면 태아가 되는 존재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인간복제

현재 국내에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조건부로 승인되었다. 이 실험에서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배아복제 기술과 인간복제(human cloning)기술의 연관성이다.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기 때문에 자칫 과학자의 지나친 호기심으로 인간복제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전문가들이 충분한 모니터링과 관리를 통해 인간복제를 시도하는 일은 없겠지만, 복제 기술의 허용이 인간복제 기술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사회적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 영국에서는 ‘맞춤아기(designer baby)’를 질병치료의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하였다. 이는 ‘태어나기 이전’ 아이의 생명을 생명공학자들의 기술에 의해 조작하고 편집할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헌팅턴 병과 같은 유전질환에 노출된 아이의 유전자를 제거하는 것과 맞춤형 아기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유전질환을 사전에 진단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는 충분한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실험을 해야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으로 ‘디자인 베이비’가 탄생하고, 개량주의(우생학)으로 나아갈 경우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21세기 생명공학 기술의 미래는 명암이 엇갈린다. 질병치료와 우수한 유전자를 선별하는 개량주의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될 것이다. 질병치료를 위해 복제기술에 선도해야 하는지, 아니면 유전자 개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험을 중단해야 하는지의 결정이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7월 마침내 체세포복제 방식의 줄기세포 연구를 조건적으로 허용했다. 이 기술의 목적은 분명 질병치료, 시신경 손상, 뇌졸중 등 난치병 환자의 세포치료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기술에서 사용되어지는 배아의 지위가 아직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복제 배아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에 대해 종교계의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영화 아일랜드(Island)가 떠오른다. 인간을 복제해서 필요한 신체기관만 사용하고 폐기하는 장면을 스크린에서 보여준다. 영화 속의 줄거리는 인간복제 기술이 코앞에 다가오는 현실에서 더 이상의 공상영화, 판타지가 아니라 사실(fact)로 느껴 진다 인간복제 시대에 기독교 공동체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 이제 서서히 준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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