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식 교수(호서대).   ©호서대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21세기 과학 기반의 시대에 바람직한 신학의 모델을 고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며, 지금부터라도 신학에서 과학의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우식 호서대 교수(과학신학)는 지난달 29일 성공회대에서 열린 제6회 '2014 에큐메니칼 신대원연합 학술 문화제'에서 '왜 신학과 과학인가'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창의적 융합을 지향하는 과학시대의 컨텍스트(Context)도 역시 신학이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신학의 주요한 컨텍스트"이며, 신학과 과학의 건설적 대화와 공동연구를 보여주는 사례를 찾아야 한다"고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현 교수는 먼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신학을 모색하기 위하여 주어진 과제는 텍스트(Text)와 컨텍스트(Context)의 관계"라고 말했다.

현 교수는 "텍스트는 근원(the source)을 의미하고, 컨텍스트는 텍스트와 특정한 관계가 설정되어 있는 대상(the target)임을 의미한다"며 "예를 들면, 성서가 텍스트에 해당된다면, 성서와 일정한 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사회(societies)나 문화(cultures)는 모두 컨텍스트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즉 텍스트라는 재료를 성경이라고 한다면, 컨텍스트(컨텍스트 작업)은 과학이라는 언어 또는 사회와 문화 등을 읽어내 성경을 오늘날 시대에 맞게 읽어내는 연구(작업) 및 활동을 말한다.

현 교수는 "신학의 역사는 하나님의 활동을 증언하는 텍스트 성서가 어떻게 다양한 컨텍스트에 적용되었는지의 과정과 양상을 보여준다"며 "구체적인 삶의 자리이자 문화적 시공간의 특성은 컨텍스트의 문제에 포함되며, 그러므로 신학의 개념도 기독교의 텍스트와 기독교 대상자들의 컨텍스트 사이의 특정 관계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학의 정체성은 그 신학이 감당하고 있는 텍스트화와 컨텍스트화의 관계설정에 의해서 정의되고 구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신학은 텍스트와 분리될 수 없고, 동시에 컨텍스트와도 분리될 수 없다. 신학은 하나님의 말씀을 텍스트화할 뿐만 아니라 컨텍스트화하는 공동작업이다. 역사 속의 신학은 주어진 동일한 텍스트를 가지고 있으면서 각각의 컨텍스트에 맞도록 다양하게 적용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 시대에 필요한 언어 또는 언어적 도구는 무엇인가? 과학은 이 시대의 보편적 언어이자 가장 필요한 언어적 도구이다. 과학의 언어는 이미 개별 분야만의 언어가 아니며, 모든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됐다"며 "새로운 신학은 과학의 언어를 사용하여 신학의 텍스트를 구현할 필요가 있으며, 신약성서 시대에 코이네 그리스어가 그리스인들만의 언어가 아니었듯이, 이 시대에 과학의 언어는 과학자들만의 언어가 아니다.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진정한 컨텍스트화의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신학에서 과학의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 교수는 과학과 신학의 문제와 갈등을 지적하며 "우리의 현재 상황 속에서 과학과 기독교의 만남의 유형을 간략하게 나누어 본다면, 학교에서 과학교육을 받은 젊은 지성인들의 눈에는 (i)상식으로서의 과학을 부정하는 기독교의 이미지와 (ii)상식으로서의 과학을 인정하는 기독교의 이미지가 대조적으로 구별되어 있다. 즉 (i)현대 과학의 업적을 상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과학과의 갈등과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 기독교 세력이 있는 반면, (ii)현대 과학의 업적을 상식으로 인정하고 과학과의 대화와 상호보완을 모색하려는 기독교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신학은 이러한 컨텍스트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현 교수는 "과학신학의 이야기를 음악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음악에서 악보에 적힌 작품은 텍스트에 해당된며, 연주는 이 텍스트로서의 작품을 소리로 바꾸어 청중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청중에게 들린 연주음악은 컨텍스트의 이미지에 해당된다"며 '과학신학'의 필요성을 요청했다.

그는 "이 발표에서는 과학시대의 새로운 신학으로 과학신학을 제안했다"며 "이를 위해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함수관계를 통하여 신학의 존재와 기능의 의미를 네트워크의 모델을 통하여 살펴보았다. 새로운 신학의 모델 구축은 컨텍스트화와 동시에 역컨텍스트화라는 창조적인 사역과의 조화를 실현하는 것에 달려있으며, 신학은 언제나 컨텍스트화와 역컨텍스트화의 융합을 위한 창조적인 실험실(creative laboratory)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철 교수(한신대학교 신학과 · 조직신학/신학과과학)는 현 교수의 발제를 논찬하며 "현우식 교수가 신학의 본질을 양자택일적인 텍스트/콘텍스트의 속성이라고 보는 대립적 관찰을 넘어서서,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관계의 부분시스템으로 인식하였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현우식 교수가 제시한 과학신학의 풍부한 주제들은 (1)오늘날 신학과 과학의 대화의 핵심 쟁점을 담고 있는 창발성(emergence), 우발성(contingence), 창조성(creativity)에 대한 매우 중요한 논의를 담고 있다"며 "(2)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신존재증명에 대한 수학신학(theologia mathematica)의 가장 순수하고 추상적인 사변의 도움을 통해 신학의 궁극적인 질문과 대답인 신(God)과 진리(Truth)의 문제를 다각도로 더욱 풍요롭게 조명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글로벌한 지평에서는 신학과 과학의 다양한 대화가 풍요롭게 생산되고 있어 보이나, 한국은 여전히 반지성주의, 반신학주의, 반과학주의, 신학적/과학적 근본주의의 중병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듯 하다"며 "한국신학의 내일을 준비하는 우리 신학도들이 신학과 과학의 대화, 종교와 과학의 대화를 '어떠한' 방향으로 '어떻게' 진행하면 한국교회와 사회공동체의 성숙과 진보에 긍정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성공회대 김기석 교수는 논찬에서 "지난 2천년 동안 언제나 당대의 가장 인기 있는 사상과 문화로부터의 도전에 대응해 적절한 응답 내지는 변증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신학이 정립되고 발전해왔듯이, 이 시대의 언어인 과학에 대응하는 신학의 컨텍스트화를 통해 신학이 다시금 당대적 의미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현우식 교수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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